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홍보 "튀어야 산다"

 이삿짐센터가 바빠지는 가을 이사철, 특이한 이삿짐 트럭 한대가 서울 시내를 종횡무진 누빈다. 어? 못 들어본 이삿짐센터인데…라고 생각하는 순간 정웅인, 전광렬이 이삿짐 포장박스 포스터에서 코믹한 표정을 짓고 있는 보게 된다. 이 차량은 18일 개봉하는 2424 영화홍보 차량이다. 개봉일을 알리듯이 10월 18일 신속배달이라고 새겨넣은 문구도 눈에 띈다. 2424 홍보를 맡고 있는 아트로드 측은 이 영화가 이사라는 친근하고 일상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는 점을 감안해 이삿짐 트럭을 이용한 이벤트를 기획했다고 밝혔다.

 영화를 홍보하는 방법이 갈수록 기발해지고 있다. 몇년 전만 해도 기껏해야 TV나 신문광고, 포스터 부착을 통한 영화 노출이 주된 홍보수단이었지만 최근에는 각종 이벤트와 이색 시사회는 물론 잡지 발행, 카툰만화 제작, 특수 차량을 통한 홍보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면서도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방법들이 많이 선보이고 있다.

 한달에 15∼20여편의 영화가 개봉되고 이 가운데 흥행에 성공하는 것은 3∼4편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어떻게 해서라도 영화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는 게 홍보의 기본. 따라서 영화 이미지에 맞는 독특한 홍보방식을 구상하느라 홍보 대행사나 영화 제작사의 마케터들이 벌이는 두뇌싸움은 그야말로 치열하다.

 2424 홍보팀은 차량으로 시내를 달리는 것뿐만 아니라 영화 홈페이지 신청자 가운데 추첨을 통해 무료로 이삿짐 트럭을 제공하는 이벤트와 5000만원짜리 원룸과 300만원 상당의 가구세트를 1년간 무료로 제공하는 이벤트도 함께 고안했다.

 80년대 불량 영웅이었던 박중필의 황당무계한 이야기를 다룬 코믹 히어로 액션 ‘품행제로’(11월 개봉예정)는 잡지를 통한 홍보를 진행하고 있다. 품행제로 영화만을 내용으로 다룬 이 잡지는 커버스토리, 배우 10문10답, 매력분석 등 영화 및 배우에 대한 궁금한 사항을 잡지 기사 형태로 싣고 있다. 잡지형태의 영화홍보는 품행제로가 처음. 이 잡지는 TTL존과 하디스, 지피지기 매장을 통해 무료로 배포된다.

 만화를 통한 홍보도 이제 일반화되고 있다. 화산고와 와니와 준하는 영화 속 이전 이야기를 프리스토리라는 이름의 단행본 만화책으로 미리 선보였고 예스터데이의 경우는 영화의 광고 전단을 만화가 이현세의 만화로 제작·발행하기도 했다. 친구와 반칙왕의 경우는 영화 흥행 이후 단행본이 발간된 케이스다.

 영화 홍보에 맞춰 연관된 스포츠 경기를 후원하거나 즉석 스포츠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11일 개봉한 남자 태어나다의 경우 개봉을 앞둔 7일 장충 체육관에서 ‘남자 태어나다’배 아마추어 권투대회로 포문을 열었으며 평범하고 무능한 가장과 프로그래머 출신의 지적인 도둑 사이의 신경전을 그린 도둑맞곤 못살아의 경우도 프로그래머가 나오는 특성을 살려 ‘도둑맞곤 못살아’배 스트크래프트 최강자전을 마련했다. 패밀리는 영화 속 소품, 의상의 경매를 통해 축구 성금을 마련하는 이벤트를 기획했다.

<조인혜기자 ih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