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지금 통신강국으로 간다>1부 유럽편-(4)차세대 킬러앺을 찾아라

 영국 런던의 대학로로 불리는 소호거리. 소호거리에는 황인, 흑인, 백인 등 각종 인종이 어울려 다닌다. 항상 젊은이들로 북적거린다. 소호거리 주변에는 차이나타운이 형성돼 있고 극장, 선술집(PUB), 디스코텍 등이 밀집했다. 광장에는 항시 길거리 연주가들의 공연이 열린다.

 시끌시끌한 광장 한쪽에 극장처럼 보이는 건물이 있다. 최근에 리노베이션한 듯한 건물로 전통의 나라인 영국에 걸맞지 않게 공상과학적 인상을 준다. 최근 세계 이동통신 업계에 기린아로 떠오르고 있는 가상이동망사업자(MVNO) 버진모바일의 마케팅과 전략팀이 위치한 건물이다.

 상, 하 버튼도 없는 엘리베이터를 타고 5층에 내리니 온통 붉은 장식을 치장된 접견소가 나온다. 청바지와 셔츠 차림의 젊은 직원들이 한손에는 음료수를 한손에는 파일을 들고 씩씩하게 회의실을 들락날락한다. 직원들도 대부분 20∼30대며 기자를 마중나온 스티븐 데이 전략기획 이사도 30대 중반을 넘지 않아 보였다.

 ◇아직은 음성이 킬러앱=통신회사면서도 네트워크를 보유하지 않고 있는 MVNO인 버진모바일. 영업 개시 2년만에 200만명이라는 가입자를 유치하며 정체상태에 있던 유럽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버진모바일은 지난 2년간 젊은이들을 집중 공략했다. 20대 및 30대 가입자가 주 고객이다. 특히 24세 이하 가입자가 주류를 이룬다. 버진모바일은 네트워크가 없어 전략과 마케팅으로만 승부를 걸어야 한다. 소비자의 취향과 변화하는 모습을 세세히 파악하지 못하면 오렌지, mmO2, 보다폰 등 거대 통신사업자와의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스티븐 데이는 “소비자가 정말 원하는 게 뭔지 파악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며 “버진모바일이 지난 2년간 집중해왔고 음성이 킬러 애플리케이션이었다”고 말했다.

 버진모바일은 영국의 경우 유선전화는 부모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젊은이들을 위한 저렴한 요금과 그들을 위한 음성 서비스에 초점을 맞춰 단기간에 급성장 할 수 있었다.

 버진모바일이 제공중인 부가서비스도 대부분 음성에서 나온다. 요즘 인기를 끄는 게 주문형오디오(AOD)다. 예를들어 축구 스타 베컴의 얘기가 뉴스에 나오면 이를 SMS로 전송, 가입자들이 모바일 방송에 접속해 즉석에서 뉴스를 전한다.

 핀란드의 소네라, 노르웨이의 텔레누르 등도 마찬가지다. 현재 대부분의 수익은 음성에서 창출하고 있다. 비음성 분야라고 해야 음성기능을 대신해주는 SMS가 킬러 애플리케이션이라고 보는 정도다.

 다만 현재 음성통화 이외에 음성을 이용한 각종 부가서비스를 활용하는 고객들이 향후 한층 향상된 서비스의 소비자라는 점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버진모바일, 소네라, 텔레누르 등 유럽에서 한발 앞선 서비스를 제공중인 사업자들도 음성 사업은 ‘저무는 산업’이라는 것에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이들은 SMS와 음성 그리고 각종 사진까지 첨부해서 소비자들에게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를 쥐어줘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고 봤다.

 ◇MMS는 차세대 주자=유럽 이동통신사업자들은 MMS에 대해서 커다란 기대를 걸고 있다. 그동안 2세대 통신에 머물면서 한국, 일본 등 아시아권에 뒤처졌던 서비스를 한단계 도약시킬 수단으로 MMS를 개발하고 있다.

 스티븐 데이 버진모바일 이사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잘 의사소통할 수 있게 해주느냐가 앞으로도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하고 MMS가 주요 수단이 될 것으로 장담했다. 최근 영국에서 젊은층을 대상으로 컬러액정 단말기가 인기리에 팔리고 있으며 MMS의 요구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스티븐 데이 이사는 “앞으로는 비주얼, 컬러가 가미되지 않은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실패할 것이며 시각적인 도구를 사용한 멀티미디어 메시징서비스(MMS)가 차세대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네라의 임원 빌레 사리코스키도 생각은 같다. 그는 “지금 이동통신은 음성이지만 다양한 용도가 엄청 많으며 모바일 커머스를 포함해 MMS, 사진전송, 무선인터넷 등이 킬러앱”이라고 잘라 말했다.

 노키아의 3세대 서비스 담당 임원인 야모 레이보는 “MMS가 3세대 인프라를 일으키고 발전시키는(up-and-running)는 수단이 될 것”이라며 “현재 MMS와 관련된 기술적 준비는 끝났고 서비스만 하면 된다”고 말했다.

 문제는 유럽에서 아직 데이터 통신 시장이 크게 형성되지 않았고 3세대 서비스가 늦춰진다는 점이다.

