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급물살을 타온 SI업계의 인수합병(M&A) 움직임이 주춤거리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대규모 M&A로 관심을 모아온 대우정보시스템-EDS(미국), 쌍용정보통신-코오롱정보통신 등의 인수합병 협상이 인수가격 문제 등으로 인해 더이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간 인수합병 계획이 장기화되거나 무산되는 게 아니냐는 예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우선 지난 4월부터 가속화돼온 미국계 IT서비스업체 EDS의 대우정보시스템 인수 협상은 최근 인수가격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EDS는 대우정보시스템 인수를 위해 이 회사의 대주주인 홍콩계 캐피털회사인 KMC인터내셔널 측과 주식매매 협상을 벌여왔으나 인수가격에서 견해차이를 보이며 협상이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EDS나 KMC인터내셔널 측 모두 기존 책정한 가격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협상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는 “EDS와 KMC인터내셔널 협상이 인수가격에 대한 이견으로 교착상태에 빠졌다”며 “어느 한쪽에서 입장을 바꾸면 협상이 가속화되겠지만 지금으로선 타결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이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EDS는 미국계 메릴린치에 위탁한 대우정보시스템의 기업가치평가 보고서를 바탕으로 지난달 KMC인터내셔널 측에 주식 매매가격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SI업계 수주실적 6위인 쌍용정보통신(대표 염정태)과 9위인 코오롱정보통신(대표 변보경)간 인수합병 작업도 가속화될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지지부진하고 있다.
지난 한달간 쌍용정보통신 인수를 위해 재무구조·영업현황·인력 등에 대한 실사작업을 벌인 코오롱정보통신은 “조건이 맞지 않아 당분간 인수 협상을 유보키로 했다”고 밝혔다. 코오롱정보통신 관계자는 “쌍용, 채권단, 코오롱 등 3자간 인수조건 차이로 협상이 지연되면서 인수가 유보적”이라면서도 “연내 성과가 없을 경우에 내년에 특정업체에 한정짓지 않고 인수합병 작업을 재추진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쌍용정보통신 대주주로 협상주체인 쌍용양회는 코오롱정보통신 측의 실사가격이 당초 기대한 매각대금에 미치지 못해 일단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내보이고 있다. 주식시장이 좋지 않기 때문에 지금 쌍용정보통신을 매각해 봤자 이득이 없다는 판단이다.
쌍용양회의 최대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의 경우 “연말까지 지분 매각을 매듭짓기로 방침을 세웠지만 쌍용정보통신 주가가 크게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급하게 서두르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쌍용정보통신 측은 “과거 인수합병 성사단계 직전까지 갔던 칼라일과의 협상에 견줘 코오롱정보통신과의 인수협상은 강도나 속도가 떨어진다”며 “고합 인수에 500여억원을 투입한 코오롱도 내부에서 이번 인수협상에 대해 회의론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업계 일각에서는 코오롱정보통신의 쌍용정보통신 인수협상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결렬될 것이라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온기홍기자 kho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