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노년이 아름답다고 한들 늙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새벽의 여신인 에오스는 애인인 티토누스가 늙어가자 그의 영원한 삶을 제우스에게 빈다. 영원한 젊음을 빌어야 했는데 영원한 삶으로 잘못 빌어서 불구가 된 티토누스는 신들에 의해 결국 매미로 변해버리고 만다.
인류가 이렇게도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노쇠라는 것은 거역할 수 없는 자연의 법칙일까. 우선 물리학의 열역학 제2법칙에 의하면 모든 닫힌 시스템은 무질서로 간다. 즉 시간이 지남에 따라 우리 몸·건물·기계 등 모든 것의 질서도는 낮아지고 아무런 정보도 포함하지 않는 무형태로 가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몸에서도 DNA에 ‘분자학적인 에러’들이 축적돼 원래의 정보들을 잃어버리게 되는 이른바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을 따른다. 엔트로피가 증가하면서 우리의 세포들은 원래 지니고 있던 정보, 즉 생명력을 점차 잃어버리게 돼 죽음에 이른다. 이러한 과정은 돌이켜서 진행될 수 없는 비가역적 과정이다. 즉 한 번 늙게 되면 젊어질 수는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 노쇠의 과정을 늦추기 위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 노쇠를 억제하는 유전자를 찾아내고 이러한 유전자가 흥분해 활동할 수 있도록 호르몬 같은 물질을 주사하면 우리 몸은 생명력을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윤리상 문제가 없다면 인체의 기관을 만들어서 새 것으로 교체하는 방법도 노쇠의 과정을 늦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방법들이 그리 순조롭게 진행되지는 않는 것 같다. 예를 들면 갱년기 치료법인 에스트로젠 투여 방법은 유방암의 가능성을 높여준다고 한다. 열역학 제2법칙의 관점에서 본다면 에스트로젠은 세포의 대사를 향상시켜 정보를 높여주지만 암 발생과 같은 분자학적인 에러의 가능성을 주게 된다. 공짜는 없다는 얘기다. 인간 사회가 하나의 시스템이라면 무병 장수의 염원이 이루어졌을 때 이에 대한 대가는 혼돈스러운 사회 문제로 나타나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짐작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