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씨소프트, 등급판정 대책 관심집중

 온라인게임 ‘리니지’가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성인용 등급인 18세 이용가 판정을 받음으로써 세계적인 게임업체로 발돋움하던 엔씨소프트가 설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가장 성공한 벤처로 손꼽히던 엔씨소프트는 등급 판정 여파로 지난 18일 코스닥시장에서 주가가 하한가를 기록하며 맥없이 무너졌다. 매물은 쏟아지는데 매수가 끊겨 끝 모를 추락을 예고하고 있다.

 엔씨소프트 경영진은 18일 하루 종일 비상대책회의를 여는 등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미국 출장 중이던 김택진 사장도 남은 일정을 취소하고 19일 귀국, 사태 수습에 나섰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아직 뚜렷한 대안을 정하지 못하고 있어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끝없는 추락에 비상=이번 등급 판정으로 당장 매출에 타격을 입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우선 재심의를 신청할 경우 재심의 결과가 나오는 한 달 가량은 등급분류 적용이 유예되기 때문이다. 또한 최악의 경우 법적 대응에 나선다면 등급분류 적용 금지 가처분신청 등을 통해 길게는 1년 이상 등급분류 적용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엔씨소프트 측은 올 3분기까지 116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린 것으로 잠정 집계된다. 이는 지난해 전체 매출 1200억원에 육박하는 규모다. 그러나 등급분류 적용 금지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당장 내년 초부터 매출의 50%를 차지하는 PC방에서 영업을 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진다. 특히 매출의 99%를 ‘리니지’ 서비스를 통해 벌어들인 것이라 상당한 매출감소를 감수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에버퀘스트·시티오브히어로·샤이닝로어 등 국내외 온라인게임의 판권을 획득하고 서비스에 나서고 있지만 이들 게임은 아직 매출을 올리지 못해 경영에 도움을 줄 수 없는 형편이다. 올해 말 시범서비스 예정인 ‘리니지’ 후속작 ‘리니지2’ 역시 사정은 마찬가지다. 더구나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진 것도 경영상태를 어렵게 만들 전망이다. 연간 200억원에 달하는 로열티 수입감소는 물론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중국시장 진출은 성인등급을 받으면서 중국 정부의 수입허가 자체를 얻어내지 못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정면 돌파냐, 일보 후퇴냐=엔씨소프트는 18세 이용가 판정에 불복해 게임 수정 없이 재심의를 받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수정 조치 없이 재심의를 받은 게임의 등급이 변경된 사례가 전무한 것을 감안할 때 이는 시간벌기밖에 되지 않을 전망이다.

 그 다음으로 두 가지 대안을 검토 중이다. 하나는 영등위 심의를 전면 부정하며 법적 대응을 강구하는 방안이고, 또 하나는 대대적인 게임 수정을 통해 15세 이용가 등급이라도 부여받는 방안이다. 법적 대응의 경우 △영등위 심의를 규정한 음비게법에 대한 위헌 소송 △‘리니지’의 18세 이용가 판정 자체가 공정성이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심의무효소송 등 두 가지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허홍 이사는 “법적 대응에 대비해 법률적 검토는 이전부터 끝낸 상태지만 사회적 파장이나 논란을 생각할 때 결코 쉬운 문제는 아니다”라며 “그렇다고 게임을 수정한다면 게임성이 떨어져 ‘리니지’의 생명력을 보장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난감한 상황을 토로했다.

 하지만 엔씨소프트는 이번 사태가 장기화될수록 경영의 불투명성이 더욱 커지는 것을 감안해 늦어도 이번주 중으로 공식입장을 발표할 방침이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