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이통시대 열린다>e모든 세상과 통하는 `마법의 窓`

 

 3세대(G) 이동통신 시대가 활짝 열렸다.

 이동전화기로 인터넷을 검색한다. 이동전화기만 갖고도 지하철을 타고, 자판기 음료를 꺼내 먹는다. 내년 이맘 때엔 깨끗하고 끊김없는 화면으로 상대방의 얼굴을 보며 통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인류는 저마다 ‘마법사의 거울’을 가지고 다니는 ‘꿈의 이동통신’의 문턱을 막 넘고 있다. 통신혁명이다. 그러나 누구도 이 혁명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놓을 지 짐작조차 못하고 있다.

  

 지난 5월 31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 주경기장에서 열린 개막식. 깜짝 이벤트가 벌어졌다.

 KT아이컴의 비동기식 IMT2000 시연이다. 순간 외국 관광객과 취재진들의 얼굴은 충격에 휩싸였다. “한국의 IT가 이정도로 앞서 있는가”하며 놀랍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이날 시연장면은 세계 130여개국에 방영됐다. 코리아는 이동통신 강국의 이미지를 지구촌에 뚜렷이 각인시켰다.

 얼굴을 보며, 그것도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것은 그간 인류의 오랜 꿈이었다. SF영화의 단골 메뉴였다. 하지만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이 첫 무대다.

 이른바 ‘3세대(G) 이동통신’이 한국에서 꽃을 피우고 있다.

 첫 단추는 cdma2000 1x EVDO다. CDMA 종주국, 한국의 소비자들은 느린 속도를 참지 못했다. 이동통신사업자들은 이에 cdma2000 1x라는 패킷 데이터방식으로 144Kbps급까지 전송속도를 높였으나 그래도 소비자들은 불만스러운 눈빛을 보냈다. 내친 김에 2.4Mbps급까지 올렸다. 바로 cdma2000 1x EVDO다.

 cdma2000 1x EVDO는 고속 패킷 전송에 적합하도록 시스템을 최적화해 문자·영상·음악 등의 데이터를 고속으로 전송한다.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어 보낼 수 있으며 멀티미디어서비스, 영상회의, 초고속 인터넷도 가능하다.

 음성통화용 핵심망을 거치지 않고 별도의 인터넷망으로 데이터를 보낼 수 있어 망의 호환성도 좋다. 사람들은 cdma2000 1x를 2.5세대, cdma2000 1x EVDO를 3세대라고 차별해 부른다.

 국내에선 지난해 말 시범서비스에 이어 지난 상반기에 상용서비스에 들어갔다.서비스 이용자는 아직 많지 않다. 사업자별로 수만명이 고작이다. 단말기의 보급이 지연되고 값이 비싸며 한 차례 인하에도 불구, 여전히 비싼 요금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간 동영상을 비롯한 다양한 콘텐츠가 등장한 데다 이달 중 새 기능을 부가한 첨단 EVDO단말기는 물론 보급형 단말기까지 출시할 예정이어서 수요

전망은 밝다.

 이통사업자들은 콘텐츠 다양화를 통해 붐을 조성, EVDO시대를 연다는 방침 아래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새로운 강자도 출현했다. 바로 월드컵 개막식에서 처음 공개된 WCDMA다. 유럽식(GSM)과 미국식(CDMA)이 동시에 진화한 이동통신 시스템이다. 진정한 ‘3G 이동통신’이라고 불리운다.

 이용하는 서비스 자체는 EVDO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2㎓ 대역에서 빠르고 안정적인 전송이 가능해 동영상 송수신에 적합하다.

 무엇보다 WCDMA의 특징은 ‘복합작업(멀티태스킹)’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동영상 내려받기, 통화, 메시지보내기 등 여러 기능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운용체계(OS)에 빗대면 도스(DOS)와 윈도(WINDOWS)의 차이라 할 수 있겠다.

 WCDMA 역시 한국이 상용화에 앞장서고 있다. KT아이컴을 필두로 SKIMT가 내년 상반기 중 상용서비스에 들어갈 예정이다.

 유럽연합(EU) 국가들은 WCDMA 주파수를 확보하느라 천문학적인 경매 대금을 지불해 경영난이 심해지면서 투자에 엄두를 내지 못했으나 최근 각국 정부의 독려로 투자 움직임이 다시 일고 있다.

