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한국음반산업협회 이사진과 음반사 대표 20여명이 모여 긴급 대책회의가 소집됐다. 편집음반 저작권료 징수와 관련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최근 20일간 음반업계에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가 감돌았다. 편집음반과 관련한 법정 판결로 비상령이 떨어진 것. 실제로 록레코드코리아·YBM서울음반·도레미미디어·예당음향 등 웬만한 음반사들은 편집음반 저작료로 최소 10억원 이상을 지불해야 할판이지만 이만한 여유가 없다. 도레미미디어는 ‘연가’ 음반 한 장에 22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편집음반 저작권료 소급 적용은 업계를 고사시키는 것으로 그렇지 않아도 힘든 업체를 벼랑 끝으로 내모는 처사라고 어려움을 토로하고 있다.
판결 이후 수시로 모여 의견을 나눈 음반사 관계자들은 업계 공동 대처가 필요하다고 보고 한국음반산업협회 차원에서 대안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이들은 업계가 직면한 상황을 KOMCA에 전달하고 적정선에서 합의될 수 있도록 가능한 방법을 총동원할 계획이다. 특히 최악의 경우에는 작가 대상으로 ‘부당이득 취득 반환소송’을 청구, 우회적인 방법으로 KOMCA에 압력을 가하는 방법도 생각하고 있다.
이렇게 편집음반 저작료 문제가 불거지고 음반사에서 부당이득 취득 반환소송까지 생각하게 된 근본적인 이유는 ‘곡비’라는 국내 음반시장의 오랜 관행에서 비롯됐다. 곡비란 음반사가 작가에게 음원과 저작권을 사면서 지불하는 대가로 KOMCA에 자신의 권리를 신탁한 작가조차 음반사와 계약을 맺고 곡비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것은 원칙적으로는 이중계약이라는 점에서 명백한 위법이다. 음반사의 경우 곡비 안에 저작권료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KOMCA에 저작료를 지불하는 것은 이중과세(?)라며 작가에게 준 곡비를 환불받아 KOMCA에 저작권료를 지불하겠다는 초강수를 들고 나오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부당이득 취득 반환소송을 내기 위해서는 음반사마다 곡비를 지불한 근거자료가 있어야 하고 작가들도 수령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친분관계로 맺어지는 특성상 세금계산서 없이 지불되는 것이 대부분이어서 근거자료를 확보하기란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작가에게 환불을 받는다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것을 알고 있지만 이런 형태로라도 KOMCA측에 위기의식을 조장하고 싶은 심정에 제안하게 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음반사가 생각하는 또다른 방편은 신보인세제에 적극 동참함으로써 작가들에게 압력을 가하는 것. 신보인세제는 음반 판매수량에 따라 저작료를 지급하는 것으로 내년에 전면 시행될 예정이지만 일부 작가들은 여전히 반대 입장을 표시하고 있다. 친작가정책에서 벗어난 대립노선으로 일관, 궁극적으로는 작가들이 KOMCA에 압력을 행사하도록 하려는 노림수다.
음반사와 KOMCA의 대립은 작가의 권익 보호를 통해 음반시장을 양성한다는 당초 취지에도 어긋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이 KOMCA와 적절한 선에서 협의하는 것이 업계를 살릴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고 입을 모으는 것은 나름대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정은아기자 ea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