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이동통신 시장에서 경쟁력을 결정하는 핵심 척도는 반도체와 부품의 기술력 및 원가경쟁력이다.
누가 얼마나 앞선 기술의 부품을 값싸게 제때에 조달하느냐에 따라 승패가 가려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3세대 이동전화단말기는 나노미터(㎚)급 초미세회로 설계 및 공정기술을 바탕으로 제작된 초소형 반도체를 기반으로 다종의 기능이 통합돼 콤팩트화·고성능화·컨버전스(복합)화되고 있기 때문에 핵심 부품의 기술력은 경쟁력을 좌우하는 척도가 되고 있다.
3세대 이동통신 부품을 크게 나누면 주요 기능을 담고 있는 △반도체 △영상 및 동영상 등 멀티미디어 기능을 지원하는 디스플레이 △전원을 공급하는 2차전지 △특정 용도의 각종 개별 부품 및 소재들이다.
반도체의 경우 이동전화·PDA용 저장장치로 주로 활용되는 세계 플래시메모리 시장규모만도 올해 80억달러, 2005년에는 140억달러로 전망되고 있으며 단말기와 기지국 제조에 필수 반도체인 디지털신호처리기(DSP)만도 38억달러의 규모를 이루고 있다. 또 2차전지 시장도 63억달러에 이른다.
컬러단말기용 디스플레이는 4000만개, 차세대 고성능 디스플레이로 각광받고 있는 유기EL도 600만개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이 규모가 모두 3세대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지만 컴퓨팅(PC)과 커뮤니케이션(이동전화)이 결합되고 점차 대용량·고성능화되면서 이같은 핵심부품의 필요성은 더욱 증대되고 있다.
이처럼 수요 급증세가 예상되자 세계적인 업체들이 모두 이동통신 쪽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
이동통신용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고 있는 퀄컴·모토로라와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에 대응해 CPU 시장의 거장 인텔이 후발 진입했으며 세이코엡슨·히타치·샤프 등 일본 업체들도 실력을 뽐내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전자·IT기기업체들과 통신사업자들도 핵심 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기술개발과 투자를 집중하고 정부가 부품 국산화를 위해 국책과제 및 지원사업을 대대적으로 벌이면서 기술수준이 크게 향상되고 있다.
삼성전자·하이닉스 같은 D램 업체들은 이동통신 시장을 겨냥해 슈도 S램·Fe램 등 모바일 메모리와 모바일 SoC 등 비메모리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삼성전기·LG이노텍 등 종합부품업체들도 표면탄성화필터(SWA)·적층세라믹콘덴서(MLCC) 등 다양한 솔루션을 갖추고 있다.
이오넥스(모뎀칩)·에프씨아이(RFIC)·토마토LSI(LDI)·코캄엔지니어링(2차전지)·SWP신우전자(스피커) 등 국내 벤처기업들도 상당한 실력을 갖추고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그러나 국내 반도체·부품업체들이 우리시장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해외시장으로 뻗어나가기 위해서는 단말기·기지국 등 시스템업체들과 협력관계를 모색해 윈윈할 수 있는 성공모델들을 개발해야 한다. 또 시스템업체들도 고부가가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부품 국산화와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노력들을 부단히 펼쳐 명실상부한 이동통신 강국, 한국을 만들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반도체=3세대 이동통신 부품중 국산화에 가장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가 반도체다.
이동전화단말기용 반도체는 크게 모뎀칩을 포함한 베이스밴드와 주파수(RF) 처리칩으로 구별되며 두 분야 모두 퀄컴·TI·모토로라(베이스밴드)와 RFMD·커넥선트(RF칩) 등이 2세대와 2.5세대를 거치면서 국내시장을 장악해 왔다.
하지만 3세대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국내 기술력으로 개발해오던 핵심칩들이 속속 상용화의 전기를 맞고 있다.
가장 핵심이 되는 모뎀칩 분야에서는 벤처기업 이오넥스가 WCDMA와 cdma2000 1x를 동시에 지원하는 듀얼모드 베이스밴드칩을 내놓았고 에프씨아이가 3세대 통신에 적용할 단일칩고주파집적회로(MMIC)를 개발,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실리콘세븐 등은 이동전화용 Fe램과 슈도 S램, 플래시메모리를 상용화해 세력을 넓혀가고 있고 STN LCD용 구동 IC(LDI)의 경우 삼성전자·하이닉스·토마토LSI 등이 세계 1위를 넘보고 있다.
