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전쟁은 첨단 전자전이다.
정보기술(IT)의 뒷바침이 없는 재래식 무기로는 결코 승자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91년 걸프전 이후 군사부문에서 군사혁신 또는 군사기술 혁신이 가속화되고 있는 상황만 봐도 그렇다.
미래 병사들은 대부분 헤드업디스플레이를 눈 앞으로 내리고 팔에 장치된 소형 웨어러블 컴퓨터를 장착한다. 적의 위치는 조준기와 상공의 항공기로부터 얻어지는 삼각측량에 의해 이끌어낸 GPS데이터가 제공한다.
그러나 이러한 뛰어난 군사기술은 투자대비 효율성 및 생산성이 지극히 낮기 때문에 앞으로는 민·군 겸용 기술로 개발돼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고 실제 그러한 추세로 기술 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실제 컴퓨터를 이용해 만든 가상공간 안에서 인간의 오감을 통한 현실세계에서 불가능한 상황을 체험할 수 있는 가상현실기법의 경우 항공·군사분야에서 가장 많이 활용되고 있는 기술 중의 하나다. 특히 비행 시뮬레이션은 민항기와 전투기 조종사의 이착륙이나 모의전투 훈련용으로 널리 활용되고 있다.
이로부터 3차원입체안경(HMD)을 착용하고 입체공간에서 실감있는 전투게임이 일반용으로 개발되고 나아가 로봇공학과 결합되어 지구 반대편의 환자를 원격시술 기법으로 치료할 수 있는 날도 멀지 않았다.
이같은 군사기술과 민간기술의 만남의 장인 ‘벤처 국방마트’가 열려 우리 군수산업을 세계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기술들을 선보인다.
대전시와 육군이 공동 주관하고 전자신문이 후원하는 국내 최대 첨단 국방기술 교류의 장인 ‘지상군 페스티벌·벤처국방마트 2002’는 17일부터 20일까지 사흘간 계룡대, 대전무역전시관, 엑스포과학공원, 대전 월드컵경기장 일원에서 화려하게 펼쳐진다.
이번 행사는 그동안 대전시가 단독 개최해온 벤처 국방마트를 한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한편 육군의 미래 안보환경에 효율적으로 대비하기 위해 민·군 교류의 장으로 승화시킨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국방과 벤처와의 만남’이란 주제로 열리는 올해 행사부터는 육군의 최대행사인 ‘지상군 페스티벌 2002’와 연계해 열리기 때문에 국방조달 관계자 및 주한 외국 공관의 무관 등이 전례없이 많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육군이 창군 이후 처음으로 민·군이 함께 참여하는 대형축제를 개최한다는 것에도 나름대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특히 이번 행사에서는 대전시와 육군본부의 업무협정 체결에 따라 국방마트 참가기업의 제품이 국방조달품목으로 우선 검토될 전망이어서 참가기업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육군이 대전시 등과 각 분야 전문가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구성, 군의 실용화 가능한 기술 위주로 150여개 업체를 선정 지원할 방침이다.
이번 행사는 모두 4개 부문 16개 세부행사가 펼쳐진다.
우선 188개 기업의 첨단기술이 소개되어 국방시장 진출의 기회를 줄 계획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벤처기업의 주요 기술은 디지탈선일의 군사용 시뮬레이터 및 솔루션, 라스트윈의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에 사용할 페인트 볼 게임 장비·페인트 볼 총·안정장비, 헤드라인 정보통신의 복합기능의 생활 무전기·레이저 디텍터·블루투스, 쓰리지코어의 위성사진기반 실시간 3차원 그래픽 기술·고해상도 위성영상·수치고도 데이터 및 3차원 시설물 데이터를 이용한 시뮬레이션 구동 시스템 등이 선보인다.
또 코사이언은 무선리모컨·레이저센서·버저용 스피커·전광판·라인센서, 콜든키정보통신의 스마트카드와 생체지문인식기가 장착된 PC, 서원무인기술의 근거리 정찰용 휴대 무인 항공기, 아이피에스의 스마트카드시스템을 이용한 ID신분증카드·전자화폐·물류유통업무자동화시스템, 에어넷의 무선 광레이저 전송장비 등이 눈길을 끌 것으로 기대된다.
지상무기 전시회에서는 국내 기술로 개발된 첨단 지상무기 50여점이 소개되며 육군 홍보관에서는 전반적인 육군 활동상이 전시된다. 이와함께 장교·부사관·특기병 선발제도에 대한 세부 소개와 함께 현장 상담이 이루어진다. 장병 진중 창작품 전시회에서는 육군 장병들이 군생활 중 틈틈이 만든 창작품을 모아 소개한다.
학술행사로는 전국 20여개 대학생 100여명이 참가하는 대학생 안보토론회가 열려 ‘적극적이고 효과적인 평화유지활동 참여 방안’을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일 예정이다. 또 학계·언론계·NGO·군 등 각계인사 100명이 참여하는 지상군 정책 심포지엄에서는 ‘미래 지상군 전략 발전 비전 및 방향’을 주제로 정책 과제를 도출할 계획이다.
지상무기체계 발전 세미나에서는 기동·화력 등 6개 지상무기분야에 대한 최신 정보 교류와 첨단무기 개발방향 등이 제시될 전망이다.
청소년을 위한 행사로는 초·중·고생 400여명이 참여하는 육군·대덕대학 공동 주관의 로봇경진대회가 마련되어 있으며 로봇경주트랙 경기를 토너먼트 방식으로 펼치게 된다.
이외에 모형헬기 대회 및 서바이벌, 안보창작대회 등이 부대행사로 펼쳐진다.
이번 행사를 주관한 대전시 이진옥 경제과학국장은 “국방마트가 벤처기업의 마케팅에 크게 기여하는 등 육군과 벤처기업간 윈윈 모델이 되기를 기대한다”며 “첫술에 배부르기보다 한계단 한계단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굵직한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