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맞은 이동통신장비산업>(상)CDMA종주국 위상이 흔들린다

 국내 이동통신장비산업이 위기를 맞았다. 올들어 해외 CDMA 장비입찰에서 국내업체들의 부진이 계속되면서 CDMA 종주국으로서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특히 최근의 부진은 기존 2세대 CDMA 장비가 아닌 3세대(3G) CDMA서비스의 시발점으로 평가받고 있는 cdma2000 1x분야에서 나타났다는 점에서 향후 국내 이동통신장비산업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과거 CDMA 장비산업 발전을 기반으로 해외시장에 진입한 후 성공가도를 질주하고 있는 이동통신단말기산업과는 대조적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국내 이동통신장비산업을 3회에 걸쳐 긴급점검해 본다. 편집자

 

 지난 4월 1일, 삼성전자는 인도네시아 이동통신사업자인 라텔인도사와 13만5000회선 규모의 cdma2000 1x 장비공급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발표했다. 당시 방한중이던 인도네시아의 시암술 무아리프 통신정보부 장관과 양승택 전 정보통신부 장관이 인도네시아 CDMA 구축사업에 협력하기로 합의한 바로 다음날이었다. 이날 발표는 국내 이동통신장비업체들이 아시아권 CDMA벨트 조성에 적극 나서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것이어서 크게 주목받았다.

 하지만 한달 후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발표된 본계약 내용은 당초 기대에 훨씬 못미치는 것이어서 관련업계를 당혹스럽게 했다. MOU 체결시에는 13만5000회선 규모였던 공급량이 본계약에서는 절반에도 못미치는 5만회선에 그쳤기 때문이다. 오히려 막판까지 공세를 늦추지 않은 캐나다의 노텔네트웍스가 초기 공급량의 절반 이상을 확보해 결과적으로 국내 업체가 해외 업체에 밀린 형국이 됐다.

 국내 업체의 부진은 하반기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대만 이동통신사업자 EBT가 cdma2000 1x서비스 도입에 나섬에 따라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이통장비업체들이 향후 3년간 8000만∼1억달러 규모로 예상되는 cdma2000 1x 장비공급권을 따내기 위해 대만으로 줄지어 향했지만 노텔네트웍스의 단독 수주가 거의 확실시되고 있다. 노텔은 본계약 체결에 앞서 지난 22일 대만 정보통신당국으로부터 cdma2000 기지국 장비 승인을 받아 대만 시장 입성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이처럼 국내 업체의 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지난 22일에는 국내 업체들이 수년간 공을 들여온 중국시장에서 비보가 전해졌다. cdma2000 1x 장비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중국 이통사업자 차이나유니콤이 북미 및 유럽 업체 4개사와 1조7460억원에 이르는 공급계약을 체결한 것이다. 이에 따라 지난해 차이나유니콤에 CDMA장비를 공급했던 삼성전자는 물론 신규 진입을 노리는 LG전자와 현대시스콤도 향후 중국 사업 전망이 극히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3일에는 역시 국내 업체들이 눈독을 들여온 인도 시장에서 미국 루슨트테크놀로지스가 이통사업자인 릴라이언스인포콤 및 타타텔레서비스사와 수억달러 규모의 cdma2000 1x 장비 공급계약을 체결, 시장을 선점함에 따라 국내 이동통신시스템의 수출전선은 그야말로 비상형국이다.

 특히 이러한 국내 업체의 부진은 2세대 CDMA사업이 아니라 3G 서비스인 cdma2000 1x 분야에서 나타나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3G 이동통신시장에서 동기 및 비동기식 양대 시장을 모두 석권한다는 구상 아래 사업을 전개해온 국내 업계로서는 기존 2세대 CDMA 시장의 강세를 바탕으로 주도권을 거머쥐려 했던 동기식 3G 시장마저도 뜻밖에 부진을 면치 못하자 이러한 부진이 비동기식에도 영향을 미칠까 우려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 이동통신장비의 해외 수출규모가 지난 2000년 1조7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4400억원대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이은 악재로 국내 산업이 이대로 주저앉는 것 아니냐는 섣부른 위기론까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이동통신장비업계에 이러한 악재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6월 LG전자가 베트남에 3500만달러 규모의 cdma2000 1x 장비를 공급한 것을 비롯해 8월에는 삼성전자가 국내 업체로는 처음으로 일본 KDDI의 cdma2000 1x EVDO 장비공급자로 선정되는 등 앞으로 반전을 위한 호재가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같은 호재가 그동안 누적된 악재를 상쇄할 만큼의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하기 위해서는 최근 나타난 해외사업 부진의 원인을 면밀히 분석, 향후 대책을 마련해나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cdma2000을 비롯한 3G 시장은 이제부터가 시작인 만큼 지금부터라도 사업실패의 원인을 분석, 최근의 부진을 딛고 일어설 수 있는 대응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