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접광고 숨바꼭질 언제까지...

 지상파TV의 간접광고가 도를 넘어서고 있으며, 간접광고의 방법도 갈수록 교묘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최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미디어워치는 올해 상반기 이후 지상파TV 3사의 드라마들을 중심으로 간접광고를 모니터링한 결과, 간접광고의 방식이 단지 특정상품을 노출시키는 것에서 더 나아가 드라마의 다양한 에피소드를 만드는 핵심소재로 사용하거나 배역과 관련된 내용인 것처럼 다루면서 장황하게 상품의 특징이나 장점을 묘사해 실제적인 의미의 간접홍보를 자처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디어워치는 이같은 간접광고가 드라마나 시트콤에서 흔히 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다음은 미디어워치가 정리한 드라마 간접광고의 유형별 사례들이다.

 ◇스타마케팅을 통한 간접광고=MBC 미니시리즈 ‘내사랑 팥쥐’에서는 주인공 장나라가 광고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회사의 제품들이 소품으로 고스란히 등장하면서 드라마가 광고를 위해 전개되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휴대폰에 선명히 새겨진 KTF 상표와 비기(Bigi) 스티커가 의도적으로 노출되는 사례도 여러차례 적발됐다.

 ◇규제의 허점을 이용한 간접광고=SBS ‘라이벌’의 주인공들이 골프 브랜드 ‘잭 니클라우스’와 ‘엘로드’를 입고 나오면서 방송에서는 잭 니클라우스를 ‘니클라우드’로, 엘로드를 ‘일로즈’로 이름을 살짝 바꿨다. 하지만 웬만한 시청자라면 이 정도는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을 제작진은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초기 이 문제에 대해 방송위원회로부터 경고 및 관계자 경고조치를 받은 이후 간접광고문제에 대해 자제하는 듯 했으나 마지막회와 그 전날 방영분에서는 극중 주인공 김재원이 광고모델로 활동중인 던킨도너츠를 수차례 의도적으로 비춰 마지막 방송임을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프로그램과의 구분이 모호한 간접광고=MBC의 ‘인어아가씨’는 일일극의 특성을 이용해 마치 영화 ‘트루먼쇼’에서 프로그램 안에 등장하는 소품들을 광고하는 것을 연상케 할 만큼 연기자들의 대사 안에 특정한 상품에 대한 설명이나 칭찬이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는 사례의 전형이다. 여성용 트렁크 팬티에 관련된 에피소드가 6일에 걸쳐 방송, 극의 전개상 왜 이렇게 여러차례 등장하는지 의문이 든다. 트렁크 팬티 자체에 대한 찬사가 주를 이루고 있으며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트렁크 팬티 중 특정 브랜드(비비안) 한군데에서만 야광제품이 나오고 있음을 볼 때 간접광고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실련 미디어워치는 프로그램 제작의 수단으로 간접광고가 이용되는 것은 철저히 금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협찬형태를 공정하게 밝히지 않고 협찬사에 대한 보답이라는 방식으로 방송내용과 불가피하게 관련이 되는 내용으로 노출이 이뤄지는 것은 방송의 공정성을 저해하고 프로그램을 왜곡시켜 프로그램인지 광고인지 구분하기 어렵게 한다고 밝혔다. 또한 궁극적으로는 방송의 공정성과 공공성의 기능에 대한 시청자들의 신뢰를 상실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미디어워치는 간접광고에 대한 명확한 구분과 함께 협찬에 대해서도 제도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협찬은 공식적인 회계처리도 하지 않고 방송발전자금의 징수대상이 되지 않은 채 수익의 일정부분을 구성하고 있으며, 어떻게 쓰여졌는지 분명하게 밝혀지지 않아 방송사의 음성적인 소득원이 될 수 있다. 이같이 협찬이 광고를 대신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협찬을 더욱 투명하고 공정하게 할 필요성이 있다.

 <유병수기자 bjor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