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게임 ‘리니지’의 18세이용가 판정 여파로 투자조합들이 일제히 게임 투자에 보수적인 입장으로 돌아섬으로써 국내 게임산업 침체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게임 투자를 선도해온 주요 투자조합이 보수적인 입장으로 돌아선 것은 기관투자가는 물론 개인투자자들의 투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주요 투자조합의 움직임에 편승해 움직이던 돈이 ‘밀물’에서 ‘썰물’로 돌아설 여지가 다분하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국내 게임산업의 고속성장세를 뒷받침했던 자금력이 부실해지는 것을 의미해 향후 게임 개발 및 마케팅 여건을 급속히 악화시킬 전망이다. 나아가 자금력 싸움이 좌우하는 세계 게임시장에서 국내 게임업체들의 경쟁력도 급격히 약화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투자조합은 엔씨소프트의 ‘리니지’가 18세이용가 등급을 받음으로써 회원 중에 18세 미만의 청소년층이 게임을 즐길 수 없게 돼 회원수의 감소는 물론 주요 수입원인 PC방 영업에서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엔씨소프트라는 ‘스타 기업’의 등장으로 촉발된 ‘게임산업의 골드러시’는 스타기업이 휘청거리면서 온라인게임시장의 축소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왜 썰물인가=게임에 대한 투자열기의 급격한 냉각은 비단 온라인게임분야에 머물지 않을 전망이다. 온라인게임산업의 불투명한 전망은 PC·콘솔·모바일 분야 등으로 확산돼 게임산업의 전체가 위축되는 결과를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온라인게임이 국내 게임산업을 주도해온데다 온라인게임의 고속성장세에 편승해 타 플랫폼에도 다분히 ‘묻지마 투자’식의 돈이 몰렸기 때문이다.
주요 투자기관 관계자들은 “가뜩이나 경기침체로 투자상황이 악화될대로 악화됐는데 선도기업인 엔씨소프트가 등급제 직격탄을 맞으면서 업친 데 덮친 격”이라면서 “이같은 불똥은 온라인게임은 물론 다른 플랫폼에도 튈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코스닥 입성도 비상=이런 투자심리 위축은 코스닥시장에도 그대로 반영돼 코스닥 진출을 추진중인 업체들이 적지 않은 유탄을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위즈게이트나 JC엔터테인먼트 등 온라인게임업체들이 수익성이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코스닥 등록심사에서 보류판정을 받은 상황이라 게임업체들의 코스닥 진출은 ‘하늘의 별따기’마냥 어려워질 전망이다.
현재 코스닥 등록을 추진중인 웹젠·JC엔터테인먼트 등은 이같은 현실을 감안해 대책 마련에 들어가는 등 비상이 걸린 상태다.
◇게임산업 경착륙 위기=게임업계에 돈이 썰물처럼 빠지면서 그동안 고공비행을 해온 게임산업이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자금사정이 악화된 게임업체들이 개발비 절감이나 구조조정에 나서고 이는 결국 신작 게임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질 낮은 게임이 양산되면서 유저들이 되레 감소하고 매출이 급감하는 악순환이 전개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는 비단 내수시장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시장에도 똑같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 국내 온라인게임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해온 ‘리니지’의 매출이 18세이용가 판정으로 많게는 절반 이상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시장 경착륙의 주요한 원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면 사람도 함께 떠날 것”이라며 “게임도 돈이 된다는 인식이 이제야 조금씩 확산되고 있는데 이같은 투자위축 움직임이 전개돼 게임산업이 채 꽃피우기도 전에 질 판국”이라고 우려했다.
<장지영기자 jya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