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사회의 힘 `S세대`>(2) S세대 특징과 역할

 몇 해 전 외국에서 중장년 여성(45∼66세) 11명의 누드사진이 담긴 달력이 제작됐다. 올해는 영국의 전직 장관(남·53세)이 여성지 누드모델을 하겠다고 했다. 누드모델하면 젊은 세대의 고유 직종이란 기존 통념을 깨는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올해 환갑이 넘은 할머니가 젊은 세대가 즐기는 온라인 게임에서 최고점수를 기록했다. 이 게임의 이용자는 140여만명에 이르지만 최고 점수에 도달한 사람은 불과 174명밖에 안된다고 한다. 과거 노인들에게서 기대하기 힘든 일이 일어나고 있다. 그만큼 세상이 변하고 있으며 그 변화의 바람을 일으키는 노인이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과거 노인은 무조건적인 경로 대상으로 여겨졌고, 세심한 대우와 보호를 받아야 되는 사회구성층으로 인식돼왔다. 고령자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여러 보고서를 보면 과거 노인들은 보수적이며 자녀에 의존적이고 주로 노인끼리 어울리며 유행에 둔감하다고 돼 있다. 노인들은 삶에 있어 미래 지향적인 요소가 결여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고 여겼다.

 그러나 미래의 노인들은 과거의 노인과 같지 않다. 우리사회에 새로운 노인 세대가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 새로운 노인들을 S세대라고 부르고 싶다. 과거 회자되던 X세대·Y세대가 젊은 신세대에 대한 지칭이라면 S세대는 신노인층에 대한 지칭이 될 것이다. S세대가 신세대보다 더 중요한 이유는 그들이 우리사회 중심에 서 있으며 미래에는 다수이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S세대는 베이비 붐 시대에 태어나 현대사의 발전을 이룩하며 사회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연령층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들은 과거의 노인들과는 매우 다른 특징을 보인다.

 급변하는 사회 시스템을 잘 받아들이고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으며 전문적 지식과 다양한 문화교류로 사회 참여에 대한 많은 욕구를 갖고 있다. 이들은 건강과 취미 생활에 대해 과감한 투자를 하며 나이와 젊음은 별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변화를 재빨리 눈치채고 활용하는 곳이 산업계의 마케팅 분야다. 최근 기업들의 두드러진 특징 중 하나는 S세대에 대한 ‘실버마케팅’이다. 광고 예산의 95% 이상을 차지하던 젊은 세대 중심의 마케팅이 노인대상 마케팅으로 옮겨가고 있다. 기업들은 S세대 노인들이 경제적 여유가 있으며 자신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한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선진국의 경우 새롭게 출시된 고급 자동차의 절반 가량을 노인들이 구입한다는 통계가 있다. 우리나라도 전체 휴대폰 가입자가 작년 대비 4% 정도 상승된 반면 노인용 휴대폰의 증가율은 10% 이상이었다. 적극적인 ‘실버마케팅’에 힘입어 노인용 휴대폰 시장이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우리는 미래사회 다수로서 사회의 많은 지식과 부를 소유하게 될 S세대의 능력과 자원을 잘 활용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선 우리사회 시스템이 S세대를 최고의 소비자와 최고의 생산자로서 활동할 수 있도록 변화돼야 한다. S세대의 출현은 고령화에 대한 자연스런 사회현상이지만 국가발전을 위해 우리는 S세대의 탄생과 진화속도를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 변화를 가속시켜줄 사회 인프라 구축과 필요기술을 개발해야 할 것이다. S세대에 대한 치밀한 연구도 필요하다. 우리 중장년들이 경쟁력 갖춘 미래의 S세대가 되도록 해야 한다.

 한 보고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향후 10년간 장기적인 호황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한다. 가장 큰 이유는 노동인력의 비중이 향후 10년간은 증가할 것이며 이는 미국이나 일본의 호황기와 유사한 상황이다. 그러나 최대의 걸림돌이 있으니 바로 인구의 고령화다. 필자는 우리나라가 그 걸림돌을 잘 해결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이유는 S세대가 매우 긍정적이며 젊게 생활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해왔던 컴퓨터 게임분야에서 할머니가 최고의 고수가 되는 등 21세기 선두에 우리의 S세대가 서 있는 것이다.

 <한양대 의대 의용생체공학교실 김선일 교수 sunkim@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