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자원부와 표준협회가 추진하는 ‘동북아 민관합동 고위표준대화체’는 한·중·일 3국 중심의 ‘동북아 신경제 질서’ 구축 움직임에 우리나라가 적극 부응하고 이를 통해 한반도 주도의 ‘동북아 협력 틀’을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이번 계획에는 지금까지 우리나라 표준분야 정책과 대외 창구역할을 전담해 온 기술표준원이 주도적인 추진주체에서 빠져 있고 국가간상호인증(MRA) 등 정부가 직접 나서야 할 분야가 적지 않은 사업이 민간기관 주관으로 진행된다는 한계 때문에 향후 성과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또 세계표준시장에서의 영향력이 우리나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큰 중국과 일본이 한국주도의 표준대화체 창설에 적극적으로 나설지의 여부도 관건이 되고 있다.
◇추진배경=한·중·일 3국은 지역적인 인접성에도 불구하고 산업 전반의 표준이 매우 상이하다. 표준이 상이한 것은 많은 산업분야에서 경쟁관계에 있는 3국의 특성에 기인하지만 이제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3국간 표준 일치화 작업을 통해 비관세장벽을 완화하고 역내 무역·투자·기술협력을 확대할 수 있는 표준 인프라 구축이 시급하다. 또 격화되는 기술 및 표준경쟁에서 동북아 3국 중심으로 공동대응해 국제표준모델 제정에서의 협력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동북아 3국 표준대화체 구성은 우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반도의 동북아 허브화 구상’과 맥을 같이한다. 특히 이번 표준대화체는 한·중·일 3국 협력의 기본틀이 되는 표준분야를 겨냥한 것으로 중국은 최근 급속한 글로벌화와 함께 대한·대일 지역경제협력을 강화하고 있고 일본도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해 한·일 자유무역협정(FTA) 등 동북아 협력을 중시하고 있어 시기적으로도 적절하다는 평가다.
◇추진전략=이번 사업을 위해 산·학·연 관계자가 참여하는 ‘동북아 표준대화체 추진협의회’가 구성된다. 협의회 의장은 주관기관인 한국표준협회 유영상 부회장이 맡는다. 협의회는 다음달 말 중국의 국가품질감독검사검역총국과 중국표준화협회, 일본의 경제산업성과 일본규격협회 고위책임자 등 한·중·일 정부·민간의 표준분야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하는 ‘동북아 표준협력 세미나’를 개최한다. 이 세미나를 시작으로 추진협의회는 단계별로 △동북아 표준협력에 대한 중·일의 관심 파악 및 표준대화체 실현 분위기 조성(1차연도) △표준협력 기반구축 및 모델협력사업 추진(2∼3차연도) △동북아 표준대화체 발족 및 발전(4∼5차연도) 등을 추진한다. 특히 이의 실현을 위해 협의회는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동북아 민관합동 고위표준협력위원회(가칭)’ 구성을 논의하고 합의한다는 계획이다.
◇기대효과=한·중·일 3국간 표준대화체가 구성되면 지금까지 한·일, 한·중, 중·일 등 2국가간 각각 진행돼 온 표준협력체제가 3국이 공동협력하는 체제로 전환된다. 이에 따라 △표준화 분야 공동협력으로 동북아지역내의 무역·투자·기술협력이 증대되고 △국제표준 관련기구의 모델제정 및 표준제정 과정에서 동북아지역의 입김이 커지며 △세계표준을 주도하는 미국과 유럽세에 적절히 대응하고 △주변국가로의 표준협력 확대를 위한 기반을 조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한·중·일 3국 중심의 ‘동북아 민관합동 고위표준대화체’는 궁극적으로 북한·몽골·중화권 및 러시아권 국가로 확대한다는 구상이어서 동북아 경제권 구축은 물론 남북 표준 통일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과제=표준대화체 창설과 관련해 정부와 연구소 전문가들은 동북아 3국 표준대화체라는 국가과제를 추진하면서 ‘기술표준원이 주도적인 추진주체에서 빠진 것’에 의문을 제기한다. 이는 표준과 관련해서는 타 부처에서 기술표준원을 ‘국무총리 산하’에 두어야 한다는 말이 나올 만큼 대내외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왔기 때문으로 이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서는 대외 노하우를 많이 확보하고 있는 기표원의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한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또 우리 정부 주도의 대화체 구성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한국·중국·일본이 공동 관심을 갖는 구체적인 주제를 찾아내 단순한 3국간 모임이 아닌 전문화된 대화체로 이끌어나가야 한다. 특히 표준분야 국제협력은 한개 부처에서 모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므로 향후 정부 타 부처의 참여도 이끌어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