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VC, 파나소닉, 아그파 등 세계적 전자업체들의 한국법인장으로 취임한 외국인 최고경영자(CEO)들이 맹활약을 펼치고 있다. 이들은 한국의 기업문화는 물론 폭탄주로 대변되는 술문화에 대한 이해도 및 직원들과의 돈독한 유대관계를 바탕으로 또 다른 ‘코리안 드림’을 실현해가고 있다.
지난 97년 경기도 안산에 위치한 PS인쇄판 생산공장장으로 부임하면서 아그파코리아와 인연을 맺은 마티아스 아이히혼 사장은 필름회사로 인식이 굳어진 아그파코리아(http://www.agfa.co.kr)를 디지털 선두기업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해 앞장서고 있다.
아이히혼 사장은 고수익성 사업 분야에 전념하고 다양한 디지털 솔루션을 공급하는 데 사업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지난해말 디지털카메라와 스캐너 사업을 전격적으로 중단한 대신 사진 인화 장비에 대한 최고의 기술을 보유한 선두주자로서 사진 현상소를 위한 12인치 레이저 디지털 미니랩을 시판하면서 디지털 사진 시장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그는 “공장장으로 일하던 IMF시절 경험했던 노사분쟁이 경영 수업에 많은 도움이 됐다”며 “98년의 경험을 바탕으로 현재는 24시간 풀 가동, 4조 3교대로 시스템 도입을 잘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나쇼날파나소닉코리아(http://www.panasonic.co.kr)의 야마시타 마사카즈 사장은 국내 현지화에 가장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실무형 CEO로 불린다.
야마시타 사장은 한국시장이 일본은 물론 중국, 대만 등 여타 일반 아시아시장과 다르다는 판단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가 좌우하는 국내 시장에서 욕심을 부리지 않고 틈새시장을 공략, 연착륙을 이룬다는 전략을 추구하고 있다.
CEO로는 이례적으로 서울 동부 이촌동에서 전철을 타고 출퇴근하는 야마시타 사장은 신입사원들에겐 일본 파나소닉에서의 해외영업 경험과 싱가포르 근무경험을 시간을 내 들려주는 친형같은 존재로 불린다.
JVC코리아(http://www.jvc.co.kr)의 이데구치 요시오 사장(55)은 ‘혼자서는 변화를 이루기 힘들다’는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공존공생을 위한 팀워크를 강조한다.
지난 2000년 10월 기존 판매조직이던 미토상사를 재정비하면서 한국에 진출한 JVC코리아가 작년에 디지털캠코더 부문에서 기존 1위 업체인 소니코리아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데는 이데구치 사장의 노력이 컸다.
신모델 투입시기를 일본 본사와 거의 시간차를 두지 않는 타임투마켓제도를 도입했고 한국 진출 당시 100여개에 불과한 전국 대리점 수를 500여개로 늘린 것이 주효했기 때문이다.
할인점, 백화점, 홈쇼핑 등 유통채널을 다양화하면서 소비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JVC제품을 접할 수 있도록 한 경영도 JVC의 성장을 이끄는 데 한몫했다.
이데구치 사장은 ‘문화에 공헌, 사회에 봉사’라는 기업이념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JVC 브랜드를 한국소비자들로부터 사랑받는 브랜드로 육성하기 위해 다양한 로컬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