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장비업계가 애태우며 기다려온 3G 시장이 열리면서 시장을 선점하려는 업체간 경쟁이 달아오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IDC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세계 동기 및 비동기식 3G 장비 시장규모는 올해 18억6630만달러에 이르고 내년에는 본격적인 3G 상용서비스 개시에 따라 이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난 59억5760만달러에 달할 전망이다. 이러한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돼 오는 2006년에는 338억4960만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표참조
이에 따르면 cdma2000 1x EVDO(Evolution Data Only) 및 EVDV(Evolution Data and Voice)가 대부분인 동기식 3G 장비 시장은 올해는 1억1800만달러 규모에 그칠 것으로 보이지만 내년에는 11억4580만달러로 10배 가까이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동기식 3G 시장은 향후 5년간 189%라는 높은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예상돼 장비 시장 전망을 더욱 밝게 하고 있다.
동기식 3G 시장에서는 cdma2000 1x 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CDMA의 종주국인 국내 업체들의 선전이 예상된다. 전통의 강호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비롯해 최근 전열을 재정비하고 3G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현대시스콤의 활약이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국내 cdma2000 1x EVDO 시장의 주도권을 선점하면서 다져진 기반을 바탕으로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영향력을 넓혀나가고 있다. 이미 지난해 5000억원 규모의 해외 수출을 기록한 삼성전자는 올해 9000억원대의 이동통신시스템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LG전자도 최근 베트남에 3500만달러 규모의 cdma2000 1x 장비를 공급하며 동기식 3G 시장에서 해외로 뻗어나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현대시스콤도 최근 사업조직을 새로 갖추고 동기식 3G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비동기식 3G 장비 시장은 올해 17억4830만달러 규모를 기록한 후 내년에는 48억1180만달러에 이르고 이후 5년간 95.7%의 연간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WCDMA(Wide band CDMA) 및 UMTS(Universal Mobile Telecommunication System) 등 비동기식 3G 장비 시장은 2006년에는 256억173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비동기식 3G 장비 분야에서는 이 기술의 기반인 2세대 이동통신기술 GSM(Global System for Mobile)에서 강세를 보여온 유럽 업체가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유럽의 통신사업자들이 일찌감치 비동기식 기술을 3G 기술표준으로 확정했기에 유럽 시장에 많은 이통장비를 공급해온 에릭슨, 알카텔, 노키아 등의 강세가 예상된다. 이미 이들 업체는 기존 공급사례가 있는 통신사업자를 대상으로 3G 사업을 강화해 적지않은 공급 계약을 체결한 상태다.
하지만 최근 유럽 통신사업자들이 3G 서비스를 연기하고 있고 이같은 상황에서 국내 통신사업자가 내년 상용서비스 개시를 앞둠에 따라 LG전자와 삼성전자 등 국내 업체의 활약도 기대되고 있다. 과거 CDMA 분야에서 한발 빠른 서비스 상용화에 힘입어 CDMA 시장을 주도했던 것처럼 비동기식 3G 분야에서도 상용화가 빠르게 이뤄진다면 국내 장비업체들의 선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밖에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노텔네트웍스 등 동기 및 비동기식 3G 솔루션을 모두 갖고 있는 업체들도 전방위적으로 3G 사업을 강화하고 있어 3G 장비 시장은 다국적 통신장비업체와 국산업체간에 한치의 양보도 없는 격전의 장이 될 전망이다.
◆동남아 CDMA벨트 `코리아 열풍`
삼성전자와 LG전자를 중심으로 한 국내 이동통신장비 업체들의 아시아 시장 진출이 활기를 띠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중국 CDMA 시장 진출을 계기로 시작된 국산업체들의 해외 진출은 올들어서도 일본,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에서 3G 분야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올들어 3G 장비의 해외 진출 물꼬는 삼성전자가 먼저 터뜨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인도네시아의 이동통신사업자인 라텔인도와 5만회선 규모의 cdma2000 1x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이 회사는 모토로라, 에릭슨 등 해외업체를 제치고 공급권을 따내는데 성공해 국산업체의 기술력을 과시했다. 특히 라텔인도사가 2005년까지 170만 가입자를 유치할 계획이어서 향후 공급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가 인도네시아 시장에 입성하며 동남아 CDMA벨트의 한 축을 차지하자 6월에는 LG전자가 베트남에 3500만달러 규모의 cdma2000 1x 장비를 공급하는 승전보를 전했다.
