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의 직무는 회사의 경영과 재산상태를 감시해 주주들에 알리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진과 사이가 좋을리 없다.
최근 새롬기술의 사장과 감사들이 서로 등을 돌렸다. 교과서적인 관계라면 좋겠으나 시끌벅적한 경영권 다툼에 따른 것으로 개운치 않다.
김지수 상근감사는 지난 7월 오상수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지난 99년 미국 법인의 지분율을 허위 기재하고 이를 무마하려고 미국 법인의 주식을 매입하면서 이중계약서를 만들었다는 혐의다.
임시주총 개최를 놓고도 오 사장과 다툼을 벌였다. 나머지 한 명인 박남주 감사는 최근 오 사장이 법원으로부터 임시주총 개최 허가를 받았음에도 이를 개최하지 않자 직접 법원에 소집 신청서를 제출, 회사에 대한 ‘도발’을 감행했다.
새롬기술은 이에 대해 “회사를 흔들려 한다. 적대적 M&A를 시도하는 홍기태 사장측과 같은 논리를 펴고 있다. 감사 권한 밖의 일”이라며 비난했다. ‘적대적 M&A상황’이라는 이유로 김 감사가 요구하는 감사 자료를 제공하지도 않는다는 후문이다. 상황으로 볼 때 박 감사에게도 자료를 제공하지 않을 것이 불보듯 뻔하다.
상법이 감사에 막강한 권한을 준 것은 경영진이 주주의 이익과 반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 장치가 유명무실하면 경영진의 독단을 막는 장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새롬기술 감사 중 한 명은 오 사장의 독단을 지적했다. 주주의 돈인 2000억원이 날아간 것을 지난 일이라 해도 최근 10억원의 비용을 들인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곧바로 10명 안팎의 구조조정 대상자를 재임용하는 등 ‘즉흥적인’ 경영을 한다는 것이다. 전망이 불투명한 다이얼패드에 대한 투자논의도 다시 수면 위로 부상할 조짐이다.
굳이 감사들의 입을 빌리지 않아도 오상수 사장, 이우용 이사, 폴 유 이사, 김지수 감사 등 이사회 멤버 대부분의 해임건이 걸린 임시주총을 개최하지 않고 이끌어가는 새롬기술의 행보는 위태롭기 짝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사 감사들은 배임에 대한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도발을 감행하고 경영진은 감사들의 법적인 요구마저 묵살한다. 책임 경영과 견제를 넘어 아예 등마저 돌린 경영진과 감사. 이는 새롬기술의 현주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