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환경의 컬러화가 가속되면 소위 배꼽 마케팅이 한창이다. 업체들은 본체 기기의 판매보다 소모품에 더 신경을 쏟고 있다. 컬러의 사용량이 많아질수록 잉크, 토너 등의 소모품을 독점 공급하는 업체에 이익은 계속적으로 돌아가게 된다. 또한 컬러는 흑백 소모품보다 더 큰 마진을 가지고 있으므로 기업 입장에서는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HP와 같은 프린터 업체들은 본체의 이익을 대폭 줄여 프린터 보급을 확대하는 대신 향후에 소모품으로 이익을 보전하는 사업구조로 유명하다. 프린터 업체의 신품 잉크카트리지 3∼4개를 교체하면 프린터 본체 가격이 나온다.
복사기 업체도 프린터 회사만큼 본체의 출혈 가격경쟁을 보이지 않았지만 유사한 사업형태를 가져간다. 본체 판매 이후 서비스에 더욱 집중한다. 복사기를 사무실 한 켠에 설치해주고 기기의 상태를 확인하는 등 사후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알고 보면 소모품 판매를 위한 작업으로 볼 수 있다. 각 기기를 책임지며 관리하는 직원은 누구보다도 먼저 토너, 드럼, 용지 등의 사용량을 확인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다음 영업활동을 펼치기에 유리한 고지에 있다.
이같은 영업형태는 레이저 방식 디지털 복합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레이저 방식 디지털복합기 역시 토너, 드럼 등의 소모품을 사용하는데 일반인이 잉크젯프린터만큼 드럼, 토너 등의 소모품을 교체하기란 여전히 쉽지 않아 서비스 요원의 도움이 필요하다.
소모품 시장을 놓고 본체 판매업체와 소모품 전문업체간의 경쟁은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 프린터 회사는 잉크카트리지에 칩을 붙여 소비자들이 리필잉크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방지하고 있다. 이는 계속적인 수입원이 될 소모품 수요를 다른 업체에 빼앗길 수 없기 때문으로 본체 판매업체에 있어 소모품 시장의 중요성을 방증하고 있다. 한 업체의 흑백 레이저프린터용 토너카트리지에도 자기 회사의 신품만 쓸 수 있도록 컴퓨터 칩을 장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소모품 전문업체들은 이 칩까지 최근에는 복제해 재생품을 출시하고 있으니 사무기기 업체들과 소모품 전문업체간의 경쟁은 디지털 복합기 시장에서도 계속될 전망이다.
<윤건일기자 beny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