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탄다. 목타.’
2002년 마지막 분기를 남겨두고 반도체장비업체들이 ‘수주 갈증’에 시달리고 있다. 상반기 국내 소자업체들의 대규모 장비 발주로 수요가 반짝 상승하기도 했지만 업체들이 느끼는 체감경기는 여전히 썰렁한 상황이다.
이는 한해를 마무리하는 4분기를 맞아서도 침체된 장비경기를 역전시킬 만한 소자업체의 대규모 장비발주가 더이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해외 소자업체들이 올해 설비투자를 축소하기로 결정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삼성전자가 설비투자 확대를 선언, 장비업체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왔으나 삼성의 약발도 4분기까지 이어지지는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전망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상반기 매출 이후 하반기에 특별한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상반기 매출액이 곧 연간 전체의 매출액이었던 지난해 상황이 올해도 재현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최근들어 삼성전자에 최소 4∼5대의 전공정장비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던 모 장비업체는 3대의 납품계약 체결 이후 추가 발주에 난항을 겪고 있다.
또 다른 업체도 삼성전자 대상의 4분기 매출을 제로로 수정하고 내년도 매출전략 수립에 몰두하는 등 상당수의 업체들이 올해 남은 기간보다는 내년에 더 많은 기대감을 걸고 있다.
여기에 해외, 특히 동남아 국가의 신규 수요처 발굴을 통해 내수 위주의 매출구조를 탈피하고자 했던 장비업체들의 노력도 최근 대만 소자업체들의 투자위축으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300㎜ 설비투자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며 국내 장비업체들의 주요 수출창구가 돼왔던 대만의 파워칩세미컨덕터가 일본 엘피다메모리 진영에 합류하기로 한 것도 이들 회사의 완전결합이 이뤄지지 전까지 설비투자 보류의 결과를 낳을 수 있어 호재보다는 악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대부분의 반도체장비업체들은 아직 대외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올 매출목표를 하향조정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상과는 달리 반도체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소자업체들의 투자심리 또한 위축돼 이번 분기중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소자업체 대상의 반도체장비 신규수주는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300㎜ 일관생산라인(FAB:팹)인 12라인 설비투자를 위해 이달중 장비 공급업체를 선정할 예정이지만 관련 매출은 내년 상반기에나 발생할 전망이다. 따라서 장비업계에서는 적어도 4∼5개월 동안은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낼 수밖에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최정훈기자 jhchoi@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