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MD코리아의 사령탑이 바뀌었다. 지난 2년여 동안 AMD의 고속성장을 이끌어온 박치만 전임 지사장이 컴퓨테이션프로덕트그룹(CPG) 사업부장을 맡고 전체를 총괄할 새 수장이 선임된 것. 전임과 신임 CEO가 공존하는 이같은 인사는 외국 IT업계에서도 유례가 없는 일이다.
신임 정철화 지사장(65)은 이에 대해 “사업영역을 이동통신으로 확대하고 한국에 대한 비중을 더 두기 위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에 따라 박 전 지사장은 마이크로프로세서(CPU)를 중심으로 PC 및 컴퓨팅 분야에 집중하고 정 지사장은 플래시메모리와 최근 인수한 휴대기기용 CPU ‘알케미’ 중심으로 비(非)PC 분야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급성장하는 한국의 이동통신시장을 겨냥한 히든카드라 할 수 있다.
한국은 IT시장 성장세뿐만 아니라 기술발전의 속도가 빨라 중국·동남아 등 IT 제조기지로 변모하고 있는 아시아 국가 성장을 견인할 주요한 전략적 기지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미국 국적의 정 지사장은 사실 한국과 오랜 인연의 끈을 갖고 있다. 기술이민을 통해 미국으로 건너가서도 한국을 잊지 못해 73년 페어차일드 생산기획부장으로 한국 파견근무를 시작했다. 이후 AMD로 자리를 옮겨서도 현재 겸임하고 있는 AMD 메모리그룹 아시아 마케팅 수석이사에 이르기까지 30여년 동안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양국의 반도체산업 발전에 힘을 쏟아왔다.
잦은 해외출장과 고객응대에 이르기까지 실무를 직접 도맡는 그는 노익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 젊게 생각하고 현장의 변화에 민감한 것이 비결이라는 그는 팀워크를 중심으로 개인의 역할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AMD코리아를 이끌어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고객이 원하는 것을 미리 준비해 성공을 함께 나누자”고 취임사를 대신한 정 지사장. 컴퓨팅과 커뮤니케이션의 융합으로 급변하는 IT시장에서 AMD가 인텔의 견제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