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00만대 HDTV 보급 확산의 어려움을 사실상 시인한 가운데 보급 확산을 위한 묘안찾기에 부심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의 동향을 볼 때 정통부의 향후 HDTV 보급 확산 노력은 자체적인 인프라 확산 노력과 함께 방송국의 협조를 통한 HD방송 확대에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그동안 방송측의 일관된 논리는 HDTV 보급 확산을 위해서는 HD방송 확대보다 TV가격인하가 우선돼야 한다는 쪽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가전업체들의 논리는 HD방송의 확대가 선결돼야 한다고 쪽에 집중되어 왔었다. HDTV 보급 확산과 관련해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하는 논쟁이 지속되어 왔던 것이다.
하지만 지난 2∼3개월 동안 프로젝션TV에서 벽걸이(PDP)TV 가격인하로까지 이어진 기업들의 보급 확산 노력이 표면화되면서 공은 방송국쪽으로 넘어간 셈이 됐다.
정통부가 HDTV 확산의 전제로 HD방송 확대의 중요성에 무게를 두면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근의 디지털TV가격 하락을 감안할 때 정통부도 방송국과의 유대강화와 함께 HD방송 확대를 유도하는 차원의 정책으로 갈 수밖에 없음은 더욱 뚜렷하다.
이미 방송사들은 지난 부산아시아경기대회에서 6회 이상의 HD방송을 하기로 약속하고서 이를 지키지 않아 HDTV로 선명한 화질을 기대했던 시청자를 실망시킨 바 있다. 정통부가 방송사를 설득해 그나마 경기 하이라이트 방송과 폐막식 방송을 실시해 주면서 간신히 체면을 살린데서 경제성을 내세운 방송사 설득의 어려움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정통부의 고민은 이처럼 HDTV 가격인하와 잇따른 소비 확산 기대감이 살아있는 가운데 방송당국자들을 어떻게 설득해 HD방송 제작을 확대시키느냐에 있다.
물론 HD방송 확대를 위한 직접적 지원수단으로 HD방송중계기 설치 확대정도의 정책을 갖고 있는 정통부로서는 HD방송 확대에 대한 반사이익을 얻는 제조업체의 지원노력에도 기대하고 있지만여의치 않다. 제조업체들 가운데 LG전자만이 그동안 방송국에 25억원 수준의 HD방송제작비 지원을 해온데 대해서도 정통부는 삼성전자가 가세해야 HD방송의 붐이 일 것이라는 시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적극적 협력을 도출하지 못한 정통부는 최근 통신회사들의 지원을 통한 별도의 HD방송 제작 지원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정통부측은 3560억원 규모의 IT펀드 구성을 통해 이의 일부를 HD방송 제작용 지원펀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 구상에 따라 정통부는 비록 올해안에 내수시장에서 HDTV 보급량에서 70만대에 불과할 지라도 현재의 지지부진한 보급속도를 탈피할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통부 위성방송과 이재홍 과장은 “일단 데이터방송까지 가능한 HDTV 보급 확산에는 예상외로 늦어지겠지만 이같은 정면돌파를 통해 방송국의 HD방송 확대라는 탈출구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이같은 정통부의 HD방송 확대와 HDTV 보급 확대에 거는 기대는 휴대폰의 폭발적 확산세에 따른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도 있다. 휴대폰 내수시장의 폭발적 성장세와 이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와 검증이 효자 수출품목 육성의 기반이 됐듯 이같은 보급확대를 통한 또 다른 수출 대박의 기반을 HDTV에서 기대할 수 있다는 바람이 그것이다.
정통부의 HD방송 확대와 HDTV 보급 확대 정책과 관련, 뚜렷한 솔루션이 없는 가운데 정통부에서 구상하는 IT펀드가 HD방송 제작 확산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지 새삼 관심거리로 부각되고 있다.
<이재구기자 jk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