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이 실망스러운 실적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내 반도체주에 대해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돼 주목된다.
인텔의 부정적 효과가 국내 업체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인 데다 대만 반도체주가 급등하고 있고 D램 가격도 상승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18일 예정인 삼성전자의 실적 발표가 시장의 기대에 부합하는 수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반도체주에 대한 긍정적 시각을 확산시키는 데 일조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을 반영해 16일 증시에서 삼성전자의 주가는 전일 30만원선을 회복한 후 상승세를 지속, 1.67% 오른 30만5000원으로 마감됐다. 하이닉스도 4.48% 상승한 350원을 기록했다. 다만 반도체 장비 및 재료주들은 인텔의 설비투자 삭감 소식이 악재로 작용해 전일의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인텔의 영향은 제한적=전세계 반도체 선두업체인 인텔의 3분기 실적이 시장 평균 예상치를 밑돌면서 장마감 후 시간외 거래에서 주가가 12.5%나 하락했다. 인텔은 또 3분기 실적 전망치와 설비투자 규모를 하향조정한다고 밝혀 향후 전망을 어둡게 했다.
전문가들은 이 소식이 단기적으로 국내 관련주 주가상승에 부담요인이 될 수 있지만 그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사업구조가 다르고 국내 기업들이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인텔의 매출이 목표치를 충족했기 때문이다. 인텔의 CPU 매출이 회복돼야 한국의 주력품목인 메모리칩 수요도 증가한다는 점에서 예상치를 밑돈 수익보다는 예상치를 충족한 매출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D램 가격 상승=최근 반도체주 상승의 가장 큰 원동력은 D램 가격 상승이다. 전일 아시아 반도체 현물 시장에서 256M에 이어 128M DDR D램 현물가격도 고정거래가격을 넘어섰다. 이에 따라 고정거래가격 인상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9월 기준으로 D램 업체들의 평균 DDR 생산비중은 50%에 불과해 현재 공급부족 상태로 보인다며 11월 초순 정도까지는 DDR 가격이 강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만 반도체주 급등=대만 주식시장에서 반도체 관련주들이 급등했다는 소식은 국내 관련주들의 분위기 반전에 일조하고 있다. 대만이 PC 수요와 연결되는 전세계 주기판 시장의 7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만 반도체주 급등 소식은 국내 관련업체들에도 긍정적인 뉴스다. 다만 여전히 PC시장 전망이 암울한 데다 그동안 대만업체들의 주가 낙폭이 과도했다는 점에서 최근의 주가 급등은 일시적이라는 지적도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아직도 변수 많다=반도체와 관련해 여러가지 재료가 쏟아지고 있지만 아직 IBM·삼성전자의 실적발표 등 변수들이 남아있는 상황이다. 아울러 최근의 긍정적 시각을 견제하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게 사실이다.
진영훈 대신증권 연구원은 “인텔의 3분기 매출이 예상치 수준에서 발표됐지만 그동안 워낙 보수적으로 전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의미를 둘 수는 없다”며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도 예상치 수준에서 발표될 것으로 보여 관련주에 큰 영향을 미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