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부-공정위, 통신사업자 약관 개정안 놓고 신경전

 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가 통신사업자들의 이용약관 규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여 자칫 부처간 주도권 다툼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참에 공정거래위원회는 물론 방송위원회까지 망라해 정통부·통신위원회 등 통신규제기구 전반에 걸친 역할 재정립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정통부는 최근 공정위가 마련해 차관회의에 심의안건으로 상정한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이용약관의 규제를 받고 있는 통신사업자들을 이중으로 규제할 우려가 있다고 보고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 심의를 보류하도록 했다고 21일 밝혔다.

 공정위는 최근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에 사업자 및 사업자단체들이 표준약관을 마련해 공정위로부터 심사를 받았을 경우 다른 법률에 관계없이 표준약관을 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신설, 차관회의에 상정했다. 하지만 정통부가 부처간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점을 들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해 보류됐다.

 정통부는 “통신사업자들의 경우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라 이용약관에 대해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규제를 담은 공정위의 이번 개정안은 통신시장에 대한 이중규제가 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또 “이 개정안은 공정위에 의해 심사받은 표준약관은 다른 법률에 따라 행하는 정당한 행위라고 규정, 일반법인 약관의 규제에 관한 법률이 특별법인 전기통신사업법에 우선하는 취지의 내용도 담고 있어 법리적 모순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정통부는 사실관계나 타당한 논리에 입각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법 해석상의 차이를 가지고 무리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약관법 제30조 제3항의 규정은 ‘특정한 거래분야의 약관에 대해 다른 법률에 특별한 규정이 있는 경우에는 이 법의 규정에 우선한다’고 정해 전기통신사업법 등과 같은 특별법을 배제한다는 주장은 명백히 오해”라며 “또 공정거래법 제58조와 같은 배제조항이 있어 약관법에 의한 정당한 심사절차를 받은 표준약관에 대해서는 공정거래법의 적용(심사 또는 인가를)을 하지 않겠다는 규정이므로 법리적 모순이 있다는 것도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중규제’라는 정통부의 주장에 대해서도 “약관 관련 규정을 특별법에서 관련부처의 전문적·정책적 목적을 위해 따로 정할 경우 약관법보다 우선하여 적용되므로 이중규제가 있을 수 없다”며 “이미 기획예산처·법무부·건교부·행자부·정통부·재경부·산자부에 협의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낸 바 있고 관보에도 게재했다”고 해명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와 관련, “통신시장의 규모가 큰 만큼 정통부와 공정위가 정권말기 이해다툼을 벌이는 것 아니겠느냐”며 “통신업계로서는 어쨌든 이번 개정법안이 규제를 강화하는 차원인데다 두 부처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므로 결코 반갑지만은 않은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