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위원회가 오는 28일 회의를 갖고 이통사업자별로 길게는 2달, 짧게는 50일의 영업정지라는 강력한 제재조치를 내릴 것이라는 예상이 확산되면서 당사자가 아닌 단말기업계와 유통업체들은 비상이다. 영업정지 조치가 현실화된다면 사업자들로서도 타격이겠지만 실제로 더 큰 피해는 납품업체인 단말기와 유통업계에 돌아가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원점에서 단말기 보조금 문제를 다시 검토해 현실에 맞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업계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단말기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사업자들을 몰아세워 단말기 보조금 규제정책을 만들었지만 그동안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며 “영업정지가 내려진다고 하더라도 유통시장 현실상 어떤 형태로든 보조금은 다시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전긍긍 이통사업자=사업자들은 일단 영업정지가 내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철 정보통신부 장관이 최근 기자들과 만나 “영업정지를 포함해 제재방안을 다각도로 검토중”이라고 말해 제재 가능성을 시사했으며 정통부 실무자들도 강한 제재 가능성을 흘리고 있다.
실제로 정통부 관계자는 23일 “통신시장 경쟁이 격화되면서 위·탈법이 극성을 부리고 있다”며 “선후발 사업자를 막론하고 영업정지를 포함한 강력한 규제가 불가피하다”고 말해 강경론이 우세함을 시사했다.
하지만 영업정지까지는 내려지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찮다. 가뜩이나 가라앉은 IT경기와 주식시장을 더욱 위축시키는 조치를 과연 정통부가 하겠느냐는 분석이다. 사업자의 주가뿐 아니라 제조업체의 주가에 영향을 미쳐 그나마 주가를 버텨주는 통신주 폭락사태를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선을 앞두고 정통부가 경기붕괴의 주범이라는 비난을 들을 수도 있다.
업계 일각에선 따라서 통신위가 사업자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과징금을 활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정통부와 통신위가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매겨 ‘영’을 세울 가능성이 높다. 이같은 관측에도 불구, 이통사업자들은 영업정지라는 최악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대책을 강구중이나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사업자들은 그간 보조금을 과도하게 지급해 시장이 혼탁해졌다는 점을 시인하면서 선처만 바라는 입장이다.
◇생존권 싸움으로 인식하는 유통업체=사업자들은 신규영업정지가 매출과 수익에 직접 타격을 입지 않으나 회사의 이미지와 주가, 대리점 영업에 큰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영업정지로 소비자의 인식이 악화되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요금을 인하해야 하는 입장에 놓일 것을 우려했다. 영업을 하지 못하는 대리점들이 본사에 강력히 반발할 수 있으며 향후 대리점 통제가 어려워지는 것도 걱정거리다.
통신위원회의 규제조치에 가장 영향을 받을 분야는 유통시장이다. 영업정지로 신규가입자 확보가 1∼2달 지속될 경우 매출이 급감할 수밖에 없다. 특히 대리점이 사업자로부터 받고 있는 관리수수료 문제가 크게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관리수수료는 대리점이 신규가입자를 유치한 대가로 사업자로부터 휴대폰 요금의 일정 부분을 수수료로 받는 돈으로 대리점 매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때문에 신규가입자 모집이 중단될 경우 경영난에 처한 대리점들이 이동사업자와의 마찰은 물론 정부와의 정면대결도 배제할 수 없어 유통시장에 큰 혼란이 야기될 수도 있다.
◇보조금 정책 짚는 단말기업계=단말기업체들은 “보조금 규제조치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처음부터 정부가 밀어붙이기식으로 단말기 보조금 정책을 펴 단말기 시장왜곡은 물론 수요예측마저 어렵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한국 이동전화단말기가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는 보조금이 크게 일조했다는 측면을 간과한 채 사업자 규제만을 내세워 정부가 국내 IT산업의 버팀목인 휴대폰 산업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얘기다.
이동전화단말기 관계자는 “단말기 보조금은 시장의 논리로 풀어야지 정부의 규제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정부의 규제가 강력하면 강력할수록 업체들의 편법만 늘어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뛰는’ 정부가 ‘나는’ 업자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지금은 세계 이동전화단말기업체들이 WCDMA 등 3세대 단말기 주도권 경쟁을 치열하게 벌이고 있어 내수시장의 활성화가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정부가 보조금 사용에 따른 부작용에 대해선 당연히 규제해야 하지만 내수시장 활성화 등 긍정적인 측면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게 업계의 일관된 주장이다. 업계에선 외국처럼 단말기 의무가입기간을 두고 가입기간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적용하는 방안을 해결책으로 제시하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
김익종기자 ijkim@etnews.co.kr
김태훈기자 taeh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