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PDA시장이 무선PDA쪽으로 무게 중심이 쏠리면서 이에 대한 득실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이 논쟁의 핵심은 ‘국내 PDA산업이 단독형 PDA제품이 95% 이상을 차지하는 전세계 PDA시장흐름과 동떨어져 수출경쟁력 측면에서 독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무선 PDA시장으로 완전히 변모한 국내시장=시장조사기관인 IDC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PDA시장 10만대 가운데 절반 정도가 무선PDA가 차지했다. 그러나 3분기에는 일반 PDA는 1만5000대 수준에 그친 반면, 무선PDA는 이의 세 배가 넘는 5만여대가 공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 PDA의 경우에도 적지 않은 수량이 통신가능한 통신 모듈과 함께 판매된 점을 감안하면 대략 3분기 판매량의 80% 정도가 통신기능을 갖춘 셈이다.
이처럼 무선PDA 판매가 크게 늘어난 것은 국내 PDA시장이 완전히 통신사업자 주도의 시장으로 변모한 데다 소비자들이 통신기능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내 대다수 PDA업체들은 통신모듈을 내장한 무선PDA만을 개발하고 있다.
◇수출로 이어지지 않는 무선PDA=비록 일부 업체들이 무선PDA 수출 계약을 체결하기는 했지만 현재까지 수출이 이행된 사례는 전무하다시피하다. 실제로 올해 소량이나마 수출이 성사된 싸이버뱅크의 PC이폰이나 제이텔의 셀빅은 단독형 제품이다. 이는 전세계 PDA시장이 아직까지 국내와 같은 무선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해 무선PDA 판매기반을 갖추지 못한 데다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의 경우에도 여전히 PDA는 PC와의 데이터 교환(PIMS)이 주목적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IDC코리아의 윤인선 연구원은 “전세계적으로 무선PDA시장은 한국을 제외하고는 시장 자체가 없는 상태”라며 “유럽의 경우 2년 이내에 무선PDA가 활성화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삼성전자 컴퓨터사업부의 경우 당초에는 이동통신 모듈을 탑재한 무선PDA를 미국지역에 수출하려 했으나 통신인증작업이 만만치 않은 데다 무선PDA에 대한 인식도 거의 없어 단독형 PDA수출로 선회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비록 앞으로는 미국이나 일부 아시아권 국가에 무선PDA시장이 도래하겠지만 당분간 PDA 중심은 단독형 제품”이라며 “무선PDA에만 집중하는 국내 PDA업계가 단독형 PDA에서는 세계적인 시장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차별화가 유리할 수도=이러한 지적에 대해 대다수 PDA업체들은 이를 공감하면서도 대안이 없다는 지적이다. 제이텔의 신주용 부장은 “단독형 PDA부문은 국내 업체들이 늦게 시장에 참여해 가격경쟁력에서는 대만에, 브랜드력에서는 미국이나 일본업체에 크게 뒤처지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국내 업체들이 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은 앞서가는 무선PDA에 집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최근 해외에서도 무선PDA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SK텔레콤의 PDA사업 조용보 팀장은 “최근 미국의 버라이존이 무선PDA 서비스를 시작했고 차이나유니콤·NTT도코모 등 해외 사업자들이 무선PDA 서비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향후에는 국내 PDA업체들이 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수출을 고려한다면 모듈을 탈착하는 방식으로 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그러나 국내 시장까지 고려한다면 탈착형을 개발하더라도 크기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형준기자 hjy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