지난 2000년 SK텔레콤, 동아일렉콤과 설립한 합작사인 SLD를 통해 꾸준히 베트남 진출을 시도해온 LG전자는 캐나다의 노텔네트웍스, 일본의 NEC 등 세계 유수 통신장비업체를 제치고 공급권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특히 지난 6월 LG전자 구미사업장에서 열린 장비 출하식에는 베트남 정보통신정책을 관장하는 DGPT의 차관이 직접 참석하며 깊은 관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동남아에 이어 지난 8월에는 이동통신 분야의 선진국으로 불리는 일본 시장에도 한국산 3G 장비의 깃발이 꼽혔다. 삼성전자는 일본 제2이동통신사업자인 KDDI가 실시한 cdma2000 1x EVDO 시스템 공급자로 선정돼 올해중으로 1억달러 규모의 장비를 공급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일본 진출은 그동안 국내 이통장비업체들이 줄기차게 두드려온 일본 시장에 첫발을 내딛게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동기식 3G에 이어 비동기식 3G분야에서도 국내 업체의 해외 진출 전망은 밝다. 비록 국내 이동통신시장이 동기식 위주로 발전돼 비동기식 분야의 개발은 다소 늦게 진행됐으나 이미 해외 선진업체들에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췄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이를 입증하듯 최근 실시된 KT아이컴의 비동기식 3G 장비 입찰에서는 LG전자가 외산업체를 제치고 장비공급권을 따냈다. 특히 비동기식 3G 분야에서는 한국이 여느 해외 국가보다 빨리 상용서비스가 진행될 예정이기 때문에 국내 업체들에 더욱 유리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비동기식 3G 서비스망 구축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면 과거 CDMA에 대한 한발 빠른 투자로 전세계 CDMA 시장을 주도한 것처럼 비동기식 3G 시장에서도 ‘코리아 열풍’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비동기식 수주전 `총성없는 전쟁`
‘총성없는 전쟁이다.’
최근 전세계 이동통신장비업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진행되고 있는 국내 비동기식 3G 장비 입찰을 놓고 한 장비업체 관계자가 던진 말이다.
이미 상용서비스가 활발한 동기식 3G와 달리 이제 막 서비스 도입 움직임이 일고 있는 비동기식 3G 시장에서는 주도권을 선점하기 위한 업체들간의 경쟁이 전쟁을 방불케 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CDMA 분야에서 보여줬던 눈부신 성장을 지켜봤던 전세계 이동통신업계는 현재 한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비동기식 3G서비스 도입 과정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막강한 기세에 눌려 한국 이동통신장비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다국적 이통장비업체들은 이번 비동기식 3G 장비 입찰을 한국 시장 입성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여기고 전력을 다하고 있다.
지난 상반기 실시된 KT아이컴의 장비 입찰에서는 국산업체가 우세승을 거뒀다. 우선협상대상자 1개사와 예비협상대상자 2개사가 선정된 KT아이컴 입찰에서는 LG전자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삼성전자가 1순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반면 막판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던 노텔네트웍스는 2순위 예비협상대상자로 선정되는데 만족해야했으며 에릭슨은 예비협상자 명단에도 들지 못하는 수모를 겪었다.
또 다른 비동기식 사업자인 SKIMT의 장비 입찰은 현재 진행형이라는 점에서 더욱 관심을 끌고 있다. 최근 삼성전자, LG전자, 노텔네트웍스, 알카텔, 노키아 등 1차 BMT 통과업체 4개사를 대상으로 2차 BMT에 들어간 SKIMT는 이달말까지 BMT를 마치고 연내에 장비공급업체를 선정할 예정이다.
입찰에 참여하고 있는 4개사는 이번 입찰결과에 따라 향후 SKIMT의 3G장비 공급 경쟁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보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미 KT아이컴에 장비를 공급한 LG전자는 물론 LG전자에 선수를 빼앗긴 삼성전자도 장비 수주를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다.
나머지 외산업체의 입장은 더욱 절박하다. 노텔, 알카텔, 노키아 모두 아직 국내 통신사업자에 장비 공급사례가 없는 만큼 이번 수주에 실패한다면 한국 지사의 이통사업부 존립 의미가 희박해지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외산업체들은 국내 사업조직은 물론 본사 차원에서 전사적인 지원체계를 확립하고 수주전에 뛰어들고 있다.
“장비 공급권을 확보하는데 실패한다면 사표 쓸 각오를 하고 있다”는 한 외산장비업체 관계자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이 회사의 사활을 걸고 펼쳐지는 이번 수주경쟁에서 누가 최후의 미소를 지을지 국내는 물론 전세계 통신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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