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의 연내 디지털TV 100만대 공급 계획은 물건너 갔나?
최근 연중 최고의 TV판매시즌을 맞은 혼수가전시장에서 의외의 부진을 보인 가전업계의 DTV판매 예상치를 보면 "그렇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정통부측도 연초부터 방송국을 독려해 HD방송 확대, HDTV중계기 설치 및 지방에서의 HD방송 확대 등을 추진해 왔지만 뒤늦게 이러한 계획실현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실제로 정통부 내부에서 작성한 자료를 보면 올해안에 70만대 이상의 DTV를 신규로 보급하긴 어려울 것이란 업계 주장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 즉, 99년 이후 디지털TV대수를 포함해 10월초 현재 디지털TV보급률 100만대로 추정하고 있다. 당초의 ‘올해안에 100만대 보급’에서 물러난 것이다.
정통부는 이처럼 ‘연내 100대 보급’에서 슬그머니 한발 물러난 배경에 대해 방송국과 제조업체들의 협조미비가 작용(?)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최근 상황을 볼 때 100만대의 DTV공급에 이어 내년부터 단계적 데이터방송 실시를 통해 양방향 디지털TV 시대로 이행한다는 정통부의 계획도 순연될수 밖에 없게 됐다는 점이다.
최근의 상황과 정통부의 입장을 살펴 볼 때 DTV보급부진의 배경을 여러가지로 생각할 수 있지만 크게 두가지 원인을 생각할 수 있다.
이번 아시아경기대회에서 보았듯 당초 공식적으로 예정됐던 HD방송 일정은 방송국의 외면으로 하일라이트 모음과 폐막식중계 등 2개 프로그램만 방송됐다.시간과 경제성및 자재 부족등을 들어 뒤늦게 불가하다는 통보를 해온 것이다. 또 디지털방송 규격을 둘러싼 방송국과의 싸움도 여전히 숙제로 남아있다. 방송국의 절대적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 HDTV보급 확산의 한축이 무너진 것이다.
또하나는 방송국의 HD방송 확대에 따른 디지털TV판매 확산을 기대하면서도 방송제작지원에 대해 상반되는 제조업체들의 입장이다. LG전자는 올들어 25억원 규모의 HD방송 제작비를 방송국에 지원했지만 삼성전자는 전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삼성아메리카의 경우 미국에서 NBC등에 HD방송 제작지원을 하고 있다.
정통부는 월드컵행사 때 한달에 7만대라는 사상 최고의 디지털TV 판매가 이뤄지면서 희망에 부풀었었다. 하지만 아시안게임이 끝난 지금 DTV관련 정책에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는 방송사와 가전업체를 다독이면서 HD방송 확산및 TV산업 활성화를 동시에 이끌어내야 하는 입장에 서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가전업계가 14일 가격인하로 디지털TV판매활성화책을 내놓았지만 고가 PDP TV위주여서 섣불리 효과를 예단하기는 어렵다.
결국 정부의 DTV 100만대 보급은 연내 이루어질 수 없는 계획으로 굳어지고 있으며 그만큼 양방향디지털TV시대의 개막도 갈길이 멀게 됐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