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원격지 재해복구센터 구축사업 주춤

 올해 예정됐던 금융권의 원격지 재해복구(DR)센터 구축사업이 내년으로 연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침체와 주가하락 여파로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회사들의 DR센터(백업센터) 구축사업이 주춤거리고 있는 것이다.

 ◇DR센터 구축 연기 조짐=지난해 9·11 미국 연쇄테러 이후 금융감독원이 금융기관의 DR센터 운영을 의무화함에 따라 은행·증권·보험업계가 활발한 센터구축사업을 벌여왔다. 이에따라 대형 금융사의 30% 가량이 DR센터 구축을 마치거나 구축작업에 착수했다. 또 일부는 하반기중 시스템 구축과 사업자 선정 작업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러나 현재까지 사업에 신규 착수한 금융사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

 특히 최근들어 센터 구축을 아예 내년으로 미루려는 금융사들이 늘고 있는데다 일부에서는 연내 사업에 착수한다고 하더라도 실제 구체적인 작업은 내년으로 연기하겠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분위기는 연내에 36개사가 센터 구축계획을 세워 놓고 있을 정도로 활발한 움직임을 보여온 증권업계에서 여실히 감지되고 있다. 주식시장 침체로 인한 수익감소로 투자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동원증권의 겨우 상반기중 재해복구에 대한 컨설팅을 실시했지만 아직까지 장소와 사업자 선정작업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세종증권도 구축계획에 대한 검토가 늦어지면서 사업자 최종 선정을 계속 미루고 있으며, 제일투자신탁증권의 경우 사업제안서 배포가 지연되고 있다.

 서울증권·유화증권·SK증권의 경우 내년 3월말로 센터 구축계획을 늦추기로 계획을 수정한 가운데, 서울증권·유화증권은 내부적으로 검토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SK증권은 제안서 배포에 앞서 기초자료 조사를 벌이고 있다. 한국투자신탁증권도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지 않다.

 DR센터 구축 연기 움직임은 생명보험·손해보험업계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당초 보험업계에서는 올해 20여개사가 센터 구축에 착수할 계획이었지만 삼성생명 등을 제외한 중소 보험사들은 아직까지 사업발주를 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소 손해보험회사들의 경우 보험개발원이 건립하고 있는 DR센터 내에 백업시스템을 갖추는 방안과 SI업계에 아웃소싱하는 방안을 놓고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LG카드·삼성카드·외환카드 등 신용카드회사들은 신규 사업발주가 이어지지 않고 있다. 또 비교적 센터 구축작업이 진전되고 있는 은행권에서는 제일은행이 비즈니스상시운용체계 도입을 위한 컨설팅을 실시한 뒤 내년중 실시간 이중화 방식의 재해복구시스템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 증권회사 IT부문 관계자는 “금융감독원의 지시가 권고사항인 데다가 경기침체 및 주가하락과 겹쳐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사들이 적자가 발생하는 등 실적이 좋지 않아 자금소요가 많은 DR센터 구축을 미루고 있다”고 말했다.

 SI업체의 한 관계자는 “주가하락 영향으로 적자를 본 증권업계에서는 재해복구시스템 부문 투자가 우선 순위에서 밀리고 있고 생명보험과 손해보험업계의 경우 시장 점유율이 낮고 규모가 작은 회사들이 투자를 머뭇거리고 있다”며 “이때문에 금융권 DR 부문의 매출실적이 예상 목표액의 70∼80%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