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와 IT의 만남으로 생겨난 e카 개념은 우리에게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차량용 네트워크, 차량용 센서, 카내비게이션, FM부가방송(DARC), 텔레매틱스, 전장시스템 등 첨단 e카를 구성하는 기술요소들을 부문별로 살펴보고 운전자에게 미치는 영향을 예측해본다.
<차량용 네트워크>
주행중 차량바퀴에 미세한 펑크가 발생했다. 즉시 엔진가동이 안전속도로 떨어지고 안전벨트가 조여든다. 차량 뒤에선 비상등이 켜지고 카오디오에선 타이어 이상을 알리는 목소리가 반복해서 나온다. 텔레매틱스 단말기는 보험사의 AS출동팀에 차량위치와 고장원인을 알린다. 차량안전을 위한 이 모든 절차가 운전자와 상관없이 자동으로 이뤄진다. 차량의 각 부품이 네트워크로 연결돼 유기적으로 작동하기 때문에 가능한 상황이다.
◇기술적 배경=좀더 안락한 주행을 위해 자동차에 하나씩 장착되던 전장부품은 이제 차량 내에 수많은 전기다발을 형성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전장장치로 인해 차량내의 전기배선, 와이어하니스는 자동차 설계상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점차 높아지고 굵어진 전선다발은 전장계통의 고장을 일으키는 주원인이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항공기에 사용되는 플라이바이 와이어기술이 80년대초부터 보급됐다. 독일 보쉬의 CAN(Controller Area Network), 미국자동차공학회의 J1850 등이 그것이다.
차량용 네트워크 기술은 자동차와 IT의 접목추세에 따라 일부 외산 고급차량에서 국산 중형차의 부품 모듈 단위까지 급속히 대중화되고 있다. 이같은 추세는 차량기능 고급화로 갈수록 복잡해지는 전장부품을 기존 아날로그 제어방식으로 관리하는 것이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고급 승용차종의 경우 뒷좌석 AV시스템, 내비게이션, 좌석별 환기장치 등 온갖 옵션장치에 연결된 팔뚝만한 전선다발이 자동차 내부를 어지럽게 휘감고 있다.
향후 2년 안에 등장할 국산 승용차는 복잡하고 무거운 전선다발 대신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달린 간단한 네트워크선으로 차량제어 기능의 약 50%가 제어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전망은 최근 차량용 반도체가격의 인하에 따라 디지털 네트워크로 자동차를 제어하는 것이 전통적인 아날로그식 제어방식보다 생산원가가 저렴하기 때문이다.
또 차량용 네트워킹 기술은 수많은 차량용 전기부품제어에 사용되는 전선줄과 기계식 릴레이가 거의 사라져 차량무게를 줄이고 차량기능이 향상된다. 또 네트워크를 이용해 자동차가 각 부품의 고장여부를 스스로 진단, 처방하고 차량 전체가 마치 유기적인 생명체처럼 작동하게 된다. 전선다발을 배치하기 위한 설치면적이 필요없어져 차량소음도 준다.
국내 완성차업체들은 오는 2004년부터 차세대 승용차에 전장부품을 통합제어하는 네트워크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부산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현대·기아·르노삼성 등 완성차업계는 올들어 자동차 내부의 모든 전장부품을 차량용 디지털 네트워크로 통합시켜 자동차가 스스로 이상 유무를 진단하고 외부와 통신하는 이른바 ‘꿈의 자동차’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미래의 자동차가 달리는 정보센터, 사무실로 변화하는 상황에서 수많은 차량용 전장부품을 효율적으로 관제하는 디지털 네트워크(CAN, LIN, MOST)는 국내 자동차업계의 최대화두인 셈이다. 이 가운데 CAN 네트워크의 상용화가 가장 두드러지는데 자동차 안에 CAN 기반 네트워크가 깔리게 되면 차량부품 하나하나가 운전중 발생하는 돌발상황에 대해 지능을 갖고 유기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유사한 네트워크 방식인 LIN기술도 실용화를 앞두고 있다.
국내서는 현대차의 최고급승용차 에쿠스의 제어기능 중 40%가 차량용 네트워크로 제어되는 가운데 그랜저XG의 후속모델과 오는 2004년 초반에 등장할 NF쏘나타(EF쏘나타 후속모델)도 내부기능의 50% 정도가 네트워크로 대체될 전망이다.
독일 BMW사의 최고급 승용차 BMW-7시리즈의 경우 모든 거의 모든 차량제어기능이 네트워크화돼 진정한 의미의 e카에 가장 근접한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차량구동모듈이 아닌 AV·내비게이션·오디오·DVD·텔레매틱스 등 자동차내 각종 멀티미디어 기기간의 통신규격을 위해서는 MOST란 네트워크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MOST는 음성이나 영상 등의 멀티미디어 정보를 광섬유를 통해 초고속(24.5Mbps급)으로 전송할 수 있는 네트워크 기술이다.
