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입국’을 목표로 추진 중인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기초과학기술지원연·항공우주연구원의 대형 국책과제들이 예산 부족으로 난항을 겪을 전망이다.
22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ETRI의 5대 대형과제, 기초과학기술지원연의 핵융합사업인 ‘K-STAR프로젝트’, 항공우주연구원이 추진 중인 우주중장기개발사업 등이 인력 부족 및 정부의 예산삭감, 연구진 이탈 등으로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수백억에서 수천억원을 쏟아부은 국가 프로젝트가 연구 도중 용두사미가 되거나 상용화와는 거리가 먼 ‘절름발이식 연구’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ETRI는 올해 3500여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았으나 내년에는 17% 정도의 예산삭감이 예상됨에 따라 그동안 추진해온 5대 대형과제 중 1개를 중단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ETRI는 중단 과제를 제외한 나머지 과제에 대해서는 획일적으로 17%씩 예산을 삭감할 수밖에 없어 연구 목표의 재설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항공우주연도 오는 2005년까지 자력으로 인공위성을 발사할 예정이나 예산부족으로 실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당초 정부는 우주센터 건설과 위성체 개발 등에 2005년까지 총 5000억원의 예산을 지원할 계획이었으나 올해 투입된 예산과 내년에 확보된 예산을 모두 합쳐도 1500여억원에 불과한 실정이다. 또 지난 6월 완료될 예정이던 우주센터 건설부지 매입작업도 현재 7%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초과학지원연구원의 ‘K-STAR 프로젝트’는 지난 99년 경제위기로 예산을 삭감당한 이후 사업일정이 수시로 바뀌는 등 혼선을 빚고 있다. 기초과학지원연은 핵융합실험동 건설비를 포함해 3400억원 가량이 투입되는 초대형사업이나 예산삭감과 과제책임자의 잦은 교체 등으로 당초 목표인 2004년 완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대해 과학기술계는 정부가 출연연의 대형사업에 대해 적절한 평가절차 없이 획일적으로 예산을 삭감하거나 체계적인 지원을 소홀히 한 때문이라며 문제점을 제기했다.
출연연 한 관계자는 “정부가 지원은 소홀히 하면서 좋은 결과만 기대하는 것은 감나무 밑에서 감이 저절로 떨어지길 바라는 것과 같다”며 “정부가 내건 연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강력한 지원책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말했다.
<대전=박희범기자 hb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