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무선랜장비업체들이 초고속인터넷모뎀 통합형 액세스포인트(AP)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지만 시중에는 출시되고 있지 않아 이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지난 상반기부터 국산 무선랜업체를 중심으로 기존 초고속인터넷과 무선랜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통합형 AP를 내놓고 있지만 정작 이를 이용하는 일반인이 직접 제품을 구하기는 힘든 실정이다.
이는 무선랜업체들이 통합형 AP를 KT를 비롯한 통신사업자용으로만 공급하고 직접 시장에 출시하거나 개별 영업을 벌이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정에서 유무선인터넷을 동시에 즐기려는 일반인이 통합형 AP를 구하기 위해서는 통신사업자가 제공하는 무선랜서비스에 가입해 장비를 임대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일반인들로서는 불만이 가중될 수밖에 없는 것.
이처럼 무선랜업체들이 일반 소비자 시장은 제외한 채 통신사업자 시장에만 제품을 공급하는 것은 무선랜업체와 통신사업자간의 이해관계에 따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무선랜업계는 무선랜 장비의 최대 수요처인 통신사업자가 기존 초고속인터넷서비스와는 별도로 무선랜 이용요금을 부과하기 위해 무선랜 가입자에게만 통합형 AP를 공급하길 원하기 때문에 이를 시장에 독자적으로 출시하기는 힘들다는 입장이다.
무선랜업체인 B사 관계자는 “최근 통합형 AP 구입을 문의하는 전화가 많이 오지만 통신사업자에게 문의해보라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통신사업자와의 관계상 앞으로도 통합형 AP를 별도로 출시할 계획은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앞으로 통합형 AP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이 계속 커진다면 통신사업자가 아닌 일반 유통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중소업체를 중심으로 통합형 AP 출시가 잇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이미 용산을 비롯한 전자상가에는 초고속인터넷모뎀에 연결해 무선랜을 추가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무선인터넷 IP공유기가 버젓이 판매되고 있는 만큼 통합형 AP가 시중에 출시되는 것이 대세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업계 일각에서는 통합형 AP가 시중에서 판매되기 시작한다면 과거 ADSL IP 공유기를 놓고 벌어졌던 통신사업자와 장비업체, 가입자간의 논쟁이 재현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1IP당 1단말기’ 원칙을 고수하는 통신사업자와 하나의 IP 이용료만 내고 가정에서 여러개의 단말기로 인터넷을 즐기려는 가입자, 그리고 이러한 기능을 지원하는 IP공유기 판매를 통해 수익을 얻으려는 장비업체간의 논쟁이 무선랜에서도 벌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