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최근 ‘제조물책임(PL)법 시행 및 주택 리모델링 수요 급증’에 따라 지식관리에 관심을 보이는 가운데 성공사례로 평가받고 있는 한진중공업의 자료관리시스템이 모범참조사례가 되고 있어 화제다.
건설업계는 PL법 시행 이후 아파트 시설 등과 관련해 소비자와 직접 대면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자 도면 작성에서 완공까지 전반적인 자료 관리에 심혈을 기울이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한진중공업 측의 사례를 참조하게 됐다. 특히 최근 리모델링 수요가 증가하면서 수십년 전 공사 도면까지 요구되자 도면 디지털화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나선 것이다.
삼성물산 건설부문 등 대형 건설업체들이 IMF 관리 이후 없앤 기술자료관리팀을 재건하면서 대책 마련에 나선 것도 이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한진중공업은 지난 97년 9월 자료 관리를 위한 웹 기반의 시스템을 구축한 데 이어 최근까지 낙찰자료에서 유찰자료까지 3만건에 달하는 디지털 자료를 모았다.
한진중공업 김용우 정보시스템팀장은 “건설업체들이 특별공법으로 설계했거나 대외홍보 효과가 높은 건물의 자료는 디지털화하는 데 비해 대부분의 건설물에 대한 자료는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그는 “PL법 시행 이후 업계 관계자들의 방문이 늘어나고 있다”며 “97년 이후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함에 따라 설계를 위한 외주비용의 절감효과도 거두고 있다”고 말했다.
특이한 것은 건설업계가 기술부문보다 오히려 이를 시행하는 한진중공업의 기업문화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진중공업은 이미 97년부터 자료처리 기준을 정해놓은 ‘자료처리법’을 사규로 정해 건설이 완공되는 대로 현장의 모든 자료를 디지털화하도록 명시하고 있다. 사규에 따르면 공사가 완료되는 대로 현장소장이 구축단계를 일일이 CD롬으로 만들어 제출해야 한다. 만약 현장소장이 자료를 제출하지 않으면 다음 공사에 발령하지 않는다는 상벌기준도 마련했다.
또한 현장소장의 의무사항으로 자신이 맡은 현장에 대한 모든 자료를 손망실하지 않도록 자체 감사를 규정하고 있으며, 이를 현장소장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정한 것이다.
한진중공업 측은 “앞으로 그룹웨어와 통합해 시너지효과를 발휘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보강할 예정”이라며 “건설부문뿐만 아니라 조선부문에도 확산하기 위해 별도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건설업계뿐만 아니라 조선업계에도 자료 관리를 지원하기 위한 사내문화 조성에 관심을 갖게 될 것으로 한진중공업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병희기자 shak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