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공시 제도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의 정보 유출이 줄어들면서 해당 기업에 대한 실적 추정이 크게 엇갈리고 있다.
최근 3분기 실적 발표 기간 애널리스트들의 기업 실적 추정치가 큰 편차를 보이면서 애널리스트간 차별성이 부각되고 투자자들의 실적 관련 투자패턴도 변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그동안 애널리스트들이 내놓는 예상 기업 실적이 엇비슷했기 때문에 주가는 실제 실적 발표 전에 반응하고, 발표 후에는 재료 노출로 이전과 반대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실적 발표전 예상치가 크게 엇갈리면서 실적 발표를 지켜본 후 예상치에 부합되는지 여부에 따라 주가가 출렁이는 양상을 띠고 있다.
◇들쭉날쭉 예상치=애널리스트간에 기업 실적 추정 편차가 심해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전자와 LG전자다. 증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종목인 만큼 실적 분석도 활발해 발표 전에 이미 실제와 근접한 예상치가 제시돼 왔던 종목들이다. 하지만 이번 3분기에는 추정치가 들쭉날쭉해 주가도 분석이 나올 때마다 다른 움직임을 보였다. 특히 삼성전자는 기대 이상의 실적, 즉 ‘어닝서프라이즈’가 발생할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했다.
주요 증권사들이 추정한 삼성전자의 3분기 매출액은 9조5000억∼10조2000억원, 영업이익은 1조6000억∼1조8000억원 선이었다. 지난 18일 삼성전자의 발표에 따르면 매출은 9조9200억원, 영업이익은 1조7700억원이다. 실적 발표전 삼성전자의 주가는 30만원 선에서 방향성을 찾지 못했으나 예상치에 부합하는 실적 발표가 나오면서 주가가 무려 6.18% 상승했다.
LG전자는 전분기보다 저조한 실적을 발표(17일)했음에도 불구하고, 시장이 예상했던 수준이라는 인식 때문에 주가는 18일까지 이틀간 12.5%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LG전자는 실적 발표전 실적 악화에 대한 우려로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다는 점에서는 예전과 크게 달라진 게 없다. 하지만 실적 발표후 예상치에 부합한다는 점이 부각되며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애널리스트 평가기준 달라질 듯=이렇게 편차가 큰 기업 실적 예상치와 이에 근거한 투자 형태의 변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음달 1일부터 공정공시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기업들의 사전 정보 제공이 원천적으로 차단되기 때문이다.
또한 애널리스트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도 바뀌는 등 적잖은 변화가 생길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보 취득력이 애널리스트들을 평가하는 중요한 잣대였지만 이제 펀더멘털에 입각한 정확한 분석 및 투자 예측력이 중요한 기준으로 부각될 가능성이 있다. 주가 측면에서는 증시에 유입되는 정보가 줄어들면서 재료에 의한 주가 변동이 현저히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모든 투자자들이 동시간, 동일한 정보를 제공받는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투자 판단을 할 수 있는 정보가 줄어든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또한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이 어려운 신생 기업과 중소 정보기술(IT)주에 대한 회피현상이 심화될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공정공시 제도가 긍정적인 측면이 많지만 기업에 대한 정확한 분석이 불가능해진다는 점과 추정이 어려운 기업들이 분석 대상에서 제외되는 등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며 “개별 기업 재료보다는 경제지표 등 대외 여건에 주가가 좌우되는 현상이 나타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조장은기자 jecho@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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