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는 23일 “한국은 총체적 경쟁력을 향상시키는 자유무역협정(FTA) 추진에서 다른 국가보다 크게 뒤지고 있어 세계시장에서 고립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칠레와 적정한 수준에서 타협해 양국간 FTA를 체결해야 하며 한·중·일 FTA도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등 전향적 자세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연구소는 이날 ‘FTA시대의 개막’ 보고서를 통해 세계 주요 지역이 FTA를 통해 자유무역권을 형성하고 있어 한국의 고립이 가속되고 있다면서 동아시아국가들 가운데 한국이 가장 늦게 FTA에 눈뜨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 아세안 5개국은 10년 내 자유무역지대 창설을 목표로 작년말부터 협상 중이며, 일본은 올해 1월 싱가포르와 ‘신시대 경제 동반협정’을 체결한 데 이어 아세안국가 전체와의 협정도 추진 중이라고 연구소는 전했다. 또 미국은 중남미 전체까지 포괄하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를 계획하고 있으며, 유럽연합(EU)은 2004년에 동구권 10여개국을 받아들일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이런 지역통합으로 한국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멕시코는 90년에 미국 수입시장의 6%를 차지하다가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설립 후인 작년에는 11.5%로 늘었으나 한국은 3.7%에서 3.1%로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중국·아세안 FTA’로 중국 기업은 동남아시장 진출을 확대하게 되고, 한국은 중국에 이 시장을 빼앗길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박번순 수석연구원은 “한국은 ‘관세 및 무역에관한 일반협정(GATT)’과 세계무역기구(WTO) 체제의 수혜자로서 다자주의에 의존해온 만큼 지역경제 통합에 무관심했다”면서 “지역통합화로 인해 한국의 수출환경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