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문제>남북 IT 교류협력 전망

 북한의 ‘핵개발계획 시인’이라는 메가톤급 파장이 남북IT교류협력 분야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전문가들은 일단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속에서도 궁극적으로는 긍정적인 전망에 무게를 싣고 있다. 또 교류확대의 열쇠가 북미관계 개선 여부에 놓여 있다는 점에서 볼 때 이번 핵문제는 오히려 남북IT교류 확대의 걸림돌이 돼온 ‘외부적’ 요소들을 한꺼번에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어떤 영향 미치나=통일연구원의 서재진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은 과거처럼 ‘벼랑끝 전술’이 아닌 북미대화의 물꼬를 트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이 핵문제를 질질 끌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멀지 않아 ‘해결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위원은 “북측은 7·1 경제관리개선 조치, 신의주특구 지정 등 경제개혁 정책을 표방하고 나섰기 때문에 한동안 어지러운 상황이 전개되겠지만 핵문제는 올해를 넘기지 않고 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제회생을 위해 대외관계 개선이 시급한 북한이 북미관계를 위기로 몰아넣을 전술을 펼치지는 않으리라는 지적이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동용승 북한연구팀장은 “지금 이런 분위기로는 남북IT교류에도 당연히 영향이 미치겠으나 이 상황이 오래가진 않을 것”이라며 “오래 끌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해결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동 팀장은 특히 “지금은 남북IT교류가 한 단계 도약해야 할 시기라는 점에서 이번 북한 핵문제는 북미관계는 물론 IT교류의 외부 걸림돌이 해결될 수 있는 기회”라며 “IT교류가 북미관계에 영향을 받는 구도에 놓여 있어 북미간 핵문제가 타결되면 바세나르협약으로 대변되는 미국 주도의 대북 전략물자 반출제한 문제도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물론 이번 사태로 미국 및 남한내 대북 강경대응 목소리가 높아질 경우 남북IT교류협력도 부정적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상존하고 있다. 우선 이번 사태로 인해 당분간 미국의 대북 테러지원국 해제가 더욱 요원해지면서 대북 IT교류협력의 걸림돌로 꼽혀온 미국 주도의 ‘바세나르협약’문제는 더욱 꼬일 수 있다. 미국은 바세나르협정을 들어 컴퓨터 등 고민감품목의 대북반출을 봉쇄하고 있다. 실제로 남측이 북측과 그동안 힘들게 합의안을 이끌어낸 여러 남북 IT협력사업 계획 가운데 상당수가 진전을 보지 못한 이유 중 하나도 바세나르협약 때문이다.

 IT를 경제난 극복의 중심고리로 삼고 IT산업을 육성하고 있는 북한 역시 미국의 대북제재가 풀리지 않는 한 이같은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또 지난 8월말 열린 남북경제협력위원회 제2차 회의에서 남북이 이른 시일 내 각기 법적 절차를 밟아 발효시키기로 합의키로 한 경제협력 4개 합의서(이중과세 방지·청산결제·투자보장·상사분쟁 해결)의 발효도 이번 사태로 인한 국내 정치권의 대북 강경 분위기에 휩쓸려 당분간 기대하기 힘들 수밖에 없게 됐다.

 지난해 5월 국무회의에서 심의·의결된 남북경협합의서는 16개월째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경협합의서 조약비준동의안은 ‘북한이 먼저 상응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야당측 주장에 발목이 잡혀 지금까지 계류중이다. 11월초까지 계속될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비준동의안이 승인될지 현재로선 불투명한 상태다.

 ◇IT교류 전망=이번 돌출사건에도 불구하고 민간분야 남북IT교류는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지난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이후 남북IT교류가 크게 활성화되긴 했지만 일부 기업을 중심으로 ‘외풍’에 흔들림 없이 꾸준히 진행돼 왔기 때문이다. 실제 협력사업을 벌이고 있는 민간기업들은 사업연속선상에서 지속적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한 기업인은 “정치적 돌발사태과 상관없이 일희일비하지 않고 IT협력사업을 지속할 계획”이라면서 “이번 사태로 인해 그동안 벌여온 대북협력사업을 중단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최근 남북간 화해기류에 힘입어 협력사업을 추진하거나 검토해온 기업의 경우 이번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며 교류추진 여부를 저울질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역시 북한 핵의혹에도 불구하고 예정된 남북대화와 교류일정은 일단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어서 현재 진행중인 민간분야 남북IT교류도 중단사태는 빚지 않을 전망이다. 정부도 19일 평양에서 개막된 제8차 남북장관급회담을 비롯, 이달 말 예정된 북한의 대남 경제시찰단 접견과 내달 남북경제협력위원회 회의를 중단없이 진행키로 했다.

 북한 평양정보쎈터와 공동으로 IT연구개발을 진행중인 포항공대의 박찬모 대학원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북측의 핵문제가 남북IT교류와 경제협력에 지장을 주면 안되고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