이동전화용 디지털카메라에 들어가는 CMOS 이미지센서와 백엔드IC 분야의 기술력도 상당하다.
CMOS 이미지센서는 하이닉스가 일본 코니카와 대만 등지로 수출해 기술력을 과시하고 있으며 픽셀플러스·세빛아이에스·CI센서 등 벤처기업이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또 백엔드IC는 코아로직과 로직메카·엠텍비전이 기술력을 갖고 있고 코아로직의 경우 최근 LG전자에 통합 카메라솔루션을 공급, 양산을 진행중이다.
이외에도 얼랑시스템·에이로직스 등은 기지국에 들어가는 ASIC을 국산화했다.
◇디스플레이=3세대 이동통신은 음성·영상·데이터 등 멀티미디어를 자유자재로 구현해야하는 만큼 단말기에 멀티미디어를 효과적으로 표시하는 디스플레이는 반도체와 함께 가장 중요한 요소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3세대 단말기용 디스플레이로는 STN LCD의 뒤를 이어 새로운 이동통신단말기용 디스플레이로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는 TFT LCD와 유기EL(OLED)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그동안 컬러폰 시장을 석권한 STN LCD도 기술이 급진전하고 있으나 고휘도, 빠른 응답속도, 저전력 구동, 고도의 색재현성 등에 따라 후발 제품군들이 크게 호응을 얻고 있다.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OLED는 LCD와는 달리 유기 발광재료를 통해 직접 발광, 휘도가 높고 LCD보다 1000배나 응답속도가 빠르며 전력소모도 절반 수준이어서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러나 OLED는 청색 발광재료의 태생적 한계상 수명이 짧은데다 저전력 저가 드라이버IC 개발이 선결과제로 남아 있다. 이외에도 반사방지기술과 수율향상 등 아직은 해결해야 할 난제가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반면 TFT LCD는 OLED에 비해 기술검증이 완료됐고 수율도 높고 대량생산체제 구축에 따라 원가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고휘도 구현이 어렵고 응답속도가 늦어 개선점이 많은 상황이다.
삼성SDI·현대LCD·오리온전기 등 국내 업체들은 TFT LCD와 OLED, STN LCD 등을 적절하게 활용해 각 시장에 대응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엘리아테크는 자체적으로 OLED패널과 LDI를 내놓아 주목받고 있다.
주목할 것은 STN LCD를 개발해온 업체들이 OLED 진영에 합류, TFT LCD 진영과 승부를 벌이는 점도 관심거리다. 실례로 삼성SDI·현대LCD 등 STN LCD업체들이 OLED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TFT LCD쪽은 삼성전자가 유일하게 솔루션을 내놓고 있으며 이동전화용 소형 TFT LCD사업을 강화하고 있는 일본 업체와 격전을 벌이고 있다.
◇일반 부품 및 소재, 2차전지 등=일반 부품과 소재, 2차전지 분야에서는 삼성전기·LG이노텍·LG화학 등 대기업들이 종합적인 솔루션을 내놓고 있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의 경우 SAW필터 및 듀플렉서, 전력증폭기(PA) 모듈, MLCC 등 종합적인 솔루션으로 외산이 발붙일 틈을 주고 있지 않는 상황이다.
RF부품의 잡음을 제거하는 SAW필터는 삼성전기가 3030(3.0×3.0㎜)을 극복해 2020크기를 개발중이며 LG이노텍은 듀플렉서와 프런트엔드모듈(FEM) 응용제품에 주력하고 있다.
2차 전지는 LG화학이 차세대 전략제품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으며 내년 상반기 청주공장을 신축, 월 700만셀 체제(리튬이온 570만셀, 리튬폴리머 130만셀)를 구축중이다.
충전기에 사용되는 알루미늄 전해 콘덴서를 생산한 삼영전자, 휴대폰용 스피커를 생산하는 SWP신우전자, 지난 상반기 600만대의 휴대폰 케이스를 생산한 피앤텔 등이 국내 전문업체들이다.
이들은 각 분야의 전문 기술력을 바탕으로 국산화가 아니라 세계화를 노리고 이동통신분야의 세계 최강국을 만드는 주역들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3세대 이동통신에서는 다수의 부품이 시스템온칩(SoC)이나 모듈 형태로 통합·소형화하는 추세를 보이면서 시장경쟁이 점차 치열해지고 있으며 업계 공히 새로운 틈새시장을 개척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는 상황이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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