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프린터 업체인 ‘엡슨’이 디지털카메라 프린터 시장 공격을 위해 시동을 걸었다. ‘PC 프린터 명가’의 자존심을 디지털카메라 분야에서도 이어나간다는 전략이다.
“포토프린터 시장에 마케팅 역량을 집중할 계획입니다. PC시장의 침체로 프린터 역시 수요면에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디지털카메라의 보급 속도는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포토프린터가 컬러프린터 업체의 주력 시장이 될 것으로 확신합니다.”
니와 노리오 엡슨 정보영상사업부 총괄대표(56)는 “프린터 업계의 효자 상품이 PC에서 포토 프린터로 세대교체가 일어나고 있다”고 시장을 진단했다.
엡슨은 포토프린터 사업강화를 위해 내년초 자체 개발한 디지털카메라와 프린터를 하나로 묶은 패키지 상품을 선보일 계획이다. 또 최근에는 선명도가 뛰어나고 물에 번지지 않는 두라브라이트 잉크 기술을 기반으로 한 ‘C82’ 잉크도 내놓았다. C82 제품은 미국에서 히트상품으로 선정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엡슨은 지난 80년대초 이미 PC·LCD TV 등을 자체 개발할 정도로 정보단말기 분야의 기반 기술을 확보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디지털카메라 역시 공격적인 마케팅만 못했을 따름이지 이미 몇 년 전에 개발을 끝마쳤습니다. 카메라와 포토 프린터를 패키지로 선보이면 충분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입니다.”
실제로 지난 42년에 설립된 세이코엡슨은 82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휴대형 컴퓨터를 출시한 데 이어 83년 LCD TV, 87년 286급 데스크톱PC 등을 자체 기술로 개발했다. 60년 도쿄 올림픽 당시 세이코라는 전자시계로 성장 발판을 마련한 엡슨은 정밀전자 기술을 기반으로 프린터를 비롯한 다양한 제품 개발을 시도했다.
니와 대표는 “시장과 수요에 따라 주력 제품이 변할 뿐이지 기술을 우위에 두는 기업의 기본 철학은 결코 변하지 않는다”며 “일각에서는 인터넷 등의 영향으로 프린터의 미래가 어둡다고 이야기하지만 프린터 제품의 진화가 있을 뿐이지 결코 시장 자체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보영상·전자부품·정밀기기 등 엡슨의 3개 사업부 가운데 프린터·프리젝터 등 정보영상 사업부를 총괄하고 있는 니와 대표는 ‘색’이 사리지지 않는 한 엡슨의 미래는 밝다고 힘주어 말했다.
<나가노(일본)=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