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시장의 대장주인 휴맥스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엔씨소프트의 거래소 이전으로 방향성을 상실한 코스닥시장에서 그나마 자존심을 지키고 있는 휴맥스가 외국인들의 집중적인 매도와 주가급락으로 위상이 급격하게 훼손되고 있다.
이 회사의 주가는 올 하반기들어 갖가지 악재에 시달리며 지난 4월의 6만4700원을 최고점으로 하락하기 시작, 17일 현재 무려 73% 가량 떨어진 1만6900원을 기록했다. 외국인 지분율도 45%를 고점으로 급격히 낮아져 최근에는 12%선까지 떨어진 상태다.
◇잇따르는 투자의견 하향 조정=그동안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으로 휴맥스에 후한 점수를 주던 증시 전문가들이 최근들어 이 회사의 성장성 둔화와 셋톱박스 산업의 성장성에 회의적인 견해를 보이며 투자 의견을 낮추고 있다.
최근 교보증권 ,대신증권, 미래에셋증권이 투자의견을 하향 조정했고 외국계 증권사인 CLSA증권사는 휴맥스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도로 전환했다.
이성수 교보증권 연구원은 “휴맥스의 올 3분기 실적은 기대치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라며 “내년 주당순이익(EPS)을 30% 이상 하향 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연구원은 “이 회사의 향후 3년간 EPS 증가율이 4.2%로 업종 평균 40.1%에 비해 크게 낮다”며 업종 평균 이상의 가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특히 이 연구원은 “실적 부진의 최대 원인인 소매시장의 수요 부진이 유럽 방송 사업자들의 재무구조 악화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단기간에 회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예상했다.
CLSA증권도 9월 및 3분기 실적이 당초 예상치를 하회한 수준이라며 셋톱박스 시장 전망의 불투명으로 적정주가를 할인적용해 목표주가를 1만5180원으로 낮췄다. 투자의견은 ‘매도’를 내놓았다.
이 증권사는 경영진이 내세운 내년 예상매출 4000억∼4300억원, 영업이익 800억∼860억원 목표도 셋톱박스 시장의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여 달성하기 힘들 것으로 전망했다.
◇위기가 곧 기회=하지만 휴맥스의 현 위기는 재도약을 위한 시험대라는 점에서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용상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셋톱박스 시장의 성장둔화와 해킹으로 인한 기업 위상의 추락은 이 시장에서 휴맥스의 위치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이같은 난제를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향후 한단계 도약하느냐를 결정짓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서현정 한화증권 연구원은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셋톱박스 업계의 구조조정을 감안하면 휴맥스의 실적은 결코 부진한 것이 이니며 오히려 최상위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 상반기 셋톱박스 분야의 세계적인 선도기업인 사이언티픽애틀란타(SA), 모토로라, 패이스 등의 업체는 대부분 올 상반기 적자를 기록하거나 이익률이 대폭 감소했다. 그나마 실적이 좋았던 SA가 올 상반기 매출 8억4300만달러, 순이익 2800만달러, 영업이익률 3%에 그쳤다.
반면 휴맥스는 올 상반기 매출 1억6100만달러 ,영업이익 5400만달러, 영업이익률 33%를 기록했다.
서 연구원은 이에 따라 3분기 실적 저조가 셋톱박스 산업 구조조정의 이유도 있지만 무엇보다 바이액세스CAS와의 라이선스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 문제의 해결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휴맥스가 의도한 대로 미국 및 아시아 지역의 방송사 직구매 시장이 확대되고 케이블 셋톱박스 시장 진출을 통한 수익원 창출이 전개된다면 향후 상승모멘텀을 확보할 수 있는 만큼 대장주로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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