벤처붐을 타고 벤처캐피털로 몰려들었던 우수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의 탈 벤처캐피털 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13일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소규모·후발 회사들을 중심으로 일었던 벤처캐피털리스트 이탈 현상이 최근들어 KTB네트워크·무한투자·한국IT벤처투자·인터베스트 등 소위 잘 나가던 회사들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투자회수 부진, 투자 감소, 조합결성 위축, 경영실적 악화 등의 악순환이 거듭되면서 벤처캐피털에 몸담고 있는 인력들이 업계의 미래에 대해 강한 회의를 품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한때 최고급 인력의 집합소로 부각했던 벤처캐피털이 더이상 매력적인 직장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이러한 인력 이탈 현상은 자칫 사람이 가장 중요시되는 특성을 가진 벤처캐피털산업의 위기론으로까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중견 창투사 중 하나인 인터베스트는 지난달 MBA 출신 3명의 심사역이 삼성SDS, 기업구조조정전문회사(CRC), 외국계 프라이빗에쿼티로 옮겼다. 정부가 출자해 설립한 코리아벤처펀드(KVF)에 근무하던 심사역 한명은 최근 런던비즈니스스쿨로 유학을 떠났으며 TG벤처의 심사역 한명도 삼성전자행을 택했다.
네오플럭스의 경우 최근 5∼6명에 달하던 벤처 심사역을 2∼3명만 남겨두고 회사내 CRC분야로 인력을 재배치했다. 한국IT벤처투자도 심사역 19명 중 9명이 회사를 떠나 외국계 컨설팅회사를 비롯해 SK·코어세스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업계 관계자는 “그래도 자발적 이직을 하고 있는 경우는 나은 편”이라며 “일부 회사에서 실시중인 강제성이 내포된 희망 퇴직의 경우 남게 되는 직원들에게까지 불안감을 확산시켜 이직을 부추기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최근 세화기술투자와 합병을 마무리지은 무한투자는 희망 퇴직 신청을 받아 무한에서 7명, 세화에서 3명이 회사를 떠났다. 지금 남아 있는 인력 중에서도 몇몇은 퇴직 시기만을 꼽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국내 최대 벤처캐피털인 KTB네트워크도 마찬가지다. KTB는 백기웅 대표와 이정주 전무가 이달초 사표를 제출한 데 이어 지난 11일까지 희망 퇴직 신청을 접수했다. 이미 벤처투자쪽 이사급 이상은 일괄 사표를 제출했으며 50명 정도가 희망퇴직을 신청할 것으로 보인다. 희망 퇴직이 마무리되면 조직개편을 통해 기존의 벤처투자 인력의 상당부분을 CRC 등 다른 분야로 재배치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 위축이 자연스럽게 인력들의 이탈을 가속화시키고 있다”며 “벤처시장의 회생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만큼 이같은 현상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