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보사피엔스 이야기>(39)니하오 로봇

 올들어 중국대륙으로 모여드는 세계 로봇업체 관계자들의 발걸음이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른 중국의 제조시스템을 통하지 않고는 아무리 기술력이 뛰어난 로봇회사도 비산업용 로봇분야에서 가격경쟁력을 지닌 제품생산이 어렵다는 사실이 명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아이로봇사가 선보인 199달러짜리 염가형 청소로봇을 살펴보자. 이 제품은 초기 시장진입을 위해 과감히 수익성을 유보한 미국 로봇회사의 전략적 판단과 함께 터무니없이 낮은 생산가를 기꺼이 수용하고 노동력을 제공한 중국 남부의 금형, 조립업체들이 없었다면 탄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웃 일본이 자랑하는 첨단 2족 보행로봇도 실제로 구매가능한 제품군은 모두 중국에서 조립되며 한국로봇업체들도 양산단계를 앞두면 어김없이 중국 공단지역으로 달려가야 하는 실정이다. 요즘 중국의 대규모 공단지역을 다녀온 사람들과 얘기하다 보면 그 옛날 사신길에 오른 조선관리들이 만리장성을 보며 가졌을 법한 콤플렉스마저 느껴진다.

 불과 몇년 전만 해도 한국인들은 중국내 로봇산업은 낮은 임금의 노동자원이 부족해지는 시점이 와야만 활성화될 것이라고 안이하게 판단해왔다. 그러나 최근 하이얼을 비롯한 중국내 대기업들은 첨단로봇산업에 집요한 관심을 드러내며 대규모 투자를 거듭하고 있다. 또 중국 자동차산업의 성장추이를 고려할 때 산업용 로봇시장도 중국대륙에서 급격히 확대될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중국이 10년 안에 첨단로봇분야에서 한국을 가볍게 추월하고 로봇왕국 일본에 근접할 것이란 비관적 전망까지 나온다.

 이미 중국인들은 로엔드 로봇격인 작동완구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주름잡고 있으며 하이테크 토이(말하고 원격조종이 되는 로봇완구)수요의 80%를 공급하고 있다. 이밖에 중국은 달탐사작업을 하는 우주로봇, 해저 7000m에서 작업이 가능한 수중로봇까지 국산화해 미국, 일본과 기술격차를 급속히 줄여가는 상황이다. 종주국을 자부해온 한국로봇축구도 거센 중국대륙의 역풍을 맞고 있다. 지난해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세계로봇월드컵대회에선 신예 중국팀들이 한국을 제치고 우승을 거의 싹쓸이해 로봇축구 종주국의 체면을 여지없이 구겼다. 중국로봇인력의 저력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현재 중국대륙을 지배하고 있는 한족은 그들이 오랑캐라고 무시해온 타민족의 문화적 성과를 받아들일 때는 뭐든지 한족중심의 세계관으로 흡수하려는 일관된 성향을 갖고 있다. 중국과학자들이 로봇이란 세계공통용어보다 기축인간(機軸人間)이란 중국식조어를 즐겨 사용하는 것만 해도 알 수 있다. 머지않아 중국인(한족)들은 과학교과서 한쪽에 고대중국의 자동인형을 소개하면서 로봇기술의 원조는 자신들이라고 주장할 것임에 틀림없다. 우리는 가장 깊은 의미에서 중국로봇산업의 성장추이를 주시해야 한다. 21세기 로봇산업에도 중화사상이 자리잡아선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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