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덕IT포럼 토론>
△토론 참가자
-사회=배재대 장종환 교수(대덕IT포럼 부회장)
-한국전자통신연구원 김현빈 가상현실연구부장
-대전시 이진옥 경제과학국장
-테크란 김정진 대표
-대구시 최창학 정보화담당관(대구IT포럼 회장)
△장소-대전롯데호텔
◇사회(배재대 장종환 교수)=2시간 동안 진행된 IT포럼 주제는 ‘지역 IT·디지털콘텐츠 산업 육성을 위한 세미나’였다. 이번 토론은 디지털 콘텐츠를 지역에서 활성화하기 위한 종합적인 토론이 되었으면 한다.
먼저 대전시는 대덕연구단지와 대덕밸리, 엑스포과학공원, 대덕테크노밸리 등 우리나라 최고의 연구 및 기업 환경을 가지고 있다. 주제발표에서 대전시의 IT, 문화산업 육성방안을 들어봤는데 그렇다면 시너지 창출을 위한 대안에 대해 말해달라.
◇이진옥(대전시 경제과학국장)=시너지 효과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데는 두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여러가지 사업이나 분야의 인프라를 감안해 특성화시켜 육성하는 것이다. 대전시의 경우 연구단지와 대덕밸리,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등 특화된 연구역량을 가진 기관이 많다. 연구개발된 기술을 가지고 스핀오프해서 창업벤처한 IT, 이머시스같은 기업들이 실제 성공사례로 꼽히고 있다.
또 하나는 벤처 지원을 위한 인프라 조성이다. 대전시에서는 모든 특성화된 사업의 효율적인 추진을 위해 첨단산업진흥재단 설립을 추진중이다. 최근 시의회를 통해 관련 조례도 제정했으며 이달 중 설립할 계획이다. 이 단지에는 종합적으로 운영할 주체가 필요하다. 이것도 지자체나 행정분야에서보다는 민간효율을 극대화시킬 수 있는 법인조직이 적절할 것이다.
이 재단은 정부 지원도 받고 대전시와 기업이 공동으로 100억원 규모로 출자, 여러사업들을 집중 관리 운영함으로써 시너지효과가 지속되도록 해나갈 방침이다. 여러분야를 이런 식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나가다 보면 시너지효과를 반드시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회=시너지효과를 극대화하도록 산·학·연이 힘을 모아야하고 성공적인 운영을 위해 서로 노력해야 할 것이다.
대구IT포럼과 대덕IT포럼은 유사성이 많고 좋은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상호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한 방안이나 대책을 대구시는 가지고 있나.
◇최창학(대구시 정보화담당관)=대구는 대전과 근본적인 차이점이 있다. 대구의 경우 포럼설립도 2년이고 구성멤버는 20명에 불과하다. 대신 운영을 내실있게 하고 있다. 매월 첫째주 수요일 오후 6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전원 멤버들이 모인다. 주제발표를 돌아가면서 1시간정도 하고 치열한 토론을 전개한다. 항상 저녁은 도시락이다. 밤 11시나 돼야 마칠 만큼 열성적으로 회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참여자는 학계나 연구원, 심지어 시의회 의원까지 포함하고 있으며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고 있다. 평소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가끔 당황하기도 한다.
2년 밖에 안된 모임이기에 연말까지는 지금 상태대로 운영할 방침이며 향후 조찬모임 등의 방식으로 전환하면서 참여범위 확대를 고려할 생각이다.
운영하면서 느낀 것은 대전에 비해 대구는 기존산업과의 갈등 관계가 심하다는 것이다. 대구는 제조중심의 산업 종사자들이 오피니언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렇기에 IT분야의 젊은 CEO들과 마인드면에서 차이를 많이 느끼고 있다. IT분야와는 달리 제조업체 대표들은 우선 차부터 다르고, 재력도 좋은 편이다. 지역에서의 영향력도 강하기 때문에 신산업분야 분위기 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장점으로는 기존 제조분야에 소프트웨어를 이식시킬 여지가 상당히 많다는 것이다.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등을 결합시킬 여지가 많은 데다 학원연구도시로의 특성 또한 강점이라고 본다.
지난해 발족한 디지털산업진흥원은 문화산업지원센터와 소프트웨어지원센터를 관장하며 대구시의 첨단산업 육성에 관여하고 있다. 시에서는 행정적인 뒷받침을 주로 한다.
대전과 대구는 서로 협력네트워크를 활용할 여지가 크다고 본다. 대덕은 역시 대전·충남 중부에 상당히 포괄적인 영향력을 가진 젊은 인력이 많고 이를 대구의 마켓과 결합시킬 수 있을 것이다.
