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IT 수입물품에 대한 관세부과 문제가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97년 정보기술협정(ITA) 발효 이후 첨단 IT제품에 대한 관세행정의 후속조치가 관련업계에 혼선을 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현황=15일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관례상 동일 세번으로 반복 신고돼 온 수입물품의 세번이 세관의 추후 심사를 거쳐 번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해당 업체는 관세율차만큼의 세액추징과 벌과금의 일종인 가산세까지 부과받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기술의 발달과 디지털 복합기기의 출현이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IT제품의 경우 ITA의 카테고리 분류와 한국 관세당국의 과세기준간 차이로 인해 일선 업체의 혼선은 물론 해당 산업의 발전까지 가로막는 요인이 된다는 우려까지 낳고 있다.
실제로 반도체 제조에 사용되는 자동이송장치의 경우 업계는 이를 관세율 0%의 ITA 대상품목인 HS번호 ‘842839’로 분류해 수입신고를 해왔다. 그러나 세관은 최근 이를 관세율 6%인 ‘842899’로 분류, 관세율차만큼의 세액추징과 함께 추징액의 20%에 해당하는 가산세까지 부과했다. 반도체장비인 마킹머신도 ITA 규정에서는 무관세 품목으로 규정돼 있는 반면 관세당국은 마킹머신 가운데 웨이퍼마킹은 과세적용 대상으로, 칩마킹은 무관세 대상으로 각각 분류하고 있다. 이밖에 필름형 리드프레임, 반도체장비용 정전기처 등이 대표적인 관세부과 혼선품목으로 지적되고 있다.
◇문제점=근본적으로 빠른 품목변화에 관세행정이 발빠른 대응을 못하고 있다는게 문제다. 관세행정의 경우 국내 세법과 관련된 각종 법령의 종합적인 손질이 불가피하다. 따라서 몇몇 품목의 관세부과 여부만을 놓고 매년 새로운 기준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조세당국의 입장이다.
특히 품목의 변화가 심한 IT제품의 경우 지난 97년 미국이 자국 이익을 일방적으로 반영해 제정한 ITA의 카테고리 자체가 모호한 측면이 많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뿐 아니라 각국 세관당국은 ITA와 자체 관세기준간 상치되는 부분에 대한 처리에 애로를 겪고 있다.
이번에 무역협회가 지적한 관세당국의 가산세 부과도 주요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일종의 벌과금인 가산세는 추징관세의 20%에 해당하는 고율이다. 이에 따라 관세당국의 ‘선통관-후심사제도’로 인해 통관이 모두 끝난 후 뒤늦게 관세부과는 물론 고율의 가산세까지 징수하는 것은 세번적용 오류 등 탈루의 고의성이 명확치 않은 선의의 업체에까지 피해를 준다는 게 무역협회의 분석이다. 올들어 8월까지 탈루세액 추징액인 1600억원 중 세번적용 오류로 인한 추징액은 200억원 내외로 파악되고 있다.
◇전망=지난 97년 ITA 발효 이후 세번 오류문제가 꾸준히 지적돼 온 만큼 반도체산업협회 등 관련 대표기관과 재정경제부 등은 수차례 회의를 거쳐 가이드북 등을 마련해 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업계와 관세당국간 이해의 골이 깊은 만큼 관련부처와 기관은 세계관세기구(WCO), 세계무역기구(WTO) 등과의 협의를 통해 국제적 조율을 펼칠 방침이다. 특히 전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7일 무역협회, 반도체산업협회 관계자들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가산세 철폐 등을 긍정적으로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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