 WCDMA가 내년부터 상용화가 시도되나 본격적인 상용화에는 당분간 시일이 필요할 전망이다.

 통신사업자들은 사실상 네트워크를 새로 깔아야 해 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WCDMA에 투자비를 쏟아붓기를 꺼린다. 네트워크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수요 전망 역시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한국을 비롯한 CDMA사업자들은 EVDO(SK텔레콤·KTF)나 2㎓ 대역의 CDMA 1x(LG텔레콤)에, 유럽의 GSM 사업자들은 GPRS에 대한 투자에 당분간 주력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렇지만 WCDMA진영은 EVDO나 GPRS의 트래픽이 증가하면 통신이 제대로 되지 않아 자연스레 WCDMA로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다.

 어쨌든 3G라는 타이틀에서 나타나듯이 이동통신의 패러다임 전환은 이미 대세다. 네트워크나 단말기 그리고 여기에 들어가는 부품까지 새로운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현 단말기와 시스템이 수년 내에 모두 바뀐다고 상상해 보자. 막대한 시장이 열린다.

 삼성전자·LG전자·노키아·소니-에릭슨과 같은 시스템 및 단말기업체들이 앞다퉈 3G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반도체나 디스플레이업체들도 3G라는 신천지를 통해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하려 안간힘을 쓴다.

 한국의 시스템·단말기·부품·콘텐츠 업체들도 새로운 기회를 맞았다. 한국은 CDMA 종주국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으나 아직은 GSM세상이다. 연구개발력이 아무래도 분산될 수밖에 없으며 세계적인 기업이 되기 어렵다. 그러나 GSM이나 CDMA라는 구분이 사라지는 3세대 시장에선 국내 업체들도 충분히 세계를 상대로 경쟁할 수 있다. 심지어 WCDMA칩과 같이 국내에선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한 분야에 도전장을 내민 벤처기업도 등장했다. 콘텐츠에선 이미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췄다.

 기회는 동시에 위기이기도 하다. CDMA와 같이 작지만 확실한 텃밭을 가지고 가는 게 아니어서 자칫하면 내수시장 마저 외국업체에 내줄 수 있다. 수출전략도 차질을 빚고 있다.

 우리 정부와 기업은 중국의 CDMA 1x 장비시장을 심혈을 기울여 공략했으나 결국 미국과 유럽 업체들에 고스란히 빼앗겼다. 세계에 CDMA벨트를 만들고 우리 기업이 질주한다는 전략에 큰 구멍이 생겼다.  

 전문가들은 세계 통신산업의 주도권 확보와 국내 IT산업의 육성을 위해선 3G 이동통신을 우리가 먼저 개척하고 선점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조영주 KT아이컴 사장은 “그간 축적한 망운용 기술, 서비스 및 콘텐츠 개발 역량을 제대로 발휘하면 우리나라가 3G 시대를 이끌어갈 수 있으며 국내 관련 IT산업도 한단계 더 발돋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앞설 수 있는 조건은 갖춰져 있다. 세계 어느나라보다 무선데이터통신 수요가 활발하며 CDMA 1x를 비롯한 이동통신 네트워크는 세계적이다. EU나 미국이 아무리 투자를 강화한다해도 당장 우리를 추월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우리가 투자와 서비스를 늦추면 상황은 달라진다. 상용화의 격차가 좁혀질수록 시스템과 단말기, 부품과 콘텐츠의 경쟁력 우위를 확보하는 시간도 덩달아 짧아진다.

 다행히 이통사업자들은 한동안 머뭇거렸던 3G 투자를 다시 재개하고 나섰다. 물론 EVDO냐 WCDMA냐 하는 투자 우선순위에 대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으나 두 분야 모두 세계에서 가장 앞서나간다는 의욕만큼은 왕성하다. 정부 역시 이통사업자에 대한 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누구도 16강을 자신하지 못했던 한국 축구가 기적같은 4강의 신화를 만들었다. 3G 월드컵 예선에서 확실한 강자임을 만천하에 과시한 한국 이동통신의 목표는 우승이다. 꿈★은 이루어진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