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관광부와 전자신문사가 공동주최하는 ‘이달의 우수게임’ 10월 수상작으로 PC·온라인·비디오부문에 조이임팩트의 ‘위드’가, 업소용·모바일부문에 위컴의 ‘큐티패티’가 각각 선정됐다.
3D 온라인 게임 ‘위드’는 사실적인 그랙픽으로 높은 점수를 얻었으며 아케이드 게임 ‘큐티패티’는 ‘다이어트’를 소재로 한 주제의 참신성이 심사위원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다.
◆조이임팩트
테크노마트 35층에 자리잡고 있는 조이임팩트에 들어서면 게임개발업체 특유의 ‘늘어짐’을 찾아볼 수 없다. CEO에서 개발자에 이르기까지 좁은 사무실에 빼곡히 둘러앉아 게임 개발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번에 상을 수상한 작품인 온라인 ‘위드’의 실감나는 사운드만 정적을 깨뜨릴 뿐이다. 이 회사 특유의 진지함은 다름아닌 한 차례 사업 실패에서 비롯됐다.
온라인게임개발업체에 여기저기 뭉칫돈이 몰려 지난 2000년 조이임팩트는 2년간 개발해오던 해전 온라인게임 ‘테트라모프’ 개발을 위한 자금줄이 끊기면서 회사가 급속도로 어려워졌다. 대만업체로부터 계약 사기를 당한 후 회사가 휘청거렸고 ‘테트라모프’ 개발도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당연히 개발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인 사람도 하나 둘씩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현재 ‘위드’를 개발하고 있는 핵심 개발자는 모두 지옥같던 지난 1년 동안 끝까지 회사를 지키고 게임 개발에 사활을 걸어온 사람들이다. 그러니 어찌 진지하지 않을 수 있을까.
파산의 기로에서 하루 하루 연명하던 조이임팩트에 자금줄이 터진 것은 올해 2월. 한빛소프트에서 조이임팩트가 개발 중인 온라인게임 ‘위드’에 전격적인 투자를 결정한 것이다. 숨통이 틔자 게임 개발에 무섭도록 속도가 붙기 시작해 지난 8월 오픈베타서비스에 들어가게 됐다. 6명에 불과한 핵심 개발인력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게임에만 몰두한 덕분이다.
그 결과 사실적이고 선명한 그래픽과 실감나는 효과음을 자랑하는 ‘위드’는 서비스 개시 60일 만에 누적회원 18만명, 동시접속자 6000명에 이르는 성과를 거두게 됐다. 서비스 후에도 34번이나 패치하는 등 게임의 완성도와 재미를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했다.
‘위드’는 지난주 대규모 업그레이드를 단행하면서 동시접속자가 급속히 늘어 11월 초면 1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위드’가 기대 이상으로 선전하자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한빛소프트도 덩달아 신이 났다. 대만·중국·일본 등 관련 업체에서 ‘위드’ 수입 관련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태은 조이임팩트 사장은 “‘위드’의 좋은 출발은 열과 성을 다해 게임 개발에 전력해준 직원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조만간 중국 톈후네트워크를 통해 ‘위드’는 중국시장 공략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조이임팩트 김태은 사장
“지난 10개월의 지옥 같은 시간을 참고 견딘 개발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이달의 우수게임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김태은 조이임팩트 사장(31)은 파산 지경까지 간 회사를 같이 꾸려온 동료 직원들을 가장 먼저 찾았다. 회사가 어려움을 겪을 때 자금을 대준 한빛소프트 관계자들의 노고가 컸다는 말도 덧붙였다.
대학시절부터 컴퓨터 실력을 인정받고 삼성전자에서 소프트웨어 기획 능력을 높이 평가받은 그가 벤처붐을 타고 회사를 설립한 것은 지난 99년. 그런 대로 잘 나가던 회사는 대만업체로부터 계약 사기를 당하면서 자금줄이 막히고 한순간에 어려워졌다. 그의 말대로 ‘지옥’ 같은 시간이 흘렀다. 온라인게임 ‘위드’는 몇몇 개발자와 함께 그야말로 ‘지옥’을 배수진으로 개발된 작품이다.
김 사장은 회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영자 마인드를 배웠다고 고백한다.
“회사 직원 중에 무슨 일을 하든지 대충 넘어가는 사람이 없습니다. 저뿐만 아니라 직원 모두 맡은 일에 책임을 지고 회사 경영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이달의 우수게임 수상을 또다른 전환점이라고 말하는 김 사장.
“이를 계기로 ‘위드’를 성공적으로 상용화하는 일만 남았다”면서 “국내에서는 리니지·뮤를 넘어서고 세계시장에서 주목받도록 하겠다”고 의지를 피력했다.
