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보조금 지급을 이유로 이동전화사업자에 대한 영업정지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자칫 직격탄을 맞게 될 단말기 제조업체는 물론 대리점 등 일선 유통업체들이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가뜩이나 소비심리 냉각으로 신규수요 창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 영업정지 조치까지 가세한다면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동시에 차제에 사업자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보조금 정책에도 산업육성 차원의 배려가 시급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기사 3면
23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 통신위 결정을 앞둔 정부가 단말기 보조금 지급 등을 이유로 이통사들의 영업정지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자 이동전화단말기업계에선 “한국 IT수출의 버팀목인 휴대폰산업의 내수 기반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이제 막 숨통이 트이기 시작한 PDA업계는 “고사위기에 내몰릴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하고 일선 유통업체들은 ‘밥줄’인 신규가입자 확보가 원천적으로 봉쇄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정부가 유통망을 붕괴시키고 있다”며 노골적인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특히 일선 대리점 관계자들은 “벌써부터 사업자 영업정지에 대비해 가개통 물량 확보에 나서고 있다”며 “정부의 또 다른 규제가 예상되지만 이는 생존권 차원”이라고 강조, 현실을 무시한 일률적 보조금 정책이 대리점들의 위법을 낳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들은 “정부가 사업자를 규제하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 피해는 단말기업계와 유통업체에 고스란히 돌아온다”며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후방산업을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단말기 및 PDA업계는 한국이 세계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IMT2000 단말기 등 최첨단 제품의 경우 보조금을 활용해 시장을 활성화시켜 후발업체들과 격차를 더욱 벌려야 하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정부가 나서 시장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동전화단말기업체 국내영업 관계자는 “정부가 제조업체 등 관련업계를 고려하지 않고 사업자만 보고 강력하게 보조금을 규제하다보니 부작용이 크다”며 “실제 사업자 영업정지가 내려지면 최소 한달 정도는 영업에 큰 지장을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의 80% 가량을 이동통신서비스업계에 의존하고 있는 PDA업계는 위기감이 훨씬 증폭되고 있다. PDA업체 모 사장은 “국내 PDA업계는 사실상 이통사들이 다 먹여살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이통사의 영업정지 결정이 내려진다면 중소기업 위주의 PDA업계는 경영상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통업체들은 유통망 붕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상당수 서비스 대리점들이 이동통신시장의 포화로 가뜩이나 경영에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 “이통사에 영업정지 조치가 내려질 것”이라는 소문까지 나돌자 대량의 가개통 물량까지 확보하는 등 영업난이 가중되는 실정이다.
모 대리점 관계자는 “영업정지가 내려지면 가입자수가 급격히 줄어들어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 대리점들은 영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의 사업자 보조금 지급행위 규제가 단말기 유통망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