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모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 회장 겸 CEO
빌 게이츠와 같이 악명이 높거나 래리 엘리슨처럼 도도하지도 않다. 그러나 제임스 모건(64)은 재직 기간에서는 그들을 앞선다. 아마도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오랜 기간 CEO 자리를 누렸을 것이다. 정확히 25년간이다.
비즈니스위크 근착호가 전하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장비 업체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의 회장 겸 CEO인 모건의 프로필이다. 모건이 남부 인디애나의 느린 말투로 얘기하는 것을 들으면 조용한 오후 농촌의 목가적인 풍경이 그려지면서 가족과 보낸 시간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하는 가정적인 가장의 모습을 떠올리게 된다. 그러나 실제의 그는 반도체장비 업체의 수장으로 여러 번의 침체를 겪어오면서도 모험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대처해 온 강골이다.
모건은 최근 애널리스트들에게 반도체 산업이 조만간 회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며 10월 마감하는 분기 주문실적이 전분기보다 15% 줄어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따라 어플라이드의 주가는 52주 최고치를 기록했던 4월에 비해 정확히 반토막이 난 13달러로 떨어졌다.
그러나 이같은 대담성은 과거 어플라이드머티리얼스가 시장 침체기동안 점유율과 매출을 늘리도록 하는 원동력이 돼왔다.
실제 어플라이드는 지난해 73억달러의 매출을 올려 40억달러 매출을 올린 경쟁사를 멀찌감치 따돌렸으며 주가도 83년에 비해 5600%나 폭등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주가지수가 같은 기간동안 500%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그의 또 다른 업적은 많은 이들의 냉소를 뒤로 하고 남들보다 10년 빠른 80년대에 아시아 시장 개척에 뛰어들었다는 점이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 중국 기업으로부터 2억달러의 파운드리 장비 주문을 받을 수 있었고 이는 오는 2005년까지 이 회사 매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최소한 5% 이상이 되도록 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그는 중국의 국가주석인 장쩌민과도 알고 지내는 사이다.
모건은 “우리는 항상 모든 면에서 약간 빠르다”며 “이는 실제 우리에게 지난 몇 년간 보상을 가져다 주었다”고 말했다.
모건은 또 어플라이드가 2007년까지는 내놓을 수 없는 차세대 장비에 대한 테스트를 실시하도록 이끄는 등 반도체 산업의 트렌드를 앞서가고 있다. 그는 이에 대해 “우리는 다음 변화를 예측하려고 한다”며 “변화는 기회를 가져오는 매개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황도연기자 dyhw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