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강에 도전한다>(8)2차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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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지는 전자·통신기기의 심장에 비유된다. 기기 구동을 위한 핵심(전원)역할을 맡고 있기 때문이이다. 특히 모바일기기의 주전원을 공급하는 소형 2차전지산업은 반도체·디스플레이와 함께 21세기 정보전자 산업의 핵심 고부가 유망산업으로 떠오르고 있다.

 세계 시장 규모만도 지난해 약 3조원에 이를 정도로 소형 2차전지산업은 이제 매머드급 산업으로 성장했다. 시장조사기관들은 “모바일기기 시장은 2005년께에 약 4조6000억원대로 성장하는 등 급팽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성장성이 높은 만큼 2차전지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업체도 많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일본의 독무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산요, 소니, 도시바, 히타치, 마쓰시타 등으로 짜여진 일본업체들은 10여년간 세계 시장을 독식해 왔다. 특히 산요는 34%의 세계 시장점유율로 2위 소니와 15% 정도의 차이를 보이며 시장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굴지의 2차전지업체다.

 2차전지 왕국 일본의 아성에 도전장을 낸 것은 한국. 90년대말부터 2차전지 시장에 출사표를 던진 국내업체들은 올들어 휴대폰 등 전방산업인 모바일기기산업의 급성장에 힘입어 일본을 위협하는 수준까지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국내 2차전지업계에서 또 하나의 ‘극일’을 목표로 선두 산요를 맹렬히 추격하고 있는 대표 주자는 LG화학이다. 물론 LG화학은 99년 1월 국내 최초로 노트북용 원통형 리튬이온 2차전지를 양산, 이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지 4년에 불과한 후발기업이다. 따라서 외형면에서 LG화학과 산요는 ‘다윗과 골리앗’에 비유될 정도다.

 지난해 기준으로 LG화학의 2차전지 매출은 500억원대로 산요에 비해 5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올해에는 1500억원대의 매출이 예상되지만 산요(2조7000억원)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하다. 생산능력면에서도 LG화학은 월 350만셀 정도이나 산요는 월 2200만셀에 달한다. 세계 시장점유율도 비교 자체가 무리다.

 그러나 올들어 상황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공격적인 설비투자와 끊임없는 기술개발 그리고 적극적인 글로벌 마케팅으로 고성장 가도에 진입하며 산요와의 격차를 빠르게 줄이고 있다. 특히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극복하기 위해 산요와는 차별화된 비즈니스 전략을 추구하며 추격의 고삐를 당기고 있다.

 LG화학은 일본업체들이 전세계 리튬계 2차전지 시장의 80% 이상을 점유하고 있어 이들 업체와 동일한 전략으로는 세계 시장에서 선두기업으로 입지를 구축하기 어렵다고 보고 보다 차별화된 제품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우고 있다. 특히 산요와 경쟁할만한 수준에 오른 리튬이온폴리머전지 부문을 집중적으로 강화하고 있다.

 이는 리튬이온폴리머전지의 경우 일본업체와 비슷한 시기에 제품 개발 및 양산을 시작해 산요는 물론 일본 선발업체와 기술이 대등하고 생산능력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LG화학은 이를 위해 리튬이온폴리머전지 3개 생산라인을 증설, 산요를 추월한다는 방침이다.

 산요가 초 강세를 보이고 있는 각형 리튬이온전지 역시 내년에 2개 라인을 증설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LG화학은 휴대폰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는 국내 시장 환경에 적극 대응할 계획이다. LG는 특히 계열사인 LG전자의 휴대폰사업부를 필두로 국내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노키아, 모토로라, 지멘스 등 세계적인 모바일업체를 대상으로 공급에 나서는 다변화전략을 시도하고 있다.

 LG화학은 이를 통해 2005년말까지는 각형 리튬이온전지 및 리튬이온 폴리머전지의 생산능력을 각각 800만셀과 550만셀로 확장하는 등 리튬계 2차전지 총 생산능력을 월 1500만셀로 늘리고 2005년에 세계 시장점유율을 현재 4%에서 15% 이상으로 높여 세계 빅 3급 2차 전지업체로 거듭난다는 장기 비전을 수립해 놓고 있다.

 LG화학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장기 마스터 플랜으로 소형 2차전지 외에 2006년부터 HEV(Hybrid Electric Vehicle), 전기자동차(Electric Vehicle) 등 미래 자동차용 차세대 전지 개발을 전략적으로 추진, 세계적인 전지메이커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지난해 미국 콜로라도에 현지 전지연구소CPI(Compact Power Inc.)를 설립하기도 했다.

 그러나 세계 선두자리의 입지를 더욱 돈독히 하기 위한 산요의 공세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산요는 이미 비용 절감 및 공급기간 단축을 위해 중국·미국 등지에 2차전지 관련 생산라인과 영업망을 구축, 현지화 전술을 발빠르게 전개함으로써 시장 1위 수성을 위한 세부 전략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있다.