◆위컴
아케이드게임개발업체인 위컴(대표 김원혁) 직원들은 회사 위치를 물어볼 때 난감해한다. 회사가 경기도 파주에 위치해 서울에서 다소 먼 데다 마을 공동묘지을 지나야 하기 때문이다. 위컴을 찾는 가장 빠른 방법은 경기도 파주시 광탄면 공단에 와서 개 있는 공장이 어디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회사 앞마당에 길게 누워 있는 송아지만한 개 3마리가 이 동네에서는 누구나 아는 명물로 통한다.
이달의 우수게임을 받은 PC게임 ‘큐티패티’의 ‘스페셜 땡스’ 코너에도 이들 개 3마리의 이름이 등장할 정도다.
지난 10년간 아케이드 하드웨어를 중점적으로 개발해온 위컴은 아케이드 하드웨어 분야에서 상당한 특허와 실용신안을 보유하고 있지만 소프트웨어 개발경력은 전무하다. 게임 개발에 도전해보기는 ‘큐티패티’가 처음이다.
위컴이 처음으로 개발하는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큐티패티’는 한국게임개발원이 선정하는 우수게임 사전지원 대상작품에 선정되기도 했다. 다이어트를 소재로 슈팅게임에 접목한다는 참신한 아이디어에 참신성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하드웨어 노하우가 두텁고 게임 아이디어가 독창적이라 하더라도 생각만큼 게임 개발은 쉬운 길이 아니었다. 순조로운 출발과는 달리 숱한 시행착오가 개발기간 곳곳에 도사리고 있었다. 9개월 만에 개발을 완료한다는 목표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자꾸 늦춰졌다. 몇 차례 수정작업을 거치면서 제작기간이 1년 6개월을 훌쩍 넘어버렸다. 지금은 회사 개발자들이 어느 정도 안정을 찾았지만 개발 초기에는 회사 위치가 지방이다 보니 출퇴근 등 갖가지 문제 때문에 개발자 수급에도 상당한 어려움을 겪었다.
김원혁 위컴 사장은 “처음 게임을 외부에 공개했을 때의 차가운 반응은 잊을 수 없다”며 “그후 수개월간 게임 개발에만 매진해왔다”고 밝혔다.
이제 위컴은 그토록 기다리던 게임 소프트웨어 출시를 앞두고 있다. 처녀작인 ‘큐티패티’를 11월 초 국내에 출시하는 한편 유럽과 일본 바이어들과도 수출 상담을 진행 중이다. 10년 하드웨어개발사에서 소프트웨어개발사로 타이틀을 바꿔다는 순간이다.
위컴은 앞으로 ‘큐티패티’ 콘텐츠를 다른 플랫폼으로도 전환할 계획이다. 위컴은 이제 게임 개발에 자신감을 얻었다. 위컴은 아케이드용 비디오 게임 외에도 가정용 비디오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갖고 다음 작품을 기획 중이다.
◆위컴 김원혁 사장
“‘큐티패티’ 수상 소식을 전해듣는 순간 이번 게임제작협회(KAMMA) 해외 로드쇼에서의 피곤함이 한순간에 사라지는 것 같았습니다. 게임과 관련된 하드웨어 개발분야에서 벌써 10년 넘게 일해왔지만 소프트웨어 쪽으로는 이번에 수상작으로 결정된 ‘큐티패티’가 처음입니다. 사전제작 지원 우수작에 이어 이달의 우수상까지 받게 돼 기쁜 마음을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첫 작품인 만큼 생각지도 못한 여러 가지 시행착오로 마음고생을 많이 한 김원혁 사장(41)은 이번 수상 소식으로 그동안의 시름을 날려보냈다. 무엇보다 어려운 개발환경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믿고 따라온 직원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잊지 않았다.
10여년 전 서울 청계천 전자상가에서 앰프 제작 관련 일을 하던 김 사장은 당시 국내 아케이드게임시장을 주름잡던 게임보드 전문상가들과 친하게 지내면서 게임기 개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아케이드용 게임기 개발에만 10여년 매달리다보니 하드웨어 제품 개발에도 어느 정도 재미를 붙였다. 그러나 어느 순간 아케이드용 게임기 개발만으로는 회사가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 시장 변화도 너무 심하고 매출 부침도 잦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콘텐츠산업의 중요성이 사회적으로 부각되고 있어 위컴도 콘텐츠 중심의 회사로 키워야겠다고 다짐했다.
“이달의 우수게임 수상은 ‘위컴’이 게임개발사로의 위상을 세우는 계기가 됐습니다. 게임 개발을 시작할 때부터 세계시장을 염두에 뒀습니다. 아직 외국 메이저회사가 만든 게임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번 게임을 계기로 세계시장에서 인정받는 개발사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김 사장의 목소리에 자신감이 녹아 있었다.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