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키와 친구들, 이웃들을 가만히 들여다 보면 우리 더키팀들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동그란 눈에 장난기 가득한 표정이 일품인 더키는 마케팅 손정목 이사, 동그란 안경에 엄격하면서도 자상한 아빠는 김왕태 이사, 당돌하면서도 마음 여린 레이미는 콘티 담당 김아씨, 그리고 정성희 작가는 무지개 아줌마처럼 낭만적이고 소녀같은 분이다(물론 시나리오 회의를 할 땐 아니지만…). 바른 생활 소년 쿠디는 이한호 작가를 닮았다.
‘꾸러기 더키’의 최초 제목은 ‘엘비스의 가족(Elvis’ Family)이었다. 영어권 국가에서 친근하고 평범한 엘비스(Elvis)라는 이름은 엘비스 프레슬리라는 가수 때문에 상표권 등록을 할 수 없어서 기획을 보강하면서 우리는 새로운 이름을 찾아야 했다. 캐릭터의 이름을 짓는 데만도 두달이 걸렸다. 네이밍 전문업체의 자문도 받아 봤지만 결국은 전 직원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통해 이름을 결정했다. 300여개의 이름 중에 더키 젤로(Ducky Gelo)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더키는 ‘행복한 오리(Lucky Duck)의 합성어다. 젤로라는 성은 미켈란젤로에서 따 왔다. 굳이 의미를 규정하자면 ‘젤로 좋아’ ‘젤로 귀여워’ 등의 의미를 담고 있었다. 캐릭터에 이름을 붙이고 나니, 캐릭터들이 저절로 움직이며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이름이 바뀌고, 긴 팔에서 짧은 팔로 옷도 갈아 입고, 레이미와 쿠디라는 친구도 새로 사귄 더키는 구름 나라를 휘저으며 다녔다. 이 때문에 렌더링팀은 뽀송뽀송하면서도 렌더링 타임이 짧은 구름을 만들기 위해 두달 이상 연구개발에 매달려야 했다. 아트팀은 더키가 타는 킥보드와 아빠의 자동차, 레이미의 비행선, 쿠디의 슈퍼마켓 비행선 등 이동 수단을 새로 개발해야 했고, 모델링팀은 계절이 바뀌면서 소품과 배경의 텍스처링을 새로 했다. 애니메이션팀은 춤추고, 노래하고, 야구하고, 스노보드를 타는 캐릭터들의 움직임을 모두 잡아야 했다. FX팀 역시 소나기·번개·태풍·물장난 등 작품과 어울리는 특수 효과를 내기 위해 연구개발과 제작을 쉬지 않고 반복했다.
이렇게 공을 들이다보니 첫번째 에피소드를 만들 땐 리테이크가 40% 정도 나왔다. 3주 안에 에피소드 하나를 완성해야 하는 빠듯한 제작 스케줄을 감안한다면 웬만한 리테이크는 그냥 넘어가야 했지만 그럴 순 없었다. 방송 시간에 쫓기면서도 제작팀들은 밤을 세워 리테이크를 보강했고, 첫번째 에피소드를 완성하는 데 6주라는 시간이 걸렸다. 물론 이 기간은 점점 짧아져 마지막 24편을 제작하는데 걸린 기간은 단 10일이었다. 콘티 단계와 러프 카메라 단계에서 철저하게 리테이크 부분을 수정해 메인 프로덕션에서의 기간을 단축시킨 것이다.
‘꾸러기 더키’는 처음부터 해외시장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에 제작 단계에서부터 한국어 대본과 영어 번역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선 녹음 또한 영어로 했다. 아리랑TV와 EBS에서 활약하는 외국인 성우를 섭외해 영어로 선 녹음을 한 후 영어 오디오에 맞춰 입모양과 표정을 만들었다. 하지만 한계가 있었다. 영어권 국가에서 현재 사용하고 있는 살아있는 생활 영어를 정확하게 표현하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미국 LA의 교육방송 PD와 영어 전문가의 도움으로 큰 무리없이 영어 녹음을 마쳤지만 여전히 아쉬움이 남았다. 그러던 중 올해 MIP TV에서 ‘꾸러기 더키’를 본 미국의 포스트 프로덕션 전문회사에서 먼저 제의를 해왔다. ‘꾸러기 더키’ 사운드 작업에 참여하고 싶다고. 때마침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 수출 가능성이 있는 작품의 현지어 버전 작업을 지원해 주는 사업이 진행 중이었는데, 세차례의 엄격한 심사 끝에 ‘꾸러기 더키’가 선정됐다. 3개월 후 ‘꾸러기 더키’의 새로운 영어 버전이 완성되었고, 더키는 지금 해외 진출을 눈앞에 두고 있다.
<정헌열 나래디지털 PD borinym@naraydigit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