대구는 기존산업과의 접목이 대전보다 용이한 부분이 많다. 기업의 수적인 측면에서도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렇기에 대구, 대덕 두 포럼이 양쪽을 서로 도와줄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했으면 한다. 대전은 대덕IT포럼이 산업체와의 중추적인 연계를 진행하고 대구는 대구IT포럼이 산업체와의 연계역할을 하면 기술 및 산업분야의 교류 창구역할을 충분히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가시적인 성과를 위해서 교류협력 세미나나 전시회 등을 활발히 개최하고 참여한다면 지역별 차별화된 커뮤니티가 될 것이다.
◇사회=고부가가치산업인 게임산업이 21세기 들어 각광받고 있다. CT 및 IT산업을 대전시가 전략적으로 육성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풀어야할 과제가 많다. 대전의 CT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서 지역에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김현빈(한국전자통신연구원 가상현실연구부장)=디지털 콘텐츠산업의 성장 가능성은 일단 긍정적으로 본다. 바이오인포매틱스같은 고부가가치 산업이 나오겠지만 디지털 콘텐츠는 우리나라 산업에 맞는 분야다. 우리나라에는 인터넷 인프라가 어느 나라보다 우수하고 또 초고속인터넷망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속에는 또 다양한 콘텐츠가 들어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갖고 있는 콘텐츠는 그리 많지 않다. 초고속인터넷망에 들어가는 콘텐츠를 남에게만 맡겨서는 안된다. 그렇게해서는 발전할 수 없다.
유무선 방송이 통합되어 디지털 방송화되면 채널이 100∼200개 정도 될 것이다. 콘텐츠를 뭘로 채울 것인가. 실제 전봇대에 단말기를 꽂아 콘텐츠를 받을 수 있는 기술도 나와 있다.
경쟁력은 몇 가지 나눠봐야 한다. 시장은 기획력과 기술력, 마케팅력으로 승부가 나는데 우리나라 기술력은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 그러나 세계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기획력과 마케팅 능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디지털 콘텐츠 육성방안은 첫째 자금이 있어야 하고 둘째 인적자원이 있어야 한다.
대전시가 디지털 콘텐츠 육성책을 발표했는데 그 모든 것들이 장비와 관련된 계획이었다. 인력이 서울 등지에서 들어올 것인지의 문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메리트가 없으면 인력유치가 가능하겠는가. 영화산업 육성이라든지 뭔가 인력유치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또 인력을 자체 양성해야한다. 대전시 교육청이 영화고등학교를 만든다고 하는데 바람직하지만 영화 하나만으로는 너무 부족한 것 같다. 영화종합고등학교를 아예 만들어야 한다. 인력육성을 위한 연구단지 계획들도 나와줘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 적절히 이루어지면 대전의 콘텐츠와 IT는 발전할 것이다.
◇사회=한국의 IT 가운데 모바일 휴대폰은 일본보다 앞서 있다. 그렇기에 주변국에서 한국 IT를 유출해가는 경우가 많다. 벤처들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의 보호 방안에 대해 들어보자.
◇김정진(테크란 대표)=벤처 취약점은 자금력과 조직력이다. 그런데 조직은 뜻 맞는 사람끼리 모여 하다 깨질 수도 있다. 그래서 정보가 유출되기도 한다. 조직이 깨지면 결국 남는 것은 특허밖에 없다. 철저한 특허 관리가 필요하다.
사람은 가더라도 특허는 남도록 관리해야 한다. 해외에서의 특허는 해당처에 출원해야 하는데 자금이 부족하다고 해외출원을 하지 않아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PCT만이라도 초기단계에 내면 최소 24개월은 보장된다. 벤처들은 전문가를 찾아 상의할 필요가 있다.
벤처의 경우 기술을 갖고 사업화를 고집하는 경우가 있다. 사업화는 제조에 많은 투자 재원과 사람이 필요하다. 그러나 IT사이클은 1∼2년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혼자 사업하려 고집하지 말고 자원확보차원에서 ‘적과의 동침’도 해야한다.
기술판매 전략을 강화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다. 사업 잘되는 성숙기 전략 중에 하나는 독점 제품에 대한 개량기술을 만들라고 당부하고 싶다. 시장 제품의 개량을 통해 소비자 욕구를 충족시켜라. 업무제휴 등을 하면 제한적인 자본과 인력으로 수익창출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 매출이 없고 인력이 없으면 기업들은 서류관리에 신경을 안쓴다. 관리를 안하면 피해를 볼 수 있다. 실례로 알파칩이라는 회사는 기술 라이선싱을 받느니 안받느니 하다가 특허를 살렸는데, 나중에 매각전략을 구사해 15억달러를 챙긴 경우도 있다. 특허를 잘 보유해라. 기업의 잔존가치를 높일 수 있다.
◇사회=국가적인 사업으로 추진중인 산업지원센터나 테크노파크의 육성 창업은 활성화되고 있는 반면 키워놓으면 본격 영업을 위해 서울로 간다. 이건 대구나 대전의 공통적인 문제일 것이다.