멀티미디어를 연결하는 버스로 최근 유럽 고급차에 적용되기 시작한 MOST(Media Orient System Transport)가 주목을 받고 있다. MOST는 광섬유케이블을 광수신기로 멀티미디어 기기에 연결하므로 수많은 전선을 하나의 광섬유로 대체해 중략과 부피를 크게 줄이는 장점이 있다.
광을 이용하므로 EMI나 신뢰성과 안전성문제에 뛰어나다. 현재 대역폭인 25Mbpss로 오디오, 동영상 전송도 가능하지만 150Mbps까지 늘리기 위한 표준화가 진행중이며 멀티미디어 버스 표준화에서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고 있다. 현대오토넷의 경우 최근 독일 오아시스사와 기술제휴를 맺고 ‘자동차 멀티미디어용 네트워크(MOST)’ 시장공략에 나선다.
차량용 네트워크 기술의 전망은 자동차의 네트워크화 추세는 첨단 IT와 손쉬운 접목으로 차량성능을 향상시켜 자동차시장에서 핵심적인 기술경쟁요소이자 e카의 핵심기술로 부상하고 있다. 이는 전자기술 토대가 상대적으로 건실한 한국 자동차업계에 세계진출의 좋은 기회를 제공할 전망이다.
<차량용 센서>
운전석에 올라타 시동을 걸자 승객이 있는 좌석 방향으로 에어컨 바람이 나온다. 도로변을 달리는 중 소나기가 쏟아지자 와이퍼가 저절로 작동하고 어두운 터널로 들어가자 전조등이 알아서 켜진다. 고속도로를 달리다 졸음운전으로 일순간 옆차선으로 넘어가자 시끄러운 경고음이 들려온다. 고속주행 도중 또 다시 요란한 경고음이 나온다. 전방 150m 지점에서 차량들이 갑작스럽게 멈춰선 것이다. 무사히 목적지로 들어가 비좁은 주차장에 차를 댄다. 주변 장애물과 거리가 ㎝ 단위로 나타나 주차하기가 한결 수월하다. 이 모든 것이 차량용 센서기술의 발달 때문이다.
차량용 센서는 전통적으로 엔진부의 압력, 온도를 측정하는 기계식 센서가 주류를 이뤄왔다. 최근 승객안전을 위한 에어백, 타이어공기압 제어센서와 자동차의 편의성 증대를 위한 센서(지능형 제동장치, 현가장치, 차체거동 제어장치, 충추돌방지, 자동항법, 자동온도제어)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차량용 편의장비의 발달에 따라 후방센서와 공조용 적외선센서가 보편화된 가운데 외부밝기에 따라 전조등을 조절하는 광센서, 빗방울을 감지하는 레인센서도 일부 국산차량에 실용화되는 추세다. 또 타이어 내부압력을 감지해 파열을 막는 압력센서가 오는 2004년부터 미국 일부 주에서 의무화됨에 따라 한국타이어, 금호타이어 등이 관련 기술개발에 나섰다.
차량용 센서는 장차 반도체 기술을 적용해 생산가격을 크게 낮춘 MEMS 기반으로 발전할 전망인데 국내서도 내년에 생산될 차기 SUV와 고급승용차군의 승객편의를 높이기 위해 멤스기반 차량용 센서적용이 준비되고 있다. 또 초음파를 이용한 후방센서의 경우 주차사고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좋아 애프터마켓에서 매년 50%씩 시장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이다.
차량용 센서분야에서 특기할 점은 대형 교통사고의 주범인 차선이탈, 전방충돌을 방지하는 특수센서장비가 올해안에 국내 고속버스, 화물트럭에 상용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대자동차 상용차부문은 차선이탈 경보센서를 올해안에 대형버스와 트럭군에 옵션사양으로 채택할 방침이다. 차선이탈 경보센서는 자동차 전면에 부착된 CCD카메라를 통해 차선을 넘어갈 경우 0.1초 안에 경보신호를 울려 운전자 주의를 환기시킨다. 또 77㎓대역의 고주파 레이더를 이용해 전방 150m 이내의 장애물을 감지하는 전방충돌 방지센서도 내년중 상용화될 전망이다.
이러한 안전센서는 고속도로 상에서 졸음운전, 부주의로 인한 차선이탈을 막아 대형사고를 막는 데 효과적인데 주요 운수업체들이 도입의사를 밝히고 있다. <배일한기자 bail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