 산요는 특히 강점을 갖고 있는 각형 리튬이온전지 부문을 지속적으로 강화, 일본 내부와 한국의 후발업체들의 추격을 원천 봉쇄한다는 전략이다. 이에 따라 산요는 내년말 목표로 4개라인, 월 500만셀 정도를 추가로 증설해 총 2차전지 생산능력을 3000만셀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작업을 물밑 추진중이다.

 산요는 이같은 전략을 통해 내년에는 현재 34% 수준인 세계 시장점유율을 45%대로 끌어올려 2차전지 분야의 세계 최강 자리를 더욱 공고히 한다는 목표다. 이와 함께 차세대 2차전지인 리튬설퍼전지와 미래의 꿈의 전지로 분류되는 연료전지 개발에 박차를 가해 2차전지 초일류기업을 실현한다는 전략이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골리앗 산요에 대항, 2차전지 세계 최강에 도전하는 한국의 대표주자 LG화학이 과연 어느시점에서 산요에 근접하며 선두 기업으로 부상할지 세계 2차전지업계의 시선이 LG화학의 일거수일투족에 쏠리고 있다.

 <박지환기자 daebak@etnews.co.kr>

 

 ◇LG화학

 LG화학(대표 노기호)은 아직 세계 시장점유율이나 생산능력면에서 1위인 산요와 많은 격차를 보이고 있지만 머지않아 세계적인 기업으로서의 입지를 확보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99년 국내 최초로 리튬이온전지 대량생산체제를 가동한 LG화학은 안정적 캐시카우인 화학부문을 토대로 2차전지부문을 미래 승부사업으로 선정,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LG화학은 일본업체보다 2차전지 시장에 뒤늦게 진입했지만 세계 최초로 노트북용 2200㎃h 원통형 2차전지를 개발하는 등 기술력 면에서도 세계 수준에 근접했다는 평을 받고있다. 경영측면에서도 애플·HPC 등 세계적인 노트북 메이커에 제품을 공급하는 등 수출이 호조를 보여 올해 사상 첫 영업 흑자를 기대하고 있다.

 LG화학은 최근 세계적인 2차전지 회사로서의 입지를 구축하기 위해 리튬이온 폴리머전지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다. 리튬이온 폴리머전지의 경우 일본업체에 비해 기술력 측면에서 대등하고 시장진입 시기도 비슷해 리튬이온전지에 비해 시장확대가 훨씬 용이하다는 분석이다. 이를 위해 임원진을 비롯한 구성원들의 중지를 모아 비밀이 없는 열린경영, 보다 효율을 제고하기 위한 형식의 파괴, 디지털 경영 등을 꾸준히 시행하고 있다.

 LG화학은 2차전지 분야의 집중 육성 노력이 2005년께에는 하나하나 결실을 맺기 시작, 세계 소형 2차전지 시장에서 세계 3위권으로 무난히 진입이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

 

 ◇산요

 세계 2차전지 시장의 34%를 점유하고 있는 산요(대표 이우에 사토시)가 가장 역점을 두는 사업전략은 세트업체가 원하는 양만큼 원하는 시기에 제품을 공급하는 ‘현지화 전략’이다.

 공급처가 전세계 곳곳에 산재해 있는 만큼 다양한 수량과 납기 준수 등의 서비스를 원활히 제공하기 위해서는 현지에 영업망과 생산거점을 확보하고 현지의 수요에 적절히 대응하는 전략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현재 산요는 일본을 위시해 중국의 베이징·톈진·쑤저우,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트남, 헝가리 등에 2차전지 셀 관련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영업거점도 일본과 한국 시장에 각 1곳을 비롯해 유럽에 8곳, 중국에 6곳, 미주대륙에 9곳 등 총 25개 거점을 운영하고 있다. 해외시장에서의 입지를 더욱 견고히 하기 위해 공급물량 확대에도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생산량에서 전세계 4위인 GS멜코텍을 인수했으며, 내년에는 500만셀 규모의 각형 리튬이온전지 생산라인 4개를 신규로 설치해 생산능력을 총 3000만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산요는 신소재를 이용해 기존 생산중인 2차전지보다 용량면에서 성능이 한단계 진보한 리튬설퍼 전지를 비롯해 연료전지 등 신제품 개발에도 역량을 집중, 선두기업으로의 지위를 확고히 하고 있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해 생산라인을 운영하고 있는 해외 현지법인에서 2∼3년후부터 사업화가 가능한 2차전지를 연구하고 있으며 본사가 전략적으로 지원하는 ‘에너지R&D센터’에서는 향후 5년 이후 상용화가 가능한 중장기 전략 제품 개발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산요의 내년 목표는 전세계 시장점유율 45%를 실현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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