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2차전지 셀(cell)업체 삼성SDI가 중소기업형 품목인 2차전지 팩(pack) 가공시장 진출을 모색하자 중소 팩 전문업체들이 크게 긴장하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대표 김순택)는 내년 말까지 리튬이온폴리머전지의 생산능력을 300만셀 정도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면서 취약한 팩업계의 현실을 감안, 파일럿 수준인 팩 가공설비를 독자구축하는 방안을 구체적으로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SDI측은 이와 관련, “리튬폴리머전지 셀을 팩으로 가공하기 위해 팩 전문업체에 공급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제품 손상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자체적으로 팩 설비 확충을 검토하고 있다”면서 “특히 국내 팩업계가 대부분 리튬이온쪽에 주력하고 있어 협력업체 지도와 자체 셀 소화 차원에서 사업계획을 마련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소 팩업체 관계자들은 “삼성SDI가 어떤 이유에서든 중소기업 고유영역으로 간주돼온 팩 가공설비를 확장한다면, 기존 중소 팩 전문업체들의 입지는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특히 휴대폰·PDA 등 모바일 기기의 생산이 급증하면서 이에 사용되는 리튬계 2차전지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 대대적으로 생산라인을 증설했거나 증설중인 팩 가공업체들은 향후 존립 자체를 위협받을 수도 있을것으로 관측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삼성SDI가 일단 리튬폴리머전지 사업강화 차원에서 팩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하지만, 2차전지 팩의 특성상 결국 리튬이온전지 팩으로도 영역을 확장할 개연성이 높다”고 말했다.
팩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최대의 종합 부품업체 삼성전기가 세계 1등상품군 육성 방침에 따라 전해콘덴서 등 일부 업종을 포기하는 마당에 굳이 중소기업형인 팩사업을 추진하는 저의를 모르겠다”며 “삼성SDI가 팩사업보다는 경쟁국인 일본의 2차전지업체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셀 생산 확장에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세계 2차전지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일본업체들도 대부분 셀 양산에 주력할 뿐 팩 가공은 한국·대만·중국 등에 의존하는 상황이며 국내 2차전지 팩시장은 에스엠씨·영보·이렌텍·한림산전 등 중소 전문업체들이 셀을 공급받아 팩 가공을 거쳐 휴대폰·PDA 등 관련 세트업체와 유통점에 공급하고 있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