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트젠테크 엔피아 부문 사장 윤기주 kjyoon@enpia.net
오래 전 네트워크 전문가로서의 길을 다져가던 시점에 만났던 외국인 두 사람이 있다. 한 사람은 미국의 파이어월 솔루션 전문회사 부사장인 맥그리거인데 그때 당시 60세를 넘긴 상태였으니 지금은 아마도 현역에서 은퇴했지 않을까 싶은데, 한국에서 공동으로 진행되던 네트워크 관련 프로젝트가 보안문제에서 막혀 양사 엔지니어들이 꼼짝 못하게 되자 문제해결을 위해 미국에서 급파된 분이었다.
한국에 도착하자마자 공항에서 바로 회의실로 직행해 온 그는 한마디로 보안부문의 거장(Master)이었다. 아침 8시에 회의를 시작하면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때까지 밤을 새워 회의가 계속됐는데 갑론을박이 벌어지는 사이 해결책은 항상 그의 입을 통해 나왔다. 뿐만 아니라 회의 결과를 바탕으로 실제 프로젝트 실행에 나서면 3시간 준비하고 21시간을 꼬박 작업하는 날이 다반사였는데, 거기서도 그는 젊은 엔지니어들 틈바구니에서 잠시도 해이한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만 나면 부지런히 관련 서적을 뒤지고 필요한 자료를 본사에 수시로 요구하는 등 ‘거장’으로서의 지혜가 그저 오랜 경험만이 아니라 ‘현장과 학습’을 잠시도 게을리하지 않는 전문가적 열성에서 나온다는 모범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결국 3개월 만에 프로젝트를 목표대로 진척시키고 미국으로 돌아가던 날 맥그리거는 올 때보다 몸무게가 무려 12㎏이나 줄어있었다.
또 한 사람 역시 미국 네트워크 전문회사의 영업사원인 일본인 히로(Hiro)다. 네트워크 전문 솔루션의 한국진출을 위해 우리 회사를 방문한 그는 자기 회사에 대한 자부심과 솔루션의 특징, 한국에서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지에 대한 설득에서 보통이 아니었다. 한국의 기술동향이나 시장상황을 우리보다 더 정확히 꿰뚫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출장 목적인 한국시장 개척을 위해 얼마나 사력을 다하던지 그 회사의 실제 대표가 아닌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최고를 유지하는 맥그리거나 회사의 능력이나 열성이 자신의 몸을 통해 100% 쏟아져 나오는 히로 같은 사람이 결국 조직을 튼튼하게 이끄는 뼈대가 될 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열정, 회사에 대한 자긍심이 만나는 사람으로 하여금 작은 기업을 거대한 기업처럼 보이게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