◇이진옥=대전이나 대구나 같은 고민을 하고 있다. 대전하면 보편적으로 30년간 가꾸어온 연구단지가 있으나 두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240여개의 지방자치단체가 저마다 IT, BT, CT를 찾지 않으면 일이 안되는 것처럼 생각하고 있다. 시골같은 곳에서도 IT, CT 산업계획이 있어야 시대에 맞게 따라 간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없이 서로 경쟁하면 세계시장에서 이길 수 없다. 이를 중앙정부에서 통제력과 조정력을 갖고 지역 특색이나 여건에 맞게 조정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렵다. 얼마 전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가 6개 지역을 순회하며 지역경제활성화 세미나 열고 있는데 중앙정부의 조정통제를 요구했다.
다른 하나는 수도권 억제책을 쓰고 있으나 문제가 있다고 본다. 외국기업을 유치하고 우리기업을 살리자는 취지로 수도권에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그러나 수도권 공장 총량제를 완화하면 지역산업의 발전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 또 경제특구의 경우 진행과정은 21세기의 아시아 경제허브를 지향하지만 10년이나 20년전의 국토개발방식이나 하드웨어개발방식으로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안된다. 앞으로 지식기반사회에 맞게 R&D가 특화된 지역을 지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대덕에 30년간 쏟아 부은 과실을 이제는 따먹어야 하지 않겠나. 전국의 균형발전 차원에서 투자를 쪼개면 세계적인 제조상품인 과실을 제대로 못딸 것이다.
◇사회=대전기업도 3년만 되면 떠나는 경우가 많다. 여론조사결과를 보면 휴먼네트워크와 마케팅이 없다는 지적이 많다. 대덕IT포럼은 바로 그 대안으로 만들어졌다. 효율적인 안을 중앙정부에 제안하면 반응이 있을 것이다.
볼모지에 가까운 우리나라 3D게임시장과 향후 연구개발 계획에 대해 들어보자.
◇김현빈=PC기반의 온라인게임 엔진 개발은 올해 11월 종료한다. 문제는 아케이드와 콘솔게임이다. 콘솔은 그동안 대일본 문화정책상 시장 형성이 안된 부문이다. 소니의 경우 콘텐츠를 만드는 업체에 라이선스를 주는 것과 PC업체에 라이선스 주는 액수가 다르다. 그만큼 미들웨어를 중요시한다.
그래서 내년 정통부사업으로 콘솔기반의 미들웨어 개발을 제안해 놓은 상태다. 기술수요 조사 등을 통해 예산을 요구하고 있으나 정통부 예산 6000억∼7000억원 가운데 콘텐츠는 640억원이 할당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며 또 이 가운데 얼마나 미들웨어에 배분될지는 모르겠다.
만약 10억원 규모라면 아예 안하는 것이 낫다고 본다. 최소 30억원의 예산규모는 돼야 연구개발 진행이 가능할 것이다. 여하간 소니사와 공동개발을 위한 라이선스 체결을 진행중이다.
◇사회=기업들이 어렵다. 그래서 해외시장 개척에 공동으로 나서고 있다. 대구는 어떤가.
◇최창학=해외시장 개척 이전에 지역에서 성장한 기업의 이탈문제는 상당한 고민거리다. 대구시가 정책적인 지원을 해 성장하면 지역에 과실을 떨어뜨리기보다는 서울 등으로 떠나고 있다.
이에 대해 ‘떠나는 새’는 어떻게 할 수 없다는 결론을 얻었다. 그러나 새를 머물게 하는 것은 숲이기에 숲을 조성하는데 치중해야 할 것이다. 대구시의 역할은 서울에 비해 기업이 활동하기 좋은 인프라를 조성하는 것이다. 행정서비스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서울이주 업체 중 환상을 좇는 경우도 많은 것 같다. 서울 가면 다 되는 줄 안다.
여하간 대구시는 지역 나름대로의 장점을 최대한 살릴 매력있는 ‘숲’ 조성을 고민하는 것이 지역 IT산업을 육성하는 바른 길이라고 본다.
해외시장 개척과 관련해서 대구 IT기업들은 그동안 별 관심이 없었다. 늘 제조업체만 해외시장 개척단을 구성해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반성론이 일어 올해부터 IT분야도 업체 참여의사만 있으면 같이 가고 부스나 일부 경비를 지원하는 등 형평에 맞는 대우를 하고 있다.
좋은 솔루션이 나오면 시정부차원에서 지원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 지역업체는 감나무 밑에서 호시를 기다리는 의존적인 자세가 서울보다 강한 것 같기도 하다. 시의 지원도 중요하지만 업체의 대박마인드로 필요하다.
◇사회=대전도 자금지원보다 인프라 구축에 더 적극적인 것으로 안다. 오늘 대덕IT포럼 1주년을 기념해 대구, 대전, 제주 조직을 확대하는 차원에서 IT포럼 연합회도 구상해 볼 만할 것이다.정부에 제안하고 지자체도 참여시킨다면 기업들이 지역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참여해준 토론자에게 감사드린다.
<정리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