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CD냐, PDP냐’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의 보고(寶庫)로 부상한 대형 디지털 TV시장을 놓고 TFT LCD 진영과 PDP진영 간의 영토전쟁이 본격화하고 있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방송 출현과 TV의 대형화 추세에 따라 내년부터 대형 디지털TV 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TFT LCD업계와 PDP업계가 시장 선점을 위해 대대적인 설비 증설과 마케팅에 착수, 치열한 영역 다툼이 예상된다.
40∼60인치대의 대형 TV용 디스플레이 시장은 그동안 PDP의 고유 영역. 그러나 노트북 및 모니터시장 공략에 주력했던 TFT LCD업계가 최근 40인치급 모듈을 잇따라 개발한 데 이어 50인치급 초대형 패널 개발에 박차를 가하면서 PDP와의 정면승부가 불가피해졌다.
LG필립스LCD·삼성전자·샤프 등 TFT LCD 진영은 내년이 사실상 LCD TV 시장 원년이라고 보고, 초대형 패널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에 따라 PDP시장의 초기 표준 모델로 정착된 42인치를 겨냥, 37∼42인치급을 전면에 내세우는 한편 50인치 이상의 대형 패널 개발에 전력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와 관련, 46인치 모듈을 개발해 조만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특히 LG필립스와 삼성전자는 5세대라인 가동으로 대형 패널을 양산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 TV시장 공략에 역량을 집중키로 했다. 이와 함께 샤프가 TV 전용 6세대(1500×1800㎜)라인 구축에 들어간 데 이어 LG와 삼성도 5세대 설비증설과 6세대 준비를 병행 추진중이다.
LCD의 시장 잠식에 대응한 PDP진영의 맞불 작전도 불이 붙었다. 파이어니어, FHP 등 일본업체의 저가 공세에 대응, LG전자·삼성SDI 등 국내업체들이 20% 대의 가격인하를 통해 LCD와의 가격차를 더욱 넓히는 한편 50인치 대역의 차세대 PDP시장 표준화를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PDP 진영은 특히 가격경쟁력면에서 TFT LCD와의 비교우위를 더욱 높이고 다가오는 대형 디지털 TV시대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생산능력 확충이 시급하다는 판단아래 대대적인 설비증설을 추진할 방침이다. 이미 LG전자가 월 3만장 규모의 2라인 구축에 들어갔으며 삼성SDI도 내년에 2000여억원을 투입, 1개라인을 증설할 계획이다.
PDP와 LCD가 대형 TV 시장에서 각축을 벌이면서 LG와 삼성의 차세대 평판스플레이(FPD) 사업 주도권의 향배도 주목된다. 대형TV용 디스플레이 시장 경쟁이 달아오를수록 LG필립스(LCD)와 LG전자(PDP), 삼성전자(LCD)와 삼성SDI(PDP) 간의 집안싸움도 갈수록 첨예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TFT LCD는 제조원가, PDP는 효율 면에서 각각 한계가 분명한 만큼 대형 TV시장에서 누가 우위를 보일지 현재로선 예측불허”라면서 “그러나 두 진영간의 불꽃튀는 접전은 대형 디지털TV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