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첼로의 소리는 결코 화려하거나 튀지 않습니다. 하지만 풍부한 음량과 중후한 소리는 모든 연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죠. 이게 바로 첼로의 매력이 아닌가 싶어요. 저 역시 이런 마음으로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여성 싱어송라이터 이인영. 첼로에 매료돼 예명도 ‘첼로’라고 지었다. 그녀의 이력을 보면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첼로와 닮아 있다.
이인영은 이은미·이광조·이기찬·강수지·임지훈 등의 세션과 신승훈·에코·델리스파이스의 앨범에 작사·작곡·편곡자로 참여해 왔다. 한양대 작곡과 출신인 그는 오케스트레이션 편곡능력까지 갖춘 국내 몇 안되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덕분에 이인영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일본 이와이 슌지 감독의 명콤비인 레미디오스에 견주어지기도 한다.
이런 그가 최근에 솔로 프로젝트 앨범 ‘첼로(CELLO)’를 발표해 세간의 화제를 끌고 있다. ‘첼로’는 그가 전곡을 작곡하고 프로듀싱한 앨범이라는 점에서 국내 제1호 여성 프로듀서의 탄생을 알린 것이기도 하다.
작사·작곡에서는 여성들이 꽤 있지만 음악을 기획·제작하는 프로듀싱에는 남성이 압도적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사회 통념상 음반 프로듀싱은 ‘금녀’의 영역으로 여겨진 것이다. 이에 대해 이인영은 “오히려 여성 특유의 감성적인 정서가 음반 기획과 제작에 효과를 배가시킬 수 있다”며 야무진 답변이다.
‘첼로’ 음반은 이인영의 서정적인 정서가 세련되고 고급스런 발라드, 듣기 편안한 미디엄 템포의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곡들과 조화를 이루며 공일오비·토이의 계보를 잇고 있다. 오래 들으면 들을수록 더 좋은 음악, 명품임을 느끼게 된다.
특히 이 앨범에는 평소 음악적으로 교류해 온 김광진, 유리상자의 박승화, 일기예보의 강현민, 이규호, 이정훈 등이 보컬로 참가했으며 기타에 함춘호와 샘 리, 피아노에 한충완, 베이스에 신현권 등 국내 최고 세션이 빛을 발하고 있다.
“대중적이면서도 음악적으로도 인정받는 뮤지션이 되고 싶다”는 이인영. 하지만 단기간에 승부를 낼 욕심은 없다. 꿈★은 이루어지길 믿기에 한 걸음 한 걸음 나갈 계획이다. 요즘은 연주앨범 제작에 정신이 없다는 이인영에게서 대중음악의 가능성을 엿보게 된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