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핵심인력 `대이동`

 IT업계의 고급 인력이 대이동을 시작했다.

 주요 IT기업이 경기침체를 타개하고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핵심 인력에 대한 물갈이작업에 착수하면서 본격적인 인력대이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HP·컴팩 통합, IBM의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 흡수와 같은 대형 인수합병(M&A)이 성사된 이후 회사의 지향점과 임직원의 목표를 일치시키기 위한 노력이 구조조정 및 신규인력영입으로 구체화되면서 앞으로 대대적인 인력재편을 예고하고 있다.

 우선 21년간 한국HP에 몸담았던 유원식 부사장이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 신임 사장으로 영입됐으며 유 사장의 자리이동으로 한국HP의 대기업 영업담당이었던 천부영, 최동출 상무까지 유 사장을 따라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로 옮겼다. 그동안 한국썬은 대기업 대상의 비즈니스에서 경쟁업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졌다는 점에서 유 사장, 천 상무, 최 상무 등의 이직은 한국썬의 ‘아킬레스건’을 상당 부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컴팩코리아의 수장이었던 강성욱 사장이 한국HP에서 서버를 포함한 기업용 시스템 비즈니스를 총괄하는 ESG 사장직을 맡았으나 최근 네트워크 장비업체인 미 시스코시스템스의 아태지역 부사장으로 새출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이상섭 전 한국HP 이사가 고객관계관리(CRM)기업인 유니보스로 이직했고 박명근 전 이사도 한국스토리지텍 글로벌사업부에 새 둥지를 트는 등 통합 HP로부터의 엑소더스가 잇따르고 있다.

 앤더슨컨설팅, PwC, 아더앤더슨, 딜로이트컨설팅, KPMG컨설팅 등 5대 IT컨설팅기업에서도 일련의 흡수합병 및 조직개편에 따른 대대적인 인력이동이 시작될 전망이다.

 특히 IBM이 PwC를 흡수통합하면서 300여명에 달하는 PwC 컨설턴트의 30% 가량이 새로운 회사를 물색중인 가운데 최영상 PwC컨설팅코리아 사장이 IBM에 합류하지 않고 기존에 임직원들이 출자·설립한 11개 IT기업의 총괄대표를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8월 아더앤더슨을 인수한 후 이달 초 회사이름을 베어링포인트로 바꾼 KPMG컨설팅코리아도 구조개편을 서두를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용 솔루션 분야의 인력이동 바람은 더욱 거세다.

 SAP코리아의 최승억 사장이 회사를 떠나 국내 모 대기업의 정보화사업 조언자로 활동하고 있고 조성식 영업담당 부사장이 토종 기업애플리케이션통합(EAI)기업인 미라콤아이엔씨의 COO로 자리를 옮겼다.

또 한국오라클의 윤한상 관리담당 부사장이 국산 DB성능관리 솔루션기업인 엠아이비테크놀로지의 부회장으로 선임됐으며, 이네트 공동대표였던 하만정 사장도 스토리지관리소프트웨어 기업인 팔콘스토어의 지사장으로 내정돼 지사설립 및 국내 총판업체 선정작업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형 CRM를 주창해온 장동인 DNI컨설팅 사장은 비즈니스인텔리전스(BI) 전문기업인 SAS코리아의 영업·컨설팅담당 부사장으로 새출발했다.

 이밖에 이경호 전 한국후지쯔 사장, 김재민 전 한국유니시스 사장, 이상렬 한국NCR테라데이타 영업총괄전무 등 외국계 유명 IT기업에서 경험을 쌓은 고급 인력들이 국내 IT기업으로 자리를 옮겨 경영을 내실화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이루어지고 있는 IT 전문인력의 대이동은 경쟁업체의 적대적 스카우트로 갈등을 빚는 형태가 아니라 필요한 인력이 적재적소에 찾아가는 모습”이라며 “IT인력의 자연순환질서가 정착돼 침체된 산업과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는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은용기자 e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