 소네라와 텔레누르측에서는 장비업체인 노키아, 에릭슨 등에서 데이터 통신망인 GPRS에 적극적이지 않아 늦어진 것이나 최근 사진 전송이 가능한 단말기 보급에 나섰다. 데이터 통신이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GPRS 네트워크가 보급돼 내년부터 MMS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내다봤다.

 ◇메시지는 곧 미디어=노키아의 MMS 홍보물은 ‘메시지가 미디어다’며 미디어학자인 마샬 맥루한의 ‘미디어는 메시지’라는 말을 뒤엎는다. MMS가 미디어로 가는 중요한 수단으로 생각하는 듯하다.

 음성에서 MMS로 도약을 준비중인 유럽의 통신은 3세대 통신이 최고조에 이르게 될 오는 2006년께 이동통신이 종합 미디어 도구로 변신을 꿈꾸고 있다.

 노키아는 GPRS로 시작해 WCDMA로 망이 고도화되면 현재 유럽의 인기 부가서비스인 SMS가 MMS로 진화하는 동시에 IP기반의 서비스와 연계돼 유무선 통합 멀티미디어 시대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키아의 레보 이사는 “기존 2세대 네트워크로 음성 통화를 가능하게 하고 2∼3세대 네트워크를 통해 모바일 데이터와 멀티미디어가 가능해지며 ALL IP 서비스를 통해 브로드 밴드와 무선통신을 연계시켜 모바일 데이터 폭풍(토네이도)을 일으킬 계획”이라고 말했다.

 버진모바일은 5년 뒤에는 음성이건 데이터이건 간에 소비자대 소비자, 메시지 제공자대 소비자 등을 연결시키는 미디어 그룹으로 변신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스티븐 데이 이사는 “출판, 방송 등에서 소비자들이 원하는 점을 꼭 찍어서 전송해주는 것, 즉 같은 자원을 어떻게 차별화 해주는 가가 핵심”이라며 “유럽의 통신사업자간 경쟁은 미디어로의 변신 싸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유럽의 통신업계에서는 아시아보다 1보 늦은 것을 2보 전진을 통해 일거에 만회할 생각으로 움직이고 있다. 유무선통합, 모바일결제, MMS 등 모든 분야에서 우리나라보다 뒤처져있지만 통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은 우리를 앞선다.

 영국 컨설팅 회사 크리에이티브캐피털의 최고기술임원(CTO)인 제프리 이사는 “한국이 지금 최고 수준의 서비스와 기술을 자랑하나 세계 통신에서는 아직 변방에 불과하며 세계 무대에 나서기 국내적으로는 새로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해외로 이를 수출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자세를 보일 필요가 있다”고 귀띔했다.

 <유럽(런던, 헬싱키, 오슬로)=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 김규태기자 star@etnews.co.kr>

 

 ◆스티븐 데이 버진모바일 임원 인터뷰

 “시장에서 어떻게 차별성을 유지할 수 있는가는 사용자들에게 어떻게 초점을 맞추는가에 달려있습니다.”

 버진모바일 전략담당 임원인 스티븐 데이는 버진모바일이 서비스 개시 3년만에 200만명이 넘는 가입자를 확보하는 등 짧은 기간에 성공할 수 있던 비결을 이같이 설명했다.

 버진모바일은 영국의 버진그룹과 도이치텔레콤의 T모바일이 50대 50으로 투자해 만든 이동전화사업자로 지난 99년 11월 서비스를 시작했다. 버진모바일은 가상이동망사업자(MVNO)로 T모바일의 통신인프라와 주파수를 임차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티븐 데이는 “혁신적이고(innovating), 도전적인(challenging) 사고방식과 최소한의 비용으로 훌륭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신념으로 기존의 사업자와는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접근한 게 유효했다”고 말했다. 전통적으로 엄숙하고 진지한 영국 문화와는 달리 진취적이고 발랄한 젊은 분위기로 젊은 가입자를 대폭 유치했다.

 전체 가입자의 50% 이하가 35세며 10대를 포함해 20대 초반이 이 회사의 핵심 고객층이다. 스티븐 데이는 “나이가 어린 게 중요하지 않으며 50대 이상이라도 정신적으로 젊은이면 언제나 환영한다”고 말했다.

 버진모바일은 20대 초반 젊은이들이 원하는 음성 서비스, 콘텐츠 등을 제공한다. 영국에서 최저 요금제로 서비스를 제공하며 기본요금을 없애는 등 새로운 시도로 소비자들의 마음을 끌었다.

 이 회사는 단순히 낮은 요금만을 무기로 삼지 않는다. 영국에서 처음으로 m커머스, 보이스 보털 등을 제공했으며 컬러 단말기 보급에도 타사에 비해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버진모바일은 이동통신서비스는 하나의 경험이며 이를 통해 전통적인 영국의 생활방식을 바꿀 수 있을 것으로 자신했다. 버진모바일은 한국 통신사업 진출도 검토중이다.

 스티븐 데이는 “한국에서 MVNO 도입을 검토중인 것으로 안다며 한국 진출에 대해 고려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호주 등에선 모기업인 버진 그룹 이미지를 활용할 수 있었으나 한국 등 아시아에서는 모기업의 브랜드를 이용할 수 없는 게 어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한국 진출을 위해 국내 통신사업자들과 다